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 슬로∼ 아프리카'
'슬로∼ 슬로∼ 아프리카'
  • 나종렬 특파원
  • 승인 2010.07.11 2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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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10시간 연발해도 승객들 태평…부탁한 소스 음식 다먹고 나면 갖다줘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온 지 18년 된 교민 류정화(34·여·요하네스버그)씨의 남아공 초창기 시절 얘기다. 에티오피아에 가기 위해 비행기를 탔다. 기내에 피부색이 검지 않은 승객은 류씨 혼자였다.

출발 시각이 지났지만 비행기는 이륙하지 않았다. 기다리길 10시간. 에티오피아에 도착하고도 남을 시간이다. 그런데 안내 방송은커녕 승무원 한 명 나타나지 않았다. 더욱 놀란 것은 화를 낸다든지 조바심을 내는 승객이 없었다는 것이다.

화가 난 류씨는 승무원에게 따져 물었다. "왜 비행기가 이륙 안 하나요?". 돌아온 대답은 "I don’t know!(나도 몰라요)"였다. 기가 막혔다. 비행기에 탑승을 시키고는, 10시간이나 붙잡아 놓고 이유도 모른다니.

그래서 또 따졌다. 늦는 이유와 미안하다는 안내 정도는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그 승무원은 미안하다는 표정도 없이 단 한마디만 하고 사라졌다. "This is Africa!(여기는 아프리카다!)"

사실 그렇다. 아프리카는 느리다. 그렇지만 다 통한다. 'This is Africa!'이기 때문이다.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면 음식이 나오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보통 40분이다. 1시간 넘게 걸린 적도 있다.

주문하면 바로 음식이 나와야 하고, 조금이라도 늦으면 짜증내며 재촉하는 한국과는 딴판이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땐 적응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아예 음식이 나올 시간까지 감안해 주문해 놓고 그 시간을 즐긴다.

20, 30분 만에 음식이 나오기라도 하면 오히려 감탄사가 나온다. "와~ 이 집은 엄청 빠르네." 그리곤 행복해하며 음식을 먹는다. 음료나 계산서, 소스 등을 부탁해도 마찬가지다. '세월아 네월아'다. 음식을 다 먹고나면 부탁한 소스나 음료를 그제야 갖다주는 경우도 허다하다.

포트엘리자베스에서 보고 들은 얘기다. 취재진 숙소 인근에 건물 신축 공사가 한창이었다. 속으로 '월드컵이 끝나가는데 호텔 거리에 이렇게 짓다 만 건물을 두면 어떻게 하나'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2년 전 월드컵 특수를 대비해 짓기 시작한 호텔 건물이란다. 7층 높이에 그렇게 크지 않은 건물로, 우리나라에선 1년도 안 돼 완공 가능한 정도의 규모였다.

그런데 2년 동안 건물을 짓고도 내부 인테리어는 고사하고 건물 외관에 벽돌도 못 다 올렸다. 그래서 그 건물주는 월드컵 특수를 누리기도 전에 망했다고 한다.

그러나 느린 것이 오히려 아름다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남아공은 여유롭고 평화로워 보인다. 부럽기도 하다.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나종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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