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트럼프에 돌직구 던진 학생 둘러싼 미국 한인회장들의 찬반공방
[수첩] 트럼프에 돌직구 던진 학생 둘러싼 미국 한인회장들의 찬반공방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6.08.13 0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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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네요. 내년에 장학금을 주고 싶어요. 한인회장님들은 이런 학생 찾아서 격려와 박수도 주고 등 두드려 주고 해야 하는 것 같은데.... 내 속이 다 시원하네요.”(남문기 전 미주총연 회장)

“이건 아니라고 봅니다. 재미한인이 한국의 입맛에 맞는 말을 했다고 한국 언론이 띄우는 것은 잘못이라고 봅니다. 재미한인들이 한국에 기울면 그만큼 주류사회 진입이나 또 미국 대통령이 되는 일은 점점 멀어진다고 봅니다.”(이철우 전 롱아일랜드한인회장)

8월11일, 미주 한인회장들이 참여한 카톡방에서 모처럼 신선한 설전(?)이 오갔다. 염인숙 동부플로리다한인회장이 카톡방에 올린 철지난 동영상이 발단이 됐다.

지난해 10월12일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뉴햄프셔주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하버드대학에 다니는 한국계 학생으로부터 ‘돌 직구’를 맞은 영상이었다. 트럼프는 노 라벨스(No Labels)라는 정치단체가 주최한 행사에 참가해 참가자들로부터 라이브 질문을 받았다. 그때 하버드대 경제학과 3학년생인 조셉 최(한국명 최민우)가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을 위해 아무 것도 부담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던 것이다.

트럼프는 “당신은 한국 사람이냐”고 물었고, 최 씨는 “텍사스주에서 태어나 콜로라도주에서 자랐다. 내가 어디 출신인지 관계없이 사실을 바로잡고 싶다. 한국은 매년 8억6,100만달러(약 9,800억원)를 지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내용의 지난해 동영상을 미국 대선을 3개월을 앞둔 지금, 염인숙 회장이 올린 것이다.

그러자 미주지역 회장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날카로운 찬반공방이 카방을 달궜던 것이다. 맨먼저 LA에 거주하는 남문기 전 미주총연 회장이 “내 속이 시원하다. 내년에 장학금을 주고 싶다”라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미국에 한인 대통령이 나오는 것도 이제 가까이 오고 있는 듯하다”라고 말하며 학생을 칭찬했다.

이에 뉴욕의 이철우 전 롱아일랜드한인회장이 견제구를 날렸다. 그는 “이건 아니다... 철없는 학생의 부적절한 질문을 한국 언론에서 띄운다고 미국 대통령 감 운운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반대의견을 밝혔다. 미국 한인들이 주류사회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발언을 가려서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그는 “한인들의 충성심을 의심받게 하기 쉽고, 차후 한인이 고위 관료로 임명되는 길을 막을 수 있다”라고도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가 조셉 최에게 한국이 지불하는 주한미군 주둔비를 ‘피넛’(peanut, 아주 작다는 뜻)라고 한 것에 대해서 이철우 회장은 “주한미군 주둔비용은 장비 비용을 포함 최소 150억달러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8억달러를 이야기하니까 트럼프가 피넛이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 말에 템파에 거주하고 있는 장익군 회장이 맞장구를 쳤다. 그는 “그 학생은 당당하게 질문했다고 생각하지만 유세하는 후보 입장에선 자기를 깎아내리려는 시도라고 봤을 것”이라며 이철우 위원장의 주장에 지지표를 던졌다.  이철우 위원장은 이에 힘입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한국과 한인사회에 많은 피해가 갈 발언을 한 것”이라며 “때와 장소를 가리는 최소한의 지혜는 있어야 한다”며 결론의 쐐기를 밖는듯 했다.

하지만 공방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이주향 전 대남부뉴저지한인회장이 “이철우 회장의 말에 동감하지 않는다"면서, "학생의 발언은 용감했고 훌륭했다. 한국인이 아닌 진정한 미국인으로 길러야 한다는 말씀도 어폐가 있다”고 다시 반박했던 것. 이주향 전 회장은 “학생이 틀린 정보 및 이야기를 한 것도 아니고 미국 대통령 후보로서 선거유세를 하는 자리라면 여러 각도로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이 동영상을 올린 염인숙 회장은 “상대가 듣고 싶어 하는 말 보다는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뜻을 두려움 없이 발언하는 용기가 기특하고 미국시민이지만 한국인이기에 자랑스럽다”고 다시금 쐐기를 박았던 것이다.

이 같은 공방을 보면서 미국사회의 성숙한 ‘디베이트’ 문화에 대해 생각했다. 궁금한 점을 당당하게 묻는 것이 미국의 문화요, 미국의 힘 아닐까? 악의적 비난은 나쁘지만, 건설적 비판은 바람직한 것이다. 오랜만에 접하는 미주한인회장들의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디베이트였다. 

기자는 트럼프의 어프렌티스(Apprentice)라는 TV 리얼리티 쇼를 애청한 바 있다. 끊임없는 질문과 논쟁이 프로그램의 핵심이요, 프로그램이 7 시즌까지 지속됐던 원동력이었다. 트럼프 회사에 견습생으로 들어간 사람들은 자신의 주장을 정확하게 말해야 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일이라면 자신의 팀원들을 설득해야 한다. 이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진행했던 도널드 트럼프가 과연 한국계 학생의 반박에 꼭 기분 나빠했을까? 미주지역 한인회장님들의 또다른 건설적 공방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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