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최남단 라면집 운영하는 윤서호 씨
지구 최남단 라면집 운영하는 윤서호 씨
  • 월드코리안
  • 승인 2011.01.3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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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남쪽 끝 마젤란 해협에 위치한 인구 12만의 도시 푼타 아레나스. 아르헨티나의 우슈아이아와 더불어 '지구 최남단 도시' 타이틀을 달고 다니는 이곳에 한글 간판을 단 한국 라면집 '신라면집'이 자리잡고 있다.

지구에서 가장 남쪽에 있는 한국 식당인 셈인 이곳은 푼타 아레나스에 살고 있는 단 세 명의 한인 가운데 한 명인 윤서호(52) 씨가 지난 2008년 문을 연 곳이다.

 

미국, 캐나다에서 수산업을 하다 2004년 칠레로 이민 와 왕게, 성게, 소라 등을 한국에 수출하는 윤씨는 "칠레 먹거리를 국내에 들이는 일을 하다 보니 한국 먹거리가 전혀 없는 이곳에 한국 식품을 상륙시켜 팔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식당 문을 열게 된 계기를 말했다.

처음에는 국내 라면업체와 접촉해 라면을 수입해 현지 대형 슈퍼마켓에 납품하는 일부터 하게 됐는데 직접 신문과 TV 광고까지 하며 '한국 라면 알리기'에 나섰지만 현지인들이 한국 라면의 매운맛에 익숙하지 못한 탓에 어려움이 많았다.

결국 여러 사정으로 납품은 중단하고 "소비자에게 파고들어가 맛을 알리자"는 생각에 직접 식당을 열게 된 것이다.

현재 식당에서 먹을 수 있는 메뉴는 계란을 풀어넣은 일반 라면과 자장 라면, 삼각김밥 세 가지다. 처음에는 여러 종류의 봉지라면을 그대로 끓여 팔았는데 수급이 여의치 않아 면은 현지 라면으로 대체하고 한국에서 공수해온 수프를 배합하고 채소와 고기를 넣어 자체 라면을 선보이고 있다.

윤씨는 "현지인들은 우리처럼 화끈한 매운맛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단맛이 들어간 것을 좋아한다"며 "기호에 맞게 매운맛을 조절해서 끓여주는데 이쯤 되니 단골이 아니라 '중독자' 수준의 현지인 손님도 꽤 있다"고 말했다.

식당 안에는 한국산 봉지라면과 컵라면, 한국 과자 몇 종류를 진열해놓고 팔기도 하는데 최근 자금난으로 많이 들여오지 못하다 보니 말 그대로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인기가 높아지면서 현지 언론에도 여러 번 소개됐다.

손님의 80%는 현지인이지만 이곳은 푼타 아레나스를 들르는 한국인들이 꼭 들르는 곳이기도 하다. 식당의 벽과 천장에는 우연히 이곳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들어와 라면을 먹은 한국 여행객들이 남긴 메시지가 빼곡하게 차 있다.

그는 "푼타 아레나스를 지나는 한국인들 70%가 우리 식당에 들렀다 간다"며 "남극으로 가는 길목이라 세종기지 대원들은 물론 얼마 전 남극점에 도착한 산악인 박영석 씨 등도 들러 라면을 먹고 갔다"고 말했다.

지구 반대편까지 오느라 한국 음식이 그리웠던 여행자들에게 이곳의 얼큰한 라면국물맛은 향수를 달래주기에 충분한데 오랫동안 한국을 떠나있던 윤씨에게도 식당을 찾은 한국 손님들이 무척 반갑다.

윤씨는 "이곳을 운영하면서 정말 갖가지 사연을 갖고 지구 반대쪽 땅끝으로 온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게 큰 기쁨"이라며 "관광객들이 오는 12~2월 여름 시즌이 끝나면 한국말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주업인 수산업을 하는 틈틈이 혼자서 조리법을 개발해가며 라면집을 운영해온 윤씨는 "한국에 있는 아내와 아들이 올해 칠레로 올 예정"이라며 "손맛이 좋은 아내가 오면 한국 음식 알리기에 큰 힘이 될 것 같다"며 함박웃음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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