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훈장 받은 이들의 감동적인 삶, 널리 알려야
[칼럼] 훈장 받은 이들의 감동적인 삶, 널리 알려야
  •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6.10.23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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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우 이사장의 국민훈장 석류장 수훈을 보고...

▲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객원논설위원
파격으로 노벨문학상까지 줬는데도 상 받은 팝가수 밥 딜런이 고마워하기는커녕 연락 전화도 받지 않고 있어서 스웨덴한림원이 곤혹스러워 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본 것은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였다. 나리타를 거쳐 워싱턴DC로 가는 유나이티드 에어라인(UA)에 올라 받아든 일본신문에 실렸던 것이다. ‘천성인어(天聲人語)’라는 아사히신문의 인기 칼럼에 실린 글 내용을 인용하면 이렇다.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정해진 지 오늘로 1주일이 됐으나, 당사자인 밥 딜런(75)은 침묵하고 있을 뿐이다. 선정자인 스웨덴한림원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전화하고, 가까운 사람한테도 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당사자로부터 아무런 대답이 없다. ‘접촉을 시도했지만 이제 그만두기로 했다.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우호적인 대답을 들어 그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는 것이 한림원 사무국장이 금주 라디오에서 밝힌 말이다. 상을 받아도 가볍게 기쁨의 회견을 갖지 않는 것이 미덕이지만, 반골기질을 발휘해 끝까지 수상을 거부하는 것도 밥 딜런다운 일인지 모른다.”

이 글을 보면서 일전에 만난 손석우 (사)해외동포책보내기운동협의회 이사장의 얼굴을 떠올렸다. 손 이사장은 지난 10월5일 세계한인의 날에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다. 수훈 축하를 겸해서 서로의 사무실 중간쯤에 있는 영동시장 입구 김치찌개집에서 만났던 것이다.

그는 올해 ‘7학년3반(73세)’이라면서, 이번 훈장은 자신의 은퇴시기를 말하는 시그널이 아닐까라고 해석을 했다. 손 이사장이 책을 모아 해외 한인동포사회로 보낸 것은 이미 십수년째이고, 보낸 책 권수도 지난해 이미 100만권을 훌쩍 넘었다.

중국에도 자주 보내는데 지난해에는 천진으로 책을 보냈다가 왕복 물류비까지 물어주고 되돌려 받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책을 받아 한국학교 측에 전해주겠다고 호기롭게 나선 측이 막상 천진세관에서 책 통관을 못해 결국 되돌려 보내왔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는 인쇄물 통관이 까다롭기 짝이 없다.

이런 우여곡절들을 겪으면서도 그는 해외한인사회에 책을 보내는 일에 천직처럼 매달려왔다. 필자도 수년전 경기도 안성에 있는 그의 책 보관창고를 참관한 일이 있다. 당초 해외로 보낼 책을 종이박스에 넣는 작업을 돕자고 갔으나, 워낙 책이 무겁고 일도 힘들어 ‘참관’으로 끝냈던 기억이 새롭다.

이 힘든 일을 손이사장은 ‘돌쇠일’이라고 부른다. 돌쇠같이 힘을 써서 하는 일이라는 뜻이겠다. 그리고 그 창고 일을 돕는 해외동포책보내기운동협의회 회원들을 그는 ‘돌쇠들’이라고 부른다. 이 같은 돌쇠일을 늘상하는 덕분인지 그와 팔씨름을 해서 필자가 이겨본 적이 없다. 아마 강남대로를 활보하는 20대의 팔팔한 젊은이들 가운데서도 과연 그를 이길 사람이 몇이나 나올지 궁금할 정도다.

그는 이 돌쇠일을 하면서도 얼마 되지 않는 ‘부동산 임대료 수입’까지 톨톨 털어 넣어 집살림을 꾸리는 부인한테 늘 미안한 심정이라고 한다. 그런 그에게 ‘국민훈장 석류장’은 그간의 삶을 인정받았다는 의미가 있었음에 분명하다. 이처럼 상이나 훈장은 받는 사람은 물론이고,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한테도 같은 의미를 가질 때 진실로 가치가 있지 않나 싶다.

올해 10월5일 세계한인의 날에는 세계한인사회에서 뜻 깊은 일을 한 98명이 훈장과 표창을 받았다. 모두 손이사장처럼 감동이 있는 상이나 훈장이었기를 바란다. 그런 점에서 훈장을 주는 우리 정부한테 부탁할 말이 있다. 상과 훈장을 누가 받는지 국민들에게 적극 홍보를 하라는 얘기다. ‘상과 벌’은 나라가 할 수 있는 간단하면서도 중요한 사회계도의 일이다. 자고로 상벌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고 한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 내년에는 정부포상자 명단이 신문광고에 크게 실리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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