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Garden] 샌디에이고대학교 신입생 환영식
[Essay Garden] 샌디에이고대학교 신입생 환영식
  • 최미자 미주문인협회 회원
  • 승인 2016.09.05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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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학교는 한국의 봄 학기 개강과 달리 대학마다 조금씩 날짜가 다르지만 매년 8월의 마지막 주이거나 9월 초에 새 학년이 시작한다. 샌디에이고 심장부를 동서로 지나는 고속도로 8번에는 대학로(College Ave)라는 길 곁에 우뚝 서 있는 문리과대학(Art and Letters)의 새 건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College 길과 교차하는 몬테주마(Montezuma Rd) 길에서 다시 만나는 Campanile Drive 길이 샌디에이고 주립대학교(SDSU)의 정문이다.

시내버스가 자주 다니지 않아 각자 자가용을 지녀야하는 샌디에이고는 살기에 불편한 점이지만, 2005년 시에서 대학교를 위하여 세 번째로 설치된 초록색 전차 선로(Green Line)가 생겨 편리해졌다. 아직 타보지는 못했지만 나는 고속도로 곁에 나란히 지나가는 빨간 전차(Trolley)를 볼 때면 기분이 좋다.

내가 이민 왔던 1980년대에는 대학근처가 지저분하고 오래 된 건물로 허술했는데, 그동안 재건축을 계속 하더니만 놀랍게도 자랑할 만 한 대학교로 변신했다. 해마다 등록금이 치솟으며 이 공립학교가 더욱 인기를 끄는 것 같다.

나는 지난 금요일(8월 26일) 밤 아담한 학교 광장(Hepner Hall)에서 진행되는 신입생 환영식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학교에서 주최해주는 새 학기 전야제 축하 행사에 참여하려고 동과 서쪽 길에 있는 숙소에서 자연스럽게 줄을 지어 많은 학생들이 걸어 나오는 광경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스무 살 전후의 학생들의 질서의식은 대단했다.

▲ 샌디에이고 대학 Hepner Hall Bell 광장.
이 광장은 역사적인 유적지이자 학교의 상징인 로고가 된 스페니식 건물이다. 오래전 문리과 대학으로 사용되었으며, 1935년에서 1952년까지 업적을 남긴 총장(Walter R. Hepner)을 기려 넣은 건물이다. 건물에 달린 종은 일 년에 한번 졸업식 행사 때만 친다고 한다.

지난 11월에 마감된 응모자는 8만3,000명이 넘었다. 그중에서 약 삼만 명쯤 되는 신입생과 전학 온 여러분들이 올해엔 뽑혀왔다며 행사 담당자는 축하 말과 함께 발표했다. 학생들의 성적도 3.7 이상이어야 하고 SAT는 1250점 정도이니 거의 수재들이다. 대학원생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한다.

샌디에이고 주립 대학(SDSU)은 1897년 현재 샌디에이고 통합 교육구 청사가 있는 자리에서 정규학교(San Diego Normal School)로 시작되어 초대 총장 Samuel Black(1898–1910)이 헌신했고, San Diego State Teachers College(1923-1935)로, 또 San Diego State College(1935-1972)로, California State University(1972-1974)에서 샌디에이고 주립대학교(SDSU)로 명명 개정되었다.

▲ 올해 샌디에이고 대학에 3만명의 학생들이 선발됐다.
샌디에이고 카운티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대학교이다. 교정에는 1차 세계대전을 비롯하여 한국전과 베트남 전쟁에 희생되어 안타깝게 청춘의 꿈을 펼치지 못한 동문 전사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기념비가 서있다.

한국의 대학생들이 과음과 흡연으로 환영파티를 여는 것과 달리 단정해 보이는 모든 대학생들은 담배를 물거나 술병을 들거나 하지 않았다. 네 대의 경찰차와 여러 명의 순경이 멀리 서 만약을 위해 대기할 뿐이었다. 밤 9시부터 약 한 시간 특설 무대에서 치어리더들의 춤도 보여주는 환영식을 마치고 밴드부가 앞장을 서 행진하며 학생들은 놀이터로 향했다. 나는 그 때서야, 놀이터에서 보았던 유난히도 큰 플라스틱 놀이기구가 초저녁부터 잔디밭에 설치되는 이유를 알았다.

▲ 학생들이 놀이기구에서 노는 모습.
놀이기구에서 재주를 부리며 신나게 노는 젊음을 바라보며 우린 배꼽을 쥐었다. 새벽 1시까지 진행되는 환영의 밤은 주말인 삼일동안 계속되었다. 2,000명쯤 되는 대학생들의 조용한 질서에 난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행사 길 곁에는 작은 표지판이 서있다. ‘학생들이 귀가 할 때는 동네 주민들의 수면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용히 돌아가 달라.’는 학교 측의 짧은 부탁이 있을 뿐이었다. 교정의 오른쪽에는 1971년에 개원된 도서실(Malcolm A. Love Library)이 환하게 불을 밝히고 수업이 시작되는 월요일을 기다리며 웅장하게 서있었다. 또한 지금도 동문을 비롯하여 많은 기부자들이 교육과 대학교의 발전을 위하여 크고 작은 돈을 후원하고 있다.

나는 삼십 여년 이곳 동네에 살아가며 미국이라는 나라를 체험한다. 총질을 함부로 하는 망나니도 있지만, 법과 질서를 지키는 시민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다고. 또한 이처럼 내가 본 대학생들은 인류를 지키며 이끌어갈 미래의 지성이고 좋은 지도자들일 것이다.

▲ 신입생 환영식 무대.
하지만 다음날인 토요일 밤, 우리가 돌아오는 길에는 어이없는 일도 당했다. 대학로 길을 빠져 나오는데 신호를 기다리던 바로 앞의 구급차가 갑자기 불법으로 유턴하고 떠나 당황했는데, 어디서 경찰 오토바이가 튀어나와 우리차를 세우라고 했다. 딸이 운전하고 남편과 내가 함께 차를 타고 있었지만 처음 당하는 일이라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경찰은 손전등으로 우리 얼굴을 비추면서 우리자동차가 불법 유턴을 했다는 것이다. 그가 멀리서 잘못보고 말하니 억울하고 불쾌했지만, 미국에서는 절대 경찰에게 반항하는 태도를 보이면 안 된다. 우린 유턴을 하지 않았고 대학교에서 나오는 길이라고 말했더니, 그러느냐며 요구한 딸의 신분증을 본 후, 좋은 말로 미소를 지으며 우리차를 보내주었다. 들떴던 기분을 잠시 망쳐버린 밤이었지만, 늘 운전을 조심하라는 경고로 우린 받아드렸다.

최미자의 미주문학서재 http://mijumunhak.net/mija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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