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엘러지'와 '애프터 유(After You)', 그리고 '내가 먼저'
'땅콩 엘러지'와 '애프터 유(After You)', 그리고 '내가 먼저'
  •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발행인
  • 승인 2016.09.14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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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우리 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들까?
▲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발행인

-땅콩 먹어도 될까요?
“?”
-혹 땅콩 엘러지가 있나요?
“아....No!”

처음엔 뭔지 몰랐다가 나중에야 의도를 눈치챘다. 워싱턴에서 달라스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였다. 스포틱한 차림의 40대 후반 여성이 옆자리에 앉았다. 그는 이렇게 물은 후 가방에 넣어온 땅콩을 꺼냈다. 땅콩인줄 알았는데 꺼낸 것을 보니 아몬드였다.

기자는 이번에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의 투자환경 설명회를 주관하기 위해 뉴욕과 워싱턴을 다녀왔다.일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달라스로 가는 비행기안에서 일어난 해프닝이었다. 이 짧은 대화를 끝으로 더 이상 얘기를 주고 받지는 않았지만, 여운이 길었다. 비행기를 타기 전에 읽은 칼럼 하나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MB 정부때 국무총리를 지낸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중앙일보에 기고한 칼럼이었다. ‘한국 경제, 새로 시작하자’가 제목이었다. 국무총리 퇴임후 동반성장연구소를 열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과 동반 성장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그는 칼럼에서 “국내의 어려움에서 세계적 대불황까지 한국경제는 이중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면서 자신의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은사인 조순 교수의 논문에 바탕해 경제적 기반과 경제외적 기반으로 구분해 조명했다. 경제적 기반이란 ①생산에 필요한 노동력과 자본의 원활한 수요와 공급 ②높은 수준의 과학기술 ③부와 소득분배의 형평 ④투자와 저축의 균형. 경제외적 기반은 ⑤국민의 지성과 덕성을 닦는 교육 ⑥강하고 유능한 정부와 이를 뒷받침하는 정치 ⑦경쟁과 협력이 조화를 이루는 사회질서, ⑧좋은 전통과 관습이 자라는 문화라는 것이다.

항목별로 거론하며 문제점을 지적한 그는 “한국경제의 지속 발전을 위해서는 근본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중에서도 “무한경쟁이 판을 치고 남에 대한 배려는 사라진 사회에서 상생의 협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말과 “정상적인 사회라면 정직, 정의감과 자기 성찰이 가장 본받을 만한 생활 방법이어야 하지만 우리는 아직 그런 전통을 확고하게 세우지 못했다”는 지적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사실 미국을 돌다보면 머쓱해지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다. 엘리베이터를 탈 때나 어떤 줄을 설 때에도 ‘애프터 유(After You)’라는 몸짓을 흔히 만난다. 주변에 대한 배려다. ‘내가 먼저’에 익숙한 문화와는 다르다. 하지만 남에 대한 사소한 관심과 배려가 공동체를 따뜻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 ‘땅콩 엘러지’ 있는지 물은 것을 두고, 너무 많이 생각한 게 아닌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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