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107] 누(樓)와 정(亭)
[아! 대한민국-107] 누(樓)와 정(亭)
  • 김정남<본지 고문>
  • 승인 2016.04.30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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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누정(樓亭)은 누마루가 있는 열린 공간으로 2층이면 누각, 단층이면 정자라 불리며 이를 합쳐 누정이라 하지만, 흔히 정자로 통한다. 누는 자연 속에서의 공적이고 집단적인 수양공간이라 할 수 있고, 정자는 개인적이고 사적(私的)인 수양공간이라 할 수 있다.

누는 방어와 감시의 기능을 하는 성벽의 문루, 교육, 종교시설로서의 의식을 거행하는 관아나 사찰의 누, 접대와 향연을 목적으로 한 누가 있고, 주택의 누가 있다. 누는 공공시설로서 지역단위의 특성을 드러내면서, 규모와 규범을 갖추고 있다.

미술사학자 유흥준에 의하면, 누는 관아에서 고을의 랜드마크로 세웠는데, 규모도 당당하고 생기기도 잘 생겨, 특히 강변에 세운 관아의 누에 명작이 많다고 한다. 그는 청풍호반의 한벽루, 진주 남강의 촉석루, 밀양 낙동강의 영남루를 한국의 아름다운 3대 누각으로 치면서, 북한에 있는 평양 대동강의 부벽루와 연광정, 안주 청천강의 백상루, 의주 압록강의 통군정 등이 예부터 이름이 높게 알려졌다고 말한다.

한국의 누정은 한국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것으로, 특히 부드러운 곡선의 산자락이나 유유히 흘러가는 강변에 있음으로 해서, 그 문화적 가치가 살아난다. 이처럼 자연과 친숙하게 어울리는 문화적 경관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한국의 표정이라 할 수 있다.

이런 한국인의 정자미학은 이웃나라 중국이나 일본과 비교할 때 확연히 드러난다. 중국의 누정은 유럽의 성채처럼 위풍당당하여 대단히 권위적이고, 일본의 정자는 정원의 다실로서 건축적 장식성이 심하다. 그에 반하여 한국의 정자는 삶과 유리되지 않은 생활 속의 공간으로 자연과 인공이 어우러진 한국미의 특징을 잘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누정은 고을 사람들이나 시인, 묵객들이 왔을 때 함께 만나 어울리는 만남과 휴식의 공간이면서, 나그네의 쉼터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정자에는 여기에 오른 문인, 선비들이 읊은 좋은 시편들을 현판으로 걸어놓고, 그 연륜과 경관의 명성을 자랑하고 있다. 이를 국문학에서 ‘누정문학’이라 부른다.

예컨데, 청풍 한벽루에는 퇴계 이황이 청풍에서 하루 묵으면서 “맑은 밤 선관에서 구름 병풍 마주했는데/… /소쩍새 슬픈 울음은 무슨 하소연인가”읊고 다산 정약용은 한벽루에 올라 ‘”한가로이 말을 세워 구경하자니/…/여기가 다름 아닌 선관(仙館)이로세”라고 읊은 시가 현판으로 걸려있다.

고려시대의 문호 이규보는 바퀴가 달린 정자를 만들어 “여름에 손님과 함께 술잔을 돌리기도 하고, 바둑도 두고, 거문고도 타며 날이 저물면 파하니 이것이 한가한 자의 즐거움”이라는 ‘사륜정기(四輪亭記)’까지 지었으니, 한국은 과연 ‘정자의 나라’라고 할 만한다.

누정에 대한 문헌상 기록은 삼국사기 권27, 백제본기에 나오는데, 무왕 37년(636년)에 망해루에서 군신에게 잔치를 베풀었다는 기록이, 그리고 의자왕 15년(655년)에 태자궁을 지극히 화려하게 수리하고, 왕궁남쪽에 망해정을 세웠다는 기록이 있다.

같은 시기에 신라에서도 고루(鼓樓)를 세웠다고 한다. 현존하는 누정의 대부분은 14세기 이후에 세워진 것들로, 풍류, 관망, 휴식을 위해 건립된 것이 대부분이고, 일부 추모와 강학의 목적으로 세워진 것이 있다. 바닷가나 강가의 절경이나, 농촌의 경작지 한 가운데 세워져, ‘산수화 속의 정자’의 모습을 아련히 보여주고 있다. 그러고 보면 누정을 찾아다니는 여행 일정도 있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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