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117] 변월룡
[아! 대한민국-117] 변월룡
  • 김정남 본지 고문
  • 승인 2016.09.24 0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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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변월룡(1916~1990)은 한국계 러시아 국적의 화가이다. 1916년 연해주에서 태어나, 1937년 가족과 함께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하였다. 한때 3년 동안 가족들의 생사를 몰랐던 적도 있었던 고려인으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그에 있는 레핀 아카데미에서 미술교육을 받았고, 그 곳에서 화가이자 교수로 일생을 보냈다.

1950년대 초 당시 러시아 최고의 미술교육 기관인 레핀 아카데미 교수로 일하던 그는 소련 문화성의 명령에 의해 1953년 7월부터 북한에 파견되어 평양미술학교(현재 평양미술대학) 설립에 참여, 북한 현대미술의 토대를 세웠다. 한반도가 분단되는 과정에서 북쪽의 리얼리즘 미술을 이끌어 준 고려인 화가라는 점이 특히 주목 받는 대목이다.

북한에 머문 1년 3개월 동안 그는 평양미술학교를 재건하고 있던 김주경, 문학수 같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간 월북화가들을 성심으로 지도하였고, 또한 많은 미술 작품을 남겼다. 그는 특히 초상화에 뛰어났다.

월북문화 예술인으로 소설 「대동강」의 한설야, 「두만강」의 이기영, 「근원수필」의 김용준, 전설적인 무용가 최승희, 그리고 평범한 북한 소녀를 그린 ‘빨간 저고리’의 소녀 등은 그 자체가 명작이며 동시에 우리 미술사의 또 하나의 기록이다.

미술평론가 유흥준에 의하면 그의 초상화는 배경과 포즈는 물론이고 얼굴의 각도, 눈빛의 표현을 통해 그 인물의 내면적 특징까지를 깊이 있게 포착해 내고 있다고 한다. 그는 당시 북한의 사회상을 생생히 전해주는 ‘대동강변의 여인들’, ‘모내기’같은 작품을 그렸는데, 이들 그림은 이발소 그림 같은 통속성을 예술로 승화시켜 친숙감을 더해주고 있다. 특히 군복을 벗어 던지고 하얀 팬티 바람으로 군 트럭에 오르는 ‘판문점에서의 북한포로 송환’은 다시 볼 수 없는 희대의 역사기록화라고 할 수 있다.

변월룡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마치고 레핀 예술학교로 복귀하여 75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작가 생활을 이어갔다. 귀국 후에도 초상화에 열중하여 「닥터 지바고」의 작가, 파스테르나크가 외투를 걸치고 집필하는 모습을 그린 명작을 남기기도 했다. 이런 변월룡이었지만 남(南)에서는 그가 적성국가 소련의 화가여서 널리 알려질 수 없었고, 북(北)에서는 그가 북한으로의 영구 귀화를 거부했던 탓으로 그의 이름이 이내 지워졌다.

그러나 변월룡은 끝까지 고려인이기를 원하여 러시아 이름으로 개명하지 않았고, 어머니의 초상화에서는 항아리 옆에 ‘어머니’라고 한글로 써 넣었다. 비록 다시 조국 땅을 밟지 못하였으나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조국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고, 자주 고향 연해주(블라디보스톡)을 찾았다.

변월룡을 다시 조명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은 2016년 3월 3일부터 5월 8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한국 근대미술 거장전’의 첫번째 시리즈로, 화가 탄신 100주년을 맞아 열린 대규모 회고전, ‘변월룡전’이었다. 이 전시회는 사실주의 회화가 한국 현대회화에서 어떤 역할을 차지했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기회였다. 그리고 변월룡이라는 고려인 화가를 한국회화사에 뚜렷하게 각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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