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111] 광개토대왕릉비
[아! 대한민국-111] 광개토대왕릉비
  • 김정남<본지 고문>
  • 승인 2016.07.02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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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1880년 청나라 지린(吉林)성에서 한 농부가 이끼와 덩쿨에 덮여있는 거대한 돌덩어리를 발견했다. 높이 6.39m, 너비 1.3~2.0m로 무게가 37톤이나 되는 엄청난 크기였다. 그 후 청나라 지방관리들이 찾아와 비석에 끼어있는 이끼를 쉽게 없애기 위해 쇠똥을 바르고 불을 질렀다. 이렇게 불을 질러 이끼를 걷어내다 보니, 비석의 틈에 균열이 생기고 표면이 터져나가는 등 심각한 손상이 발생했고 글씨가 훼손되었다. 비석의 꼭대기까지 타는데 한 나절이 걸렸다. 비석을 탁본해서 비석에 새겨진 글자가 대략 1,775자요, 비석의 주인이 고구려 제 19대 광개토대왕이라는 것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고구려 멸망 후 비석이 우리 문헌에 처음 등장한 것은 1445년의 ‘용비어천가’였다. 이성계가 고려말인 1369년 압록강을 건널 때 보고 들은 것을 “평안도 강계 서쪽, 강을 건너 140리에 너른 평야가 있다. 그 가운데 옛성이 있는데 금나라 황제의 성(城)이라고 한다. 성의 북쪽 7리 떨어진 곳에 비가 있고 또 그 북쪽에 돌로 만든 고분 2기가 있다”고 적었다. 1487년 평안도 관찰사 성현은 국경지대를 시찰하던 중 압록강 건너편 비석에 대해 ‘천척(千尺)’의 비가 홀로 우뚝 서있다. … 글자를 읽을 수 없음이 한스럽다’는 한시를 남겼다. 1595년 후금(後金)과의 교섭을 위해 만주를 찾은 신충일은 귀국 보고서에서 집안 지역의 황성(皇城), 황제묘와 거대한 비석에 대해 적었다. 이처럼 그때까지 우리는 이 비석을 금나라 유적으로만 알고 있었다.

한편 일본은 1883년 첩보장교 사코 가게노부를 만주에 파견, 광개토대왕릉비 탁본을 뜨게 해, 그것을 근거로 연구를 시작해 6년 뒤인 1889년 비석문장해석을 발표한다. 그 발표 중에 “신묘년(391)에 왜가 바다를 건너 와 백제와 신라를 무찔러 신하의 나라로 삼았다”는 내용이 있다. 이것이 그 유명한 ‘신묘년기사’이다. 일본은 이를 바탕으로 임나일본부설을 주장하는 논거로 삼았고, 이에 한국의 정인보, 박시형, 김석형, 정두희 등 학자들은 고구려가 왜를 격파하였다거나 고구려가 백제와 신라를 신민으로 삼았다는 해석을 했다.

이런 가운데 1972년 재일사학자 이진희가 일본 육군참모본부가 비문을 변조했다고 주장하고, 1981년 중국의 왕젠췬(王健群)이 현지 중국인 탁본공에 의해 석회가 발라지고 비문이 변조됐음을 확인함으로써 비문연구는 일대 전환기를 맞았다. 그래서 지금은 석회를 바르기 이전에 만들어진 원석 탁본을 비문연구의 주자료로 삼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양심 있는 학자들로 구성된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에서는 지난 2010년 임나일본부설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아직까지도 이 비문 해석을 둘러싼 논쟁은 한·중·일에서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광개토대왕릉비는 광개토대왕의 아들이자 고구려의 제20대 왕인 장수왕이 414년 아버지의 업적을 기리며 세운 것이다. 이 광개토대왕릉비에는 고구려를 세운 주몽의 출생에서부터 광개토대왕까지의 왕위계승에 대한 내용이 기록돼 있다. 영토를 크게 넓히고 국경의 정비사업을 펼친 그의 업적도 낱낱이 기록돼 있다. 광개토대왕릉비는 중국의 동북3성을 방문하는 한국인들의 중요한 참관목표가 되었지만, 중국측이 비석 위에 집을 만들어, 예전처럼 아무나 쉽게 비를 참관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러나 광활한 만주와 그 벌판 위에 우뚝 서있는 광개토대왕릉비는 한국인에게 자긍심과 기개를 오늘도 일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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