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국 미래, 대담한 규제개혁에 달렸다
[칼럼] 한국 미래, 대담한 규제개혁에 달렸다
  • 이종환 기자
  • 승인 2016.08.21 16: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국의 적기법(赤旗法)...자동차 산업 독일에 뒤지게 만들어
▲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발행인

19세기 후반 영국에는 ‘적기법(赤旗法)’이 있었다. 당시로서는 첨단기술인 증기기관 승합버스가 새로 선을 보이자 승객을 빼앗길 것을 우려한 마차운송업자들이 후원해 만든 법률이었다. 

이 법률은 증기기관 승합버스의 최고 속도를 시속 6km 정도로 제한했다. 나아가 붉은 깃발을 든 사람이 반드시 승합버스 앞에서 먼저 걸어가면서 위험물이 접근한다고 주변에 알리도록 규정했다. 영국 자동차산업이 독일 등 후발주자에 뒤쳐지게 만든 원인이 이 법률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의 글을 본 것은 일본 오사카에서 인천공항으로 들어오던 비행기 안에서 였다. 그날 일본경제신문은  ‘산업혁명 4.0이 여는 미래 … 현명한 규제로 신기술 보급촉진을’이라는 제목의 긴 사설을 실었다. 특히 올해 박근혜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서도 언급된 ‘산업혁명 4.0’이라는 용어가 신선한 느낌이어서 눈길이 갔던 것이다.

“새로운 산업혁명의 문을 열기에는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특별한 기술이라고 해도 각종 규제와 기존산업의 저항이 기술보급을 방해해서는 큰 비약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작한 사설은 기술혁신이 빛을 보기 위해서는 이 기술을 받아들이는 사회적 룰 만들기와 규제개혁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과 규제가 서로 맞물려서는 비즈니스로 빛을 보기 어렵다며, 유투브와 비슷한 동영상 자유기고 사이트의몰락사례를 예로 들었다.

유튜브는 지금 세계에서 10억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고 일본에서도 이용자가 4천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 유튜브가 일본에 상륙하기 직전, 일본에서는 한국 KT와 비슷한 일본의 NTT도, 그리고 일본 야후도 이와 비슷한 서비스를 시작했다.하지만 이 같은 시도는 비참한 좌절로 귀결됐다. NTT와 일본 야후에는 사람들이 참여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유는 기술력이 아니라 일본과 미국간 저작권법 적용 방식의 차이 때문이었다. 미국에서는 저작권법 위반 신고가 들어오면 사이트에서 지우면 되고, 이 경우 유튜브 등 사이트운영회사는 원칙적으로 책임이 없다. 하지만 일본은 이 점이 법에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본야후 등은 자체 검열에 나서서 위법 소지가 조금이라도 있어 보이는 것은 씨를 말리듯 삭제해 나갔다. 결과는 뻔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컨텐츠가 사라졌고, 방문객도 함께 떠났다는 것이다.

한국도 그런 점에서는 일본 못하지 않다. 논란을 거듭해온 공인인증서나 본인확인 등도 그런 부류다. 기자는 해외출장 때 호텔 예약을 위해 호텔스닷컴이나 익스피디아를 이용한다. 예약도 편하고 결제도 편하다. 하지만 한국의 사이트를 이용하려면 복잡하기 짝이 없다. 

인터파크 투어에서 항공권을 예약하거나 코레일사이트에서 기차를 예약해보라. 기재해서 올려야 할 것도 많고 본인인증을 거듭 받아야 하는 경우까지 있다. 본인명의의 핸드폰이 아니면 본인인증도 무척 어렵다.나아가 ID와 패스워드까지 일일이 기억해야 하고, 이를 찾아내려면 한참을 허비해야 한다. 이메일 하나로, 신용카드 번호 하나로 간단히 해결하는 해외사이트와는 너무 차이가 난다. 

한국도 ‘산업혁명 4.0’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규제의 산을 넘어야 한다. 규제는 양날의 칼이다. 게임을 룰을 지키게 하는 것도 규제이지만, 게임의 룰을 무너뜨리는 부정부패와 공무원 비리도 같은 뿌리에서 나온다. 심지어 다음세대의 먹거리 개발을 막을 위험도 있다. 일본신문 사설은 규제 개혁에 대해 ‘깊이 고민한 위에서의 대담함’을 당국에 주문했다. 우리도 같은 생각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