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과 '눈물' 뒤범벅된 제5회 유럽한인차세대 웅변대회
'웃음'과 '눈물' 뒤범벅된 제5회 유럽한인차세대 웅변대회
  • 아테네=이종환 기자
  • 승인 2016.03.18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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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1일 그리스 아테네에서 개최... 11개국 24명 연사 참여


“여러분, 김치 종류가 얼마나 많은지 아시나요? 무려 서른한가지 종류의 김치가 있다고 합니다. 배추김치, 갓김치, 깍두기, 총각김치, 보쌈김치, 동치미, 겉절이…. 우리 집에서는 주로 엄마와 오빠만 김치를 먹습니다. 외할머니께서 우리 아빠를 위해 하나도 안 매운 백김치를 담아주셨는데 아빠는 그래도 맵다고 호들갑이셨어요. 한국말 제대로 못하시는 우리 아빠가 제일 잘 하시는 말은 ‘안녕하세요’이고, 두번째가 ‘이 김치 너무 매워요’이랍니다.”(케찌아 코프·오스트리아 비엔나한글학교 3학년)

“중학교 시험날 많은 선생님들 앞에서 아리랑 연주를 했고, 선생님께서는 이 음악이 무슨 곡이냐고 물어 보셨습니다. 제가 뿌듯하게 아리랑에 대해 설명을 하자 선생님께서는 바로 그 자리에서 악보를 복사하시고는 이탈리아 학생들에게 연주해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때 제 가슴 속에 벅차오르는 무언가를 느꼈습니다.”(유지윤·15·이탈리아)

“프랑스에서는 수요일마다 한글학교에 다녔습니다. 1시간이나 걸려 만원 지하철을 타고 한글학교에 도착하면 저는 이미 지칠대로 지쳐버렸습니다. 열심히 한글학교에 보내는 어머니와는 달리 나는 한글 수업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한글학교에서 공개수업이 있던 어느날이었습니다. 저는 다른 날과 같이 외투도 벗지 않고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 딴 생각을 하며 수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다 어머니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보았습니다.”(전혜민·13·프랑스)


연사들의 웅변이 이어질 때 장내는 숙연했다가도 떠들썩해지고, 눈물을 흘리다가도 웃음꽃이 만발하는 장면이 반복됐다. 유럽의 나이 어린 차세대 연사들은 세치 혀로 유럽 한인 기성세대들의 가슴을 마음대로 헤집고 다니면서 쥐락펴락하기를 거듭했다.

유럽한인총연합회(회장 박종범)은 3월11일부터 13일까지 그리스 아테네에서 제5회 유럽한인차세대 한국어웅변대회를 열었다.

이날 대회에는 유럽총연 총회에 참석한 유럽 각지 전현직 한인회장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1개국에서 예선전을 거친 24명의 연사가 기량을 겨뤘다.

▲ 유럽한인차세대한국어웅변대회를 주최한 박종범 회장.
박종범 회장은 환영사에서 “유럽한인차세대 웅변대회가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제1회 대회, 체크 프라하에서 제2회 대회,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제3회 대회,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제4회 대회를 치르고 이번에 그리스 아네테에서 제5회 대회를 치르게 됐다”면서 “차세대들의 참가 열기가 높고 다문화가정에서도 적극 참가해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는 점에 대해 매우 고무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대회는 “외교부와 재외동포재단, 주그리스한국대사관, 한양대, 이화여대, 조선대 등에서 적극 후원해 주셨다”고 감사를 나타냈다.

이어 김기석 그리스한인회장이 환영사를 했다. 그는 “그리스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박종범 회장의 지원과 격려 아래 큰 행사를 치르게 됐다”면서 “그리스에는 돌더미마다 철학이 깃들어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 왼쪽부터 조규형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김유철 그리스 공사, 김기석 그리스한인회장.
뒤이어 단상에 오른 조규형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은 “소수민족에게 자기 언어란 감옥에 있는 죄수가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 있는 문 열쇠를 갖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이번 웅변대회가 유럽한인들의 단합대회이자 축제가 되었으면 한다”고 기원했다.

안영집 주그리스한국대사를 대신해 축사를 한 주그리스대사관 김유철 공사는 “그리스 아테네는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외친 철학의 탄생지이자, 웅변의 도시”라며 “대표적인 한류 브랜드인 한국어의 웅변대회가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것을 뜻 깊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웅변대회는 오전 9시에 시작해 오후 3시까지 이어졌다. 이날 대회에서는 다문화부 연사로 참여한 덴마크의 김 알렉산드라양이 대상인 외교부장관상과 유럽총연이 제공한 1,500유로의 상금을 받았고, 최우수상인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상은 이태리의 이서윤, 덴마크의 김에밀리, 체코의 김다니엘군 등 3명이 1,000유로의 상금과 함께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우수상으로 각각 700유로의 상금이 제공된 주그리스한국대사상에는 그리스의 김웅연군과 이수산나양, 그리고 오스트리아의 케찌아 코프양이 수상했으며, 500유로 상금의 장려상인 유럽총연회장상은 오스트리아에서 온 홍성오군과 데니얼 줄리양, 김동환군이 받았다. 이와 함께 전남대·경희대·한양대 총장상을 각각 3명씩 받았으며, 이화여대 총장상은 2명한테 수여됐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연사들과 동반 학부모들은 이튿날 유럽총연에서 준비한 시내관광에도 동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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