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전략’에서 말하지 않는 것들
‘자본의 전략’에서 말하지 않는 것들
  • 조명진
  • 승인 2011.01.18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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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조명진 박사, 예일대 진지무 교수 비판

조명진<아디아컨설턴시 대표, 유럽연합집행이사회 안보전문역>

조명진 박사의 새 저서.한국경제신문에서 출판됐다.
예일대 경영대학원의 진지무(陳志武: 천즈우) 교수는 그의 저서 ‘자본의 전략:The Logic of Finance’ 에서
“금융의 핵심은 시공간을 초월한 가치교환이다. 가치를 지닌 모든 것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거래는 모두 금융거래이다”라고 주장한다. 진 교수는 2009년 독일을 제치고 세계 1위 수출국이 된 중국이 제조대국에 이어 무역대국이 되었고 이제는 금융대국을 향해 가고 있다고 역설한다. 하지만 그는 금융 거래의 성숙도가 신용과 직결된다는 사실은 간과하고 있다.

상해는 중국의 무역흑자에서 비롯된 자금력을 바탕으로 이미 아시아 증시의 노른자위로 떠올랐다. 하지만 상해가 뉴욕과 런던에 버금가는 진정한 세계 금융허브가 되겠다는 꿈은 이루기 위해서는 넘어야 될 산들이 많다. 중국이 외국 기업의 상해 증시 상장을 허용하면서 금융 개방화 정책을 펴는 것은 금융 산업의 주요 부분인 증시를 키우는 데는 일조하지만, 금융의 허브가 되기 위한 기본적인 요소인 국가 신용도와 정치의 안정성은 장기적 접근이 필요한 부분이다. 돈만 모여든다고 금융 허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이 금융 대국이 되기 위해서 갖춰야 할 조건은 ‘네비 파워’를 갖추는 일이다.

진지무 교수는 중국이 강대국이 되기 위해선 금융시장 현대화가 불가피한 과제임을 강대국의 흥망사를 다루면서, ‘서구의 도약이 약탈에서 기인했다는 기존의 인식은 잘못된 것이며 금융시장의 발전 덕분이었다’고 분석한다. 식민지로부터 약탈한 금은보화로 왕실이 호화로운 생활을 하다 망한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영국과 미국에 대비시킨다. 영국은 해외상업무역으로, 미국은 과학기술 혁신으로 부강해졌다. 따라서 두 나라가 필요로 한 금융제도 또한 달랐다.

즉, 영국은 채권, 은행, 보험을, 미국은 주식으로 대표되는 벤처캐피털을 필요로 했고 따라서 미국은 과거 영국보다 더욱 발달된 주식거래와 주식금융시장을 필요로 했다고 분석한다. 이처럼 해상무역과 기술혁신을 통해 각각 대국으로 도약한 영국과 미국을 대조적인 연구 대상으로 삼고 있다. 해상무역 리스크를 여러 주주들에게 분담시킨 동인도 주식회사 같은 제도와 보험 등의 발전은 영국을, 기술혁신을 촉진시킨 증시의 발전은 미국을 강대국으로 만든 DNA였다는 결론을 도출한다.

반면, 중국 역대 왕조의 건립 초기에 국고(國庫)가 가득했지만 재정위기로 멸망한 것도 이 같은 금융의 DNA를 활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설명한다. 더불어 13세기 서유럽의 도시국가들은 민권의 견제로 증세가 힘들어지자 공채를 발행해 미래의 수입을 현금화했다. 하지만 중국 전제 왕조는 견제 세력이 없었던 탓에 채무부담을 줄일 장기채권 발행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결국 증세와 화폐를 찍어내는 데 몰두하다 멸망하게 됐다고 분석한다.

한편, 진지무 교수는 근대사에서 서구제국주의의 중국 강탈과 청의 멸망 이후 나타난 모택동 주도의 공산주의가 자본주의의 산물인 증시와 같은 금융 산업 자체를 가로막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은 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민주주의와 시장자본주의를 경험한 진 교수는 금융경제학자이지만 정치경제학적 시각에서 사회가 민주화돼야 금융이 발전한다고 믿고 있고, 이런 이유에서 중국은 시장경제를 지향하면서도 정치제도는 공산당 일당독재의 사회주의를 고집하는 현실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진지무 교수는 성공적인 서구의 금융 환경의 원천을 영국과 미국의 사례만을 들고 있다.

진 교수가 간과한 중요한 원천이 있는데, 이는 르네상스를 기점으로 세계 정세를 서구세계가 주도하게 된 것은 이탈리아의 메디치 가문, 독일의 로스차일드 가문, 그리고 스웨덴의 발벤베리 가문 모두 금융업을 발판으로 거대 자본가로 성장하여 서구를 지금의 파워하우스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세 가문의 성공 비결은 왕실의 비 효율적 보수성과 정치인의 비 연속성의 한계를 합리적이고 혁신적 경영기법과 성공적인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서 극복하고 성장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로스차일드 자본의 미국 진출에 따른 미국 경제의 미친 영향은 가공할 만하며, 그 영향력은 세계 금융계에 지금까지 지대하다.

진지무 교수도 중국이 자본화의 달콤함을 맛봤지만 금융 대국이 되기 위해서 갈 길이 멀다고 인정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수치로 미국의 증시와 채권시장, 주택 담보대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56배, 2.1배, 0.9배인 반면 중국은 0.8배, 0.01배, 0.11배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제시한다. 진 교수는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해 금융권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지만, 결코 미국 소비금융 모델을 바꾸지 못할 것이며, 은행권과 주식시장을 활용하여 발전시켜온 영미 식 금융제도가 현대인들의 삶을 풍요롭게 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한 금융 위기가 본질적인 문제인 시장 자율과 정부 규제의 균형에 대해서는
조셉 스테글리치 교수처럼 냉정한 비판을 가하고 있지 않다.

*‘네비 파워(Navi Power)’란?

금융위기 이후 경제대국으로서 중국의 부상(浮上)에 대한 주제가 세계 경제 뉴스의 주된 메뉴이다. 그러나 제조업이 활력을 띄고, 증시는 활발히 운영되지만 세계적인 보험회사와 신용 카드 회사가 없는 중국은 아직 세계 개인투자자들에게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중국이 세계 금융 패권을 잡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중국에 대한 국제 신용도이다.

이 신용도는 외화 보유고나 고급 제품생산력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적 가치, 문화적 정신 유산에 대한 관심, 인권 존중 등을 포함하는 복합적인 요소들에서 나온다. 이 복합적 단위를 나는 ‘네비 파워(navi power)’라 칭한다. 방향을 찾는다와 복잡한 상황을 다룬다는 뜻을 동시에 지닌 동사 ‘navigate’의 형용사형‘navigating’의 줄임 말 네비와 파워의 합성어이다.

네비 파워의 핵심은 ‘균형(balance)’이다. 국민들에게 현 위치를 알려주고 목적지까지 혼동없이 도달 할 수 있는 정부의 총체적 역량이 바로 ‘네비 파워’이다. 국제 정치에서 네비 파워는 ‘설득력(assertiveness)’이고 금융과 경제에서는 국제 신용도에 해당된다.

구체적으로 정의하면, 네비 파워는 효과적 외교 능력, “존중할 만한(respectful)” 생각의 힘 과 같은 소프트 파워에 “지속성 있는(sustainable)” 경제력과 명분 있는(justifiable) 해외 군사력 투입 능력(military
projection power beyond border)의 하드 파워를 합친 개념이다.

출처: 조명진, <우리만 모르는 5년후 한국경제>, 한국경제신문, pp.128-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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