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수의 문화칼럼] “참 나쁜 인연”
[안영수의 문화칼럼] “참 나쁜 인연”
  • 안영수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 총장
  • 승인 2016.11.2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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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영수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IGSE) 총장.

총장으로 취임해 집무실에 처음 들어가 눈에 띈 것은 조그만 액자였다. 세로로 쓰인 글은 “人生은 작은 인연들로 아름답다”였다. 피천득 선생 서거 7주년을 맞아 그를 그리워하는 후배문인, 제자, 일반 독자들이 말하는 선생의 삶과 문학을 한권의 책으로 엮은 문집 제목이니까 그리 오래된 액자는 아닌 듯 했다. 피천득 선생의 말씀과 같이 ‘인연’이란 말은 아름답다. 왜냐하면 우리의 인생은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에서 시작된 관계로 ‘작은’ 인연 혹은 ‘큰’ 인연의 고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성장하면서 혈연을 비롯해 학연, 지연, 그리고 각가지 인연의 고리에 원치 않아도 끼어들게 마련이다. 우리들의 인생은 이러한 인연들의 연속이다.

시인 서정주 선생은 ‘자화상’이란 시에서 “나를 키운 건 8할이 바람”이라고 고백했지만, 크고 작은 인연들이야말로 나를 키웠다. 초·중·고등학교를 비롯해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아름다운 인연이 있어 오늘의 내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인연’이라는 단어 앞에는 항상 ‘아름다운’이란 형용사가 따라다니는 것으로 생각해 왔다. 또, 우리가 태어나면서부터 배워야 할 것은 바른 인성(人性)을 바탕으로 사람들과 서로 도움이 되는 선한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만약 상대방을 자기의 이익을 위해 이용할 생각만 한다면 그 관계는 인연이 아니라 ‘악연(惡緣)’이다.

2016년 가을 대한민국의 국민을 좌절과 분노로 몰고 간 ‘최순실 게이트’는 바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의 ‘악연’이 빚어낸 최악의 스캔들이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최태민이 불의에 어머니를 잃어 공황상태에 빠진 박근혜 당시 영애에게 접근해 악연이 시작됐다고 한다. 사기꾼 같은 최태민과 일가는 박근혜씨를 이용해 엄청난 부를 축적했고, 그가 대통령이 된 후에는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국정에 최순실이 개입했다는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어 그야말로 국민은 멘붕 상태에 빠졌다.

작금의 국정파탄 사태를 몰고 온 대통령의 심리 상태는 어떤 것일까? 어떤 외국 언론은 이번 사건을 보도하며 대통령을 ‘최순실의 꼭두각시’라고 부르고 있다. 어떤 정신과 전문의는 대통령이 “리플리 증후군, 공유정신장애 등을 의심할 수 있으며 의존인격경향도 보인다”고 말했다. 리플리증후군은 어떤 큰 충격적 사건을 당하고 나서 현실세계를 부정하고 허구세계를 진실로 믿는 것이다. 공유정신장애는 외부와 동떨어진 사람들끼리 비슷한 망상을 나눠 갖는 것을 말한다.(코메디닷컴/Daum) 흉탄에 어머니를 잃은 박근혜 씨는 최태민의 마수에 걸려들었고, 5년 뒤 아버지마저 최측근에 저격당하자 오랫동안 최씨 일가와 망상을 나누다보니 고착화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전문의는 “의존성 인격장애는 아닐지라도 의존성 인격경향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것은 주변 사람에게 지나치게 매달리고 의존욕구가 거절될까봐 두려워 다른 사람이 무리한 요구를 해도 순종적으로 응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신과 의사들은 최태민이 부모를 잃고 고립무원(孤立無援) 상태에 있는 박근혜씨를 이용했고, 전두환 정권 이후 오랫동안 칩거 생활을 하면서 그녀의 인격 형성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리했다.

정신과 의사의 진단을 확인이라도 하듯이 오늘 텔레비전에는 “최선생님에게 컨펌(확인) 했나요?”라는 자막이 붉은 글씨로 화면을 채웠다. 패널들은 제각기 어떻게 자기보다 네 살이나 어린 최순실에게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쓰느냐고 설왕설래했다. 국문과 졸업생들은 내게 ‘교수님’이라고 부르지 않고 언제나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속으로 왜 그럴까 하고 의아한 적이 있었다. ‘교수’라는 호칭은 단순히 대학에서 학문을 가르치는 직업인을 가리키고, ‘선생’은 학문과 아울러 도덕적으로 자기보다 높은 사람을 부르는 호칭으로 나름대로 정리했었다.

여자 대통령으로서 필요한 의상이나 장신구 등의 도움을 받는 일이라면 최순실이 필요했을 수 있다. 그러나 국가 정책을 결정을 하고, 외국 순방 전에 국무회의를 할지 말지를 물었다는 보도에는 어이가 없다. 정말 박근혜 대통령이 ‘의존적 인격장애’ 환자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든다. 그런 사람이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되고, 최순실이 대통령을 뒤에서 조종해 국정을 파탄 나게 한 두 사람의 인연은 ‘참 나쁜 인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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