[시론] ‘개성공단 폐쇄’와 남북한 ‘전쟁시계’
[시론] ‘개성공단 폐쇄’와 남북한 ‘전쟁시계’
  • 이종환 기자
  • 승인 2016.02.12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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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대표

“오전부터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는 피란 행렬을 방불케 하듯 트럭과 승합차, 승용차들이 꼬리를 물었다. 자동차마다 짐칸과 트렁크에 짐을 구겨 넣다 못해 지붕에 올리고 노끈으로 칭칭 동여매기까지 했다. 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배낭을 매고도 양손에 보따리 짐을 잔뜩 들었다. 망연자실한 표정들이었다.…일부 업체는 오전부터 짐을 챙겨 나왔지만, 연휴 직후여서 상당수 업체는 이날 오전 북측에 들어가 철수 준비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이날 오전부터 근로자들을 출근시키지 않았다. 의료용 실 22t을 대형 화물차에 싣고 나온 윤상은(60)씨는 "오늘 북측 근로자들이 출근하지 않아 제품을 겨우 차량에 옮겨 실었다"고 했다.…한 공단 관계자는 '북측이 평소 개성공단을 출입하는 트럭과 차량은 별도로 검사하지 않았는데, 이날은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태세로 짐을 하나씩 다 풀어봤다'고 했다.”

개성공단 폐쇄 발표 하루 뒤인 2월11일 도라산의 풍경을 전한 조선닷컴 기사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남측의 공장 관계자들도 망연자실했겠지만, 갑자기 일자리를 잃은 북한의 근로자들도 난데없는 홍두깨처럼 어안이 벙벙하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북한은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가 내려지자, 개성공단을 군사통제지역으로 선포하는 한편 기계 설비 등 공단 내 남측 자산을 전면압류한다고 발표했다. 우리 정부는 나아가 개성공단에 공급되던 전기와 수도를 11일 밤에 전면 차단했고, 북한은 이에 맞서 남북한을 잇던 통신선을 끊어버렸다.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는 북한의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조치’다. 개성공단에서 북한 근로자들에게 지급되는 연 1억달러 상당의 임금이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을 돕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같은 조치에 대해 국내외 언론들의 관점은 다양하다.

‘박 대통령의 개성공단 폐쇄, 뼈아픈 국제 대북제재 끌어내야’(동아), ‘개성공단 폐쇄, 북한 돈줄 끊은 강력한 국제제재로 이어져야’(조선), ‘개성공단 폐쇄 안타깝지만 북한의 자업자득이다’(중앙), ‘개성공단 중단…'실효적 대북제재’ 확대 길 열었다’(문화) 같은 사설은 개성공단 폐쇄를 수긍하는 입장이다. 안타까운 면은 있으나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개성공단 폐쇄는 잘못이다’(한겨례), ‘개성공단은 화풀이 대상이 아니다’(경향), ‘개성공단 가동 중단, 득보다 실이 많은 건 아닌지…’(헤럴드경제) 같은 사설은 개성공단 폐쇄를 실효가 없다면서 부정적으로 보는 입장이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북한 제재, 효과적인 조치 선택을’이라는 사설에서 ‘북한에 대한 관계국들의 독자적 제재 움직임이 본격화됐다”면서 일본 정부의 10만엔 이상 금액의 대북송금 중단 조치, 한국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등은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라는 북한의 폭거에 대한 당연한 대응”이라는 평가를 했다.

사실 개성공단 폐쇄를 보는 관점은 크게 두가지로 갈라진다. 북한 압박용으로 상징적이든 실제적이든 효과가 있다는 입장과 그렇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는 입장의 차이이자 나아가 ‘북한 해법’ ‘통일 방법론’에 대한 견해의 차이이기도 하기 때문에 말로 논의한다고 해서 양측의 간극을 메우기는 무척 어렵다.

하지만 의견이 둘로 갈린다고 해서 둘 다 옳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런 점에서 기자는 이를 평가하는 잣대로 ‘전쟁시계’라는 개념을 도입해보면 어떤가 싶다. 가령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위험성을 알리는 전쟁시계를 앞으로 당겼는가 뒤로 늦췄는가 하는 기준으로 일을 평가해보자는 것이다.

과연 ‘개성공단 폐쇄’는 남북한 전쟁시계를 앞으로 돌렸을까 뒤로 돌렸을까? 그래서 혹 전쟁이 일어나면 우리는 과연 감수할 것인가. 한번쯤 깊이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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