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교육 체험수기-2] “한국이 좋아요”… 이란에 꽃피는 한국어와 한국문화
[한국어교육 체험수기-2] “한국이 좋아요”… 이란에 꽃피는 한국어와 한국문화
  • 김남연(테헤란세종학당, 테헤란한글학교 교사)
  • 승인 2017.01.04 09: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편집자 주: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총장 박창식)는 국내외 다양한 교육 현장에서 활동하는 한국어 교사들의 생생한 체험 사례와 현장의 열기를 널리 알리고 함께 나누기 위해 매년 한글날을 기념해 체험수기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가 주최한 ‘제7회 국내 및 해외 한국어 교육자 체험수기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들 중에서 해외 한국어교육자들의 우수작품들을 육효창 한국언어문화학과 교수(국제언어교육원장)의 협조를 통해 편집·연재한다.

제7회 국내 및 해외 한국어 교육자 체험 수기 공모전 수상작(세종학당재단 이사장상)

김남연(이란 테헤란세종학당 한국어교사, 테헤란한글학교 교사)

1. 이란 테헤란에 살면서

이란과 한국은 멀지만, 테헤란은 한국의 서울과 사계절이 같다. 산에 나무가 없는 테헤란의 맑고 드높은 가을하늘을 보면 한국의 산마다 붉게 물든 단풍나무들이 그리워진다. 이란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한국과 이란의 사계절이 같다고 이야기하면 학생들이 신기해한다. 이란 문화와 다른 한국문화를 설명하면 학생들 눈이 더욱 반짝인다. 수업이 끝날 때쯤이면 “선생님 한국에 꼭 가보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이란에서 사계절마다 바뀌는 한국의 하늘과 바람을 그리워 한지도 벌써 20년이 다 되어 간다. 한국으로 유학을 간 학생들은 계절마다 안부인사와 함께 예쁜 사진을 찍어서 보내 준다. 이란인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테헤란에 살면서 하나뿐인 딸과 함께 바쁜 생활을 하다 보니, 이란과 한국 두 개의 나라를 가슴에 품고 살게 됐다.

교민 대부분이 테헤란에 살고 있지만 500여명이 넘지 않는다. 외국인 이민을 따로 받지 않는 이란에서는 국제결혼을 하고 이민 와서 살고 있는 교민들과 2세들이 이란 교민사회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란 사회구조상 대부분 가족들과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데 앞으로 딸이 자라면서 이란어로만 대화를 하고, 이란 학교생활을 한다면 한국인의 정체성을 심어 주고 한국어로 대화를 하는 것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 한국어를 공부한 딸과 한국어를 모르는 교포 2세들을 보며

남편과 상의해 딸에게는 한국 교육제도가 여러 가지로 낫다고 판단해 테헤란 한국학교에 딸을 입학시켰다. 이란에서 태어난 교포 2세 중에서 최초로 딸을 테헤란 한국학교에 입학을 시킨 것이다. 테헤란 한국학교는 학생 수가 적고 한국에서 파견 온 훌륭한 교사들과 영어로 수업하는 이란 교사들도 많아 학부모와 학생들을 모두 만족시켰다. 대부분 교민들은 영어를 배운다는 미명하에 학비가 비싼 영국, 프랑스 학교와 국제학교에 자녀들을 보냈다. 교민들 중에는 남편이 이란 사람인데 딸을 한국학교에 보내는 것을 의아해했다.

한국학교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운 딸과 한국어로 대화하면서 많은 기쁨을 느꼈다. 학부모 임원 일을 하면서 교육제도와 학생들의 교육 활동에도 많은 관심들을 갖게 됐고, 한국어를 배우지 못한 교포 2세 자녀들 교육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집에서는 이란어와 한국어를 사용하고 학교에서는 영어와 한국어를 배운 딸은 한국학교를 졸업하고, 테헤란 국제 중·고등학교에서 최상위권을 유지하면서 적극적으로 학교생활을 했다. 딸의 학교생활을 지켜 본 다른 학부모들이 한국학교에 2세를 입학시키기 시작했고, 지금은 교포 2세들의 많은 수가 한국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다.

3. 테헤란 한글학교와 함께 하면서

테헤란 한국학교는 초등학교밖에 없어 이미 자란 자녀를 둔 많은 교민들이 교포 2세들에게도 한국어를 가르쳐 달라고 요청했다. 한인회와 대사관과 한국학교의 협조 하에 테헤란 한글학교가 개설됐다. 하지만 교포 2세 자녀들은 교통여건과 이란 학교 수업 등으로 인해 평일 오후에 하는 한글학교 수업에 등록할 수 없었다. 한글학교 수업은 거의 이란 대학생들 중심으로 이뤄졌다.

나는 한인회 회의를 통해서 대사관과 학교측에 교포 2세 자녀들이 제대로 된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한인회에서 한글학교를 운영할 수 있는 대책들을 함께 세워 보자고 제안했다. 대사관과 한인회, 한국학교 협의를 통해 2013년 1월부터 테헤란 한글학교 교장 직을 맡았다. 학교 수업이 없는 이란 주말인 목요일 오전 9시30분부터 12시30분까지 3시간 수업하기로 하고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모집했다. 국제결혼을 한 교민들 중 2세 자녀를 위해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다고 하는 학부모들도 있어서 38명이 등록했다.

테헤란 한글학교가 발전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도서관이 중요하다는 홍보를 하자, 많은 교민들이 집에서 소장하고 있는 귀한 한국 책들을 한글학교로 보내줬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주재원들은 책장과 함께 많은 책들을 기증하면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교포 2세들을 격려했다.

한글학교 교장 직을 맡아 교사들과 함께 학생들을 연령별로 분류하고 4개 반을 만들었고, 교사들과 수업계획에 대해서도 많은 논의를 했다. 2013년 3월 초에 대사관과 학부모들이 참가해 입학식을 열었고 한글학교 수업을 시작했다. 학생들은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직장인까지 다양했고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한국어를 가르치기에 앞서 한국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심어주고 본인들이 한국인이라는 자긍심을 갖게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교사들과 함께 여러 방안들을 논의하면서 문화행사들을 학부모들과 함께 하기로 했다. 교사와 학부모들이 한국 음식들을 만들어 와서 식사를 함께 나누며 한국문화를 배웠다.

한복 입어보기 체험, 태극기 만들기, 한글날 글짓기, 추석날 송편 만들기, 새해맞이 윷놀이, 한국 전통 체육대회와 색종이 접기, 한국 동요 부르기와 독도 플래시몹과 강강술래 춤 행사, 한국영화 보기와 아리랑 노래 배우기, 장기자랑 등을 학부모들과 함께 하면서 학생들의 관심과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학부모들은 집에서 한국어 책을 읽고 한국 일기를 쓰면서 한국어로 대화하기를 원하는 자녀들을 보면서 무척이나 기뻐했다. 학생들은 무엇보다 한국인이라는 자긍심과 한국에 대해서 많은 관심들을 가지면서 한국-이란 축구전이 열리면 한국을 응원하는 애국심도 갖게 됐다.

학생들에게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주기 위해 한글학교 수업을 9시20분에 시작하고 4교시로 수업을 연장하면서 교사들은 1시간 수업을 무료로 봉사하기로 해 교육 열기가 더욱 안정되고 높아졌다. 한글학교를 다니면서 대학교를 졸업한 학생들 가운데는 한국 기업에 취직하고 한국으로 유학을 떠난 학생들도 생겼다. 차세대들이 한국과 이란을 위해서 많은 일들을 할 것이라는 인식도 갖게 됐고, 한국어를 배우는 한인 2세 학생들의 꿈도 높아졌다.

4. 테헤란 세종학당과 함께 하면서

한국어에 관심을 갖고 있거나 한글학교 수업을 들은 이란의 많은 대학생들과 젊은이들이 한국어 교육을 받고 싶다고 한글학교를 찾아오고 대사관에 계속 문의했다. 대사관은 세종학당재단과 의논해 세종학당 설립을 추진했고, 한글학교를 운영하고 있던 나에게 테헤란 세종학당 설립추진 위원장을 맡게 했다. 테헤란 세종학당 설립을 추진하면서 한글학교 교장직을 다른 교사에게 인계했다.

테헤란 세종학당 설립 소식에 수백 명의 이란 학생들과 젊은이들이 모여 들었다. 서류심사와 면접을 통해서 51명의 학생들과 4개 반을 신설했다. 당시 하루에 수업할 수 있는 교실 4개의 의자가 전부 51개여서 총 51명의 학생들만 뽑을 수밖에 없었다. 학부모들과 면접에 찾아온 학생들 중에는 떨어져서 눈물을 흘리는 학생들도 있어서 안타까웠다.

2013년 10월 초에 대사관과 이란 학부모와 학생들이 참여한 가운데 테헤란 세종학당 입학식을 개최하고 수업을 시작했다. 한국학교 수업이 끝난 오후 5시에 시작해 50분 수업으로 하루에 3교시를 진행했다. 2014년 3월에 시작한 2기 입학생들을 대상으로 5개 반(67명)을 운영했고, 2016년 가을학기에는 월·화·수요일 11개 반에서 150명이 넘는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테헤란 세종학당에 입학한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배우게 된 계기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어렸을 때 사극 ‘대장금’과 ‘주몽’을 보고 난 뒤부터 관심이 생겼다고 한다. 한국이 좋아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고 난 뒤에는 한국에 유학을 가고 한국으로 여행하길 원한다. 입학생 대부분은 K-POP 팬클럽에 가입하고, 졸업하면 한국 기업에 취업하길 원한다.

많은 학생들은 오전에 이란 학교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한국어 수업을 듣기 위해서 먼 거리임에도 학교 수업에 열성적으로 참여한다. 가르치는 교사들을 매번 놀라게 할 정도로 수업에도 적극적이고 배우는 속도도 빠르다. 한국에서 열린 ‘퀴즈 온 코리아’에서 테헤란 세종학당 학생이 준우승을 했고, 세종학당재단에서 열린 ‘한국어 말하기 대회’ 때는 내가 가르친 학생이 1등을 해 이란 학생들의 우수성을 알렸다.

2013년 9월부터 2015년 4월까지 테헤란세종학당 학당장 일을 맡아 운영하면서 여러 가지 다양한 일을 맡아서 하게 됐다. 세종학당 초기라서 새로운 일들과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서 매일 늦게까지 근무를 할 수밖에 없었다. 건강에 무리가 생겨 학당장 직을 2015년 4월에 인계하고 교사로서 수업하게 됐다.

5. 한국어 교사 공부를 계속 하면서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지만, 한국어 교사로서의 부족함을 많이 느끼고 있었다. 2013년 7월부터 8월 중순까지 연세대학교에서 한국어교원 양성과정 교육을 받고 수료증을 받았다. 현재는 테헤란 한글학교 교사와 테헤란 세종학당 교원으로 일하면서 많은 보람을 얻고 있다.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에서 한국언어문화학과를 공부하면 한국어교원 2급 자격증과 다문화사회전문가 2급 수료증을 받을 수 있다고 해 2학기에 3학년으로 편입해 대학생으로 새로 공부하게 됐다. 한국어 교사로서 많은 부족함을 느끼고 있던 바, 공부를 하고 보니 모르던 내용을 많이 알게 됐고, 훌륭한 강의를 들으면서 입학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테헤란 한글학교에서 강의할 때는 교포 2세 자녀들에게 한국인의 정체성을 심어주면서 한국어와 한국역사에 대해서도 애정을 가질 수 있도록 한국어 교육을 지도하고 있다. 세종학당에서는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은 이란 학생들과 젊은이들에게 한국어로 한국문화를 설명하면서 이란의 다양한 문화에 대해서도 함께 의견을 나눈다. 이란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많은 학생들은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도도 높다.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이 가족들과 친구들에게도 한국 문화를 전파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대사관과 기업체에서 한국 행사가 있을 때마다 통역 도우미로 활동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에 무한한 자부심을 갖게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