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률 칼럼> '2011 신년단상'
<이승률 칼럼> '2011 신년단상'
  • 월드코리안
  • 승인 2011.01.25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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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1/19) 여러 일간지에 소개된 일본 게이오(慶應)大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65) 교수는 40
년에 걸쳐 한국 연구에 평생을 바쳐온 분이다. 1월 18일 오후 도쿄 미타(三田) 캠퍼스에서 마지막 강연
회를 가졌던 그의 강연 주제는 “나의 한국연구 40년”이었다. 그는 1972년 ‘연세대-게이오대 교환 학생
1호’로 2년간 한국에 유학한 이래 지금까지 한국어에 능통한 지한파(知韓派)학자로서 한국의 3김(金)
등 대표적 정치인들도 두루 만났을 뿐만 아니라 제2기 한·일 역사공동위원회 일본측 위원장을 맡는 등
학문뿐만 아니라 한·일관계 개선에도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남은 인생은 ‘한반도의 분단과 통일’을 연구하는데 바치고 싶다”고 하면서 "일본이 식민지 지배를 했다
는 것은 역사에서 지울 수 없다. 하지만 한반도 통일에 어떻게 기여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한·일관계가
새롭게 바뀔 것이다.”는 인터뷰를 했는데, 나는 이 기사를 읽고 내심 무척 감동했다. 한·일관계 개선뿐
만 아니라 한·일 협력의 새로운 시대적 희망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 언론의 모든 관심사는 3박 4일간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미·중 정상회담에 쏠려 있다. 우리
한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모든 일간지의 톱기사와 주요 보도면은 온통 미·중 정상회담에서 진행되고 있
는 양국간 각종 회의 정경과 기자 회견 및 공동성명 내용 분석, 450억 달러 쇼핑외교 목록, 만찬 스케치,
의회 방문 분위기, 시카고(오바마의 정치적 고향)행 관련 기사로 도배질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가운데 남북한 안보문제와 북핵 및 천안함, 연평도 사건에 대한 미·중간 의 기(氣)싸움과
정략적 합의사항에 대한 분석 기사와 논평을 연일 보도하고 있다. 집중호우 같이 쏟아지고 있는 미·중
정상회담 관련 보도를 보면서 나는 영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21세기 들어와 다극화 시대를 맞고 있는 이러한 시대상황을 분별하고 새롭게 디자인 해 나가는데 있어
서 오직 미·중(G2)의 정략적 합의만이 우리들에게 중요한 모멘텀(Momentum)이 되어야 할 것인가?

나는 웬지「일본」이 마음에 걸린다.
“일본의 등장이야말로 20세기에 일어난 2대사건 중의 하나다”
칼 마르크스와 앵겔스의 「공산당선언」이후 비약적으로 확산되었던 공산주의 체제 ― 전 세계의 절반
을 붉게 물들이면서 맹위를 떨쳤던 소련(蘇聯)이 70년 만에 일시에 붕괴된 사건과 함께 제2차 세계대전
의 패전국이었던 일본이 미국의 원폭투하에 ‘무조건 항복’으로 패망한지 20여 년만에 기적적으로 재기
한 사건을 두고 세계 유수학자들은 20세기 2대 사건 중의 하나로 평가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런 지난날 '일본제국' 흥망의 그림자가 내 마음의 망막에 ‘귀신들의 불꽃’처럼 어른거린다.(*일본에는
자고 로 8백만개의 神을 숭상하는 토착신앙이 있다.) 그런 가운데 마침 오늘 조간(매경,1/20)에서 박영
준 지경부 2차관의 강연(매경 이코노미스트클럽)내용을 보고 매우 공감이 가는 대목이 있어서 급히
이 글을 써 본다.

그는 중국-아프리카의 틈이 벌어진 지금 이때 아프리카를 선점할 수 있어야 국가 비전인 ‘소득 4만달
러’를 달성할 수 있다는 요지의 강연을 하면서, 한·중·일 3국 관계에 대해서 매우 의미심장한 의견을 제
시했다. 이는 한마디로 ‘중국 보다 일본과의 협력을 강조한 대목’이었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
으로 세계경제 중심이 아시아로 넘어왔다는 말과 함께 이런 시대의 흐름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한·중·일 3국간 공동협력을 크게 강조했다.

그는 “한·중·일 3국이 지금 기회를 잘 다루면 역사 최초로 세계경제 중심이 된다”고 하면서 “우리 한국으
로서는 3개국간 협력을 통해 1인당 GDP가 4만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와함께 최근 소원해진 일본과의 관계를 복구해야 한다는데 발언의 무게를 두면서, 명분은 ‘욱일승천’
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는 카드로 일본과 보조를 맞춘다는 전략이었다.

이런 내용(1/20, 매경)의 보도를 읽으면서 나는 평소에 이와 비슷한 지론을 갖고 한·중·일 3국의 공동체
적 상호협력 방안, 즉 경제협력(동북아경제공동체), 문화소통(신 한류), 기술 이전(부품, 소재, 환경, IT,
전자 등 신기술), 신성장동력(녹색성장, 신재생에너지), 통합교통망(한·중·일 해저고속철도), 인재교류
(아시아판 에라스무스운동, 안보협력(동북아 다자안보협력체)등을 통한 동양 3국간 Win-Win
Paradigm(공존과 상생)의 평화발전정 책이 이 시대의 새로운 기조(基調)가 되어야 하다는 주장을
계속해 왔다.

최근(1/20,전자신문) 한국의 KT, 중국의 차이나 모바일, 일본의 NTT도코모 3사 간에 '자유로밍지대'협
약을 맺음으로써 '동북아 통신 스마트벨트'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큰데, 동북아 3국 상호간에 '통신이 통하면 마음도 통한다'는 소통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획기적인
기회가 될 것이며, 나아가 이것이 확산되면 동북아공동체 문화의식이 초국경적 확장(Cross- Border
Extension)으로 이어져 나갈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박영준 차관의 강연 요지는 우리 (사)동북아공동체연구회의 연구 성과를 위해 많은 시사
점을 주고 있다. 그런가운데 본인이 새삼스럽게 다시 깨닫게 된것은 명실공히 이제 세계권력 양대 패권
국가로 공식 등단한 중국의 역할이 저렇게 무소불위로 팽창해 나갈 때, 북한의 만행(핵 및 대량살상무
기,대남도발, 인권유린, 반민족적 폐쇄독재사회)을 일방적으로 묵인하고 지원하고 있는 중국을 우리
한국입장에서는 앞으로 도대체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인가 하는 점이 가장 큰 과제가 아닐 수
없다는 점이다.

이때 서두에 말씀드린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교수의 인터뷰 ― 한국연구 40년의 마지막 강연에
서 던진 메세지는 나의 마음에 생수가 솟고 새바람이 불어오는듯한 청량감을 느끼게 했다.
다시한번 인용하면 “일본이 식민지지배를 했다는 것은 역사에서 지울 수 없다. 하지만 한반도 통일에
어떻게 기여 하는냐에 따라 미래의 한·일관계가 새롭게 바뀔것이다”라는 말은 미·중 정상회담의 현란한
기(氣)싸움과 정략적 합의 가운데 떠돌고 있는 우리 한반도의 미래진로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 주고
있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다시말해 ‘잃어버린 20년’에 묶여있는 일본을 우리가 재활용함으로서 미·중간
각축에 샌드위치가 되어있는 현 여건을 돌파하는데 있어서 새롭고도 창의적인 대안으로 만들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을 느끼도록 해 주었다. 공교롭게도 G2(미· 중)정상들이 만나는 날 중국 GDP가 세계
· 2위임이 확인(중국 2010년 5조 8812억 달러, 일본보다 4789억 달러 초과 달성)된 이런 시점에, 앞서
소개한 박영준 차관의 강연과 오코노기 마사오 교수의 메시지를 겹쳐보니 내마음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섬광처럼 떠오르는 것을 막을수가 없었다.

그것은 한반도의 분단을 초래했던 과거 ‘일본제국의 패악한 역할’로부터 새로운 희망과 시대적 소명을
깨닫게하는 ‘거듭나는(born again) 일본의 역할’이 함께 점철되어 일어난 생각이었다. 단적으로 말해
한국분단(남북한)의 1차적인 책임은 무조건 ‘일본’에 있다. 1945년 8월 15일, 36년간의 일본압제 끝에
가까스로 해방을 맞았지만 급기야 얼마있지않아 당시 G2였던 미국과 소련의 전략적 협상(얄타회담)에
따라 우리의의지와는 아무 상관없이 남북으로 분단된 국가가 바로 우리 대한민국이 아니었던가.
이 어찌천인공노하고 통단할 일이 아니었던가.

당시 미국은 태평양 전쟁의 마지막 단계에 참전한 소련 스탈린 정부의 주장 즉 일본의 북해도를 달라는
소련의 요청(동해 진출 목표)을 무마하기 위해 패전국 일본의 안전과 미국 지배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
으로 일본의 북해도 대신 한반도 북쪽(38° 이북)을 소련에 넘겨 준것이 결국 한반도 분단의 비극을 초래
한 일이 되었다.

그때 당시 G2(미·소련)의 정략적 협상의 제물로 희생된 나라가 바로 우리 대한민국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와서 당시의 역사적 사실을 비난 일변도로만 취급하고 싶지는 않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
는 국제정치는 어쩔 수 없이 강대국 위주로 전개될 뿐만 아니라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보듯이
국제사회의 모든 외교는 적도 없고 아(我)도 없는 Frenemy(Friend+Enemy, 친구이자 적 관계, 미·중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미국 언론의 한 표현)현상이란 점은 본인도 인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과거시대 남북한 분단을 초래한 1차적 책임자인 ‘일본’을 무작정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본으로 하여금 21세기 한반도 통일을 위한 우호적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이러한 역사
적 오명의 그늘에서 스스로 벗어날 수 있도록 해 주는것이 한국의 입지를 강화하고 이 시대의 국제정세
(G2로 대변되는 미·중 양대패권세력의 기싸움)를 실리적으로 이용하는 한가지 방법이 되지않겠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곧 20세기 중반 G2(미·소)의 냉전적 협상(남북북단)에 악(惡)한 원인제공을 했던
일본이, 21세기초반 G2로 불려지는 현금의 미·중 사이에서 선(善)한 원인 제공(한반도 통일 공조전략)
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 되리라는 기대감이 생긴 것이다.

이 일은 또한 동북아 지역에서 중국의 급부상을 견제하는 실질적인 대안이 될뿐만 아니라 일본 자신에
게도 ‘잃어버린 20년’의 덫을 벗어나 중국에 제2 경제대국의 자리를 물려준 ‘일본의 한(恨)’을 회복하는
돌파구가 되리라 본다.

그럼 이러한 일본의 새로운 역할에 합당할 만한 조건들은 무엇일까?
예를들면, 과거사 문제해결 및 정리에 전폭적인 협조를 한다던가, 독도에 대하여 한국의 실효적 지배를
인정하고 그런다음 한국과 함께 동해 해저자원 공동개발의 길을 터는 일, 한중일 공동FTA결성과 통합
교통망(해저고속철도)건설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면서 한반도를 중추로하여 동양 3국(한·중·일)이 One
Body System으로 거듭나도록 만드는 일, 그리고 아직은 좀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장차 북한경제 개발
(에너지 및 인프라 건설, 제조산업기반 육성 등)에 한·중·일 공동컨소시엄으로 참여하는 일에 적극 동조
하는 일등이 한국과 함께 중국의 전통적 외교술책인 "求同存異" 전략에 편승하면서 한반도 통일에 기여하는 미래지향적 대안이 될만하다고 본다.

이것이 그저께 오코노기 마사오 교수의 메시지를 보고 느낀 솔직한 소감이며, 또한 박영준 차관이
언급한 '중국보다 일본과의 협력을 강조한 대목'에 대한 나의 건설적 제안이다. 이와 더불어 생각나는
대로 적어본 몇가지 단상들을 묶어 부록 (① 일본이 한반도 통일에 기여할 수 있는 몇 가지 방안,
②G2와 다극화 시대, 그리고 한국의 갈 길은?)으로 첨부해 드리오니 제위 여러분들의 혜량을 구하는 바
이다. 새해 들어 처음 전하는 "2011 신년단상" 위에 동지 여러분들의 깊은 이해와 하나님의 은혜가 임하
기를 기원해 본다.

(사)동북아공동체연구회 회장 이승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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