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상징조작을 통한 북한 3대 세습체제의 정통성 부여방법
이름 상징조작을 통한 북한 3대 세습체제의 정통성 부여방법
  • 김형남 (창조맨 대표)
  • 승인 2011.02.07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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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님의 ‘꽃’이라는 시에서처럼 이름은 존재를 대표한다. 이름은 존재의 의의를 밝히는 대표적인 상징적 표현물이다.

그런데 이름상징조작을 통하여 존재에게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방법이 많이 이용되고 있다.
북한 3대 세습체제의 정통성 부여방법으로 활용된 이름상징조작을 살펴보도록 하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이 후계자로 지목되는 과정에서 상징 조작을 위해 이름을 김정운 (金正雲) → 김정은(金正銀) → 김정은(金正恩)으로 두 번 개명했다.  

청와대 정보비서관을 지낸 김정봉 한중대 석좌교수는 자유민주연구학회 학회지에 기고한 글에서 "김정일 업적을 어둡게 할 구름 운(雲)자보다는 '은을 낼'(빛을 내다는 북한식 표현) 은(銀)자가 3대 세습에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고 "개명 시점은 북한이 2009년 1월 8일 김정은 생일을 기점으로 후계자 지명을 당·군 고급 간부들에게 전파하던 무렵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봉 교수는 김정일의 요리사로 10여년간 북한에 체류했던 후지모토 겐지(藤本健二)가 김정은을 '정운 왕자'로 불렀던 점, 정부가 '북한 후계자 이름도 파악하지 못했느냐'는 비판에 대응하지 않았던 점 등을 들어 "김정일 건강이 악화하기 전까지 김정운이었던 것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생모인 고영희(2004년 사망)는 생전에 사주팔자와 동양철학 등에 심취해 “김정운보다 김정은이 성명학(姓名學)적으로 북한 지도자가 되기에 유리하다는 조언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름을 통한 상징조작은 김일성 부터다. 김일성의 본명은 김성주였지만 1930년대 항일 투사로 존경받다가 전사한 김일성의 이름을 가로챘다. 이후 김일성은 한자 이름을 金一星에서 金日成으로 바꿨다.

한편 소련에서 태어난 김정일의 어릴 때 이름은 '유라 일세노비치 킴'이었다. 해방 뒤 북한으로 돌아와 '金正一'이란 한자 이름을 썼다. 동생 김평일(金平一), 김영일(金英一)처럼 한 일(一)자 돌림이었다. 그러나 1980년 10월 6차 당 대회에서 후계자로 공식 지명된 이후 김일성의 ‘일(日)’자를 따와 金正日이란 한자 이름을 쓰면서 '김일성 후계자'라는 상징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부모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유교적 문화에 기초하여 부모님 함자를 불용문자로 취급해왔으며, 현재도 대부분 적용되는 실정이다. 한국인의 전통이 많이 남아있는 중국 조선족 교포들 사이에서는 "어째서 아비 이름과 같은 '정'(正) 자를 같이 쓰는가?", "주체사상을 내세우는 체제에서 왜 그런...", "상놈이다." 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김정일과 김정은은 이러한 전통을 넘어서는 작명법으로 인하여 세습의 정통성은 물론 더욱 더 강력한 파워를 대내외에 과시할 수 있었다. 이름을 통한 상징조작은 부지불식중에 우리의 의식에 스며든다는 점에서 무서운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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