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히로시마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 "평화를 지켜야"
[칼럼] 히로시마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 "평화를 지켜야"
  • 이종환 기자
  • 승인 2016.06.05 10: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천명의 한국인, 수십명의 미군포로도 피폭 당해"..."지도자의 선택이 히로시마의 교훈"
▲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발행인

“71년전 구름한점 없이 맑고 밝은 날, 하늘에서 죽음이 떨어져서 세상이 바뀌고 말았습니다. 섬광과 화염의 장벽이 도시를 파괴하면서, 인류가 스스로를 파멸시킬 무기를 손에 넣었다는 것을 드러냈습니다.”

오바마 미 대통령이 현직 미국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2차대전중 원자폭탄이 떨어진 일본 히로시마를 방문해 연설을 했다. 5월27일이었다.

“왜 나는 히로시마를 찾았을까요? 나는 멀지 않은 과거에 풀렸던 가공할 힘을 생각하기 위해 방문했습니다. 10만명이 넘는 일본 사람들과 아이들, 수천명의 한국인, 수십명의 미국인 포로 등 그때 죽은 사람들을 추도하기 위해 방문했습니다. 그들의 혼은 우리들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속으로 돌이켜 보고, 우리가 지금 어떤지, 앞으로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를 알아보라고 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2차세계대전이 가장 풍족하고 가장 강한 나라들 사이에서 일어났다고 소개했다. 대단한 도시문명과 뛰어난 예술을 가졌고, 정의 조화 진실을 설파한 사상가들이 있던 나라들 간에 전쟁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전쟁 기간 6천만명이 죽었습니다. 남자 여자 아이들, 우리들과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 총에 맞고, 두들겨 맞고, 폭격 당하고, 감옥에 갇이고, 굶거나 가스실에서 죽었습니다. 이 전쟁을 기록한 장소는 세계 도처에 있습니다. 용기와 영웅의 이야기를 담은 기념비, 이루 말할 수 없는 악행을 떠올리게 하는 묘지와 수용소입니다.”

그는 히로시마에서 “우리는 함께 역사를 직시할 책임이 있다”고 역설했다. “이 같은 고통의 재발을 막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를 묻지 않으면 안됩니다. 1945년 8월6일의 기억은 희미해져서는 안됩니다. 그것은 우리의 도덕적 상상력을 자극하고 변화하게 만듭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끝으로 히로시마가 오늘에 던지는 메시지를 소개했다. “일반 사람들은 전쟁을 바라지 않습니다. 과학도 사람의 생활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지 파괴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나라와 지도자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이 간단한 상식이 드러난다는 게 히로시마의 교훈입니다…. 지금 히로시마의 아이들은 평화롭게 살고 있습니다. 얼마나 대단한 일입니까. 이것은 지킬만한 가치가 있고, 다른 아이들도 공유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은 우리들이 선택할 수 있는 미래입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이렇게 연설을 마무리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는 ‘핵전쟁을 알리는 여명’이 아니라 우리한테 도덕적 각성을 알리는 시작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 이세지마에서 열린 G7정상회의에 참석했다가 돌아가는 길에 히로시마를 방문했다. 그는 히로시마 평화기념자료관(원폭자료관)를 시찰하고 원폭희생자위령비에도 헌화했다. 아베 일본 수상도 이날 동행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원폭기념관에서는 방명록에 “함께 평화를 확대하고 핵무기 없는 세계를 추구하는 용기를 갖자”고 쓰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두고 한국 언론에서는 찬반 양론이 엇갈렸다. 한때 주요언론들은 ‘일본이 반성하지 않는 상황에서 방문해서는 안 된다’는 논조를 펴기도 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히로시마 방문에서 ‘과거를 기억하면서 평화를 생각하자’는 메시지를 일본과 주변국에 던지는 데는 성공한 듯하다. 애매한 문장이기는 하지만, 지도자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게 히로시마의 교훈이라는 충고도 곁들였다.국내 비판여론을 활용했는지 모르지만 우리 외교부도 오바마대통령이 한국인 피해자를 언급하도록 만드는데 성공했다.

오바마대통령이 히로시마를 방문한 날, 기자는 마침 동경에서 재일한국인연합회장을 지낸 박재세, 이옥순씨와 함께 자리를 했다. 이때 박재세 전 회장은 “처음엔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에 반대했는데, 지금은 생각을 고쳤다. 히로시마 방문은 의미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옥순 전회장도 “소극적으로 안 하는 것보다는 적극적으로 하는 게 훨씬 낫다”면서 맞장구 쳤다. 오바마 미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이 공감대를 넓힌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