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윤의 음식기행] 덴뿌라
[안상윤의 음식기행] 덴뿌라
  • 안상윤 전 SBS 북경특파원
  • 승인 2017.01.30 0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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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상윤 전 SBS 북경특파원.
일본 여행길에 반드시 맛보는 음식이 몇 가지 있다. 스시, 라멘, 덴뿌라 등이다. 덴뿌라는 우리 튀김과 같은 것인데 나는 특히 고구마와 새우튀김을 좋아한다. 1970년대 대학가 골목길에 있던 튀김집 앞에서 수중에 돈이 없어 무수히 침을 흘리며 지켜봐야만 했던 불쌍한 기억도 한 몫을 한다.

기름에 튀기는 실력은 일본이 우리보다 나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바싹하게 튀겨내지만 튀김옷이 두껍지 않고 속 재료는 잘 익어 부드럽게 씹힌다. 일본의 튀김은 우리보다 역사가 깊다.

일본 전국시대(戰國時代)의 패왕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는 일본인이 가장 흠모하는 영웅상이다. 오다는 전란 중에 출현했던 지방 영주 세력인 ‘센고쿠 다이묘(戰國 大名)’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1573년에 1336년부터 이어져 온 무로마치 바쿠후(室町 幕府)를 멸망시키고 우두머리이던 아시카가 요시아키(足利義昭) 쇼군(將軍)을 교토에서 쫓아낸 후 권력을 잡았다.

전국의 90%를 정복해 일본 통일의 기반을 만든 인물로 평가받는다. 오다는 결단력과 추진력이 있고 잘 생긴 데다 패션 감각을 갖추었으며 회의 중에 가무극(歌舞劇) ‘노(能)’를 부를 정도로 예술적 성향도 겸비한 매력 덕분이었다.

잔혹한 성정에 남을 곧잘 무시하는 성격의 소유자이기도 했지만 일본인은 그런 점은 별로 개의치 않는다. 오다 노부나가의 일화는 동시대 영웅들이었던 도쿠카와 이에야스(德川家康),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와 곧잘 비교된다. 유명한 ‘두견새 울게 하기’이다.

두견새가 울지 않으면 오다는 죽여버리고, 도쿠카와는 기다리며, 도요토미는 울게 만든다는 이야기이다. 세 인물의 캐릭터를 반영해 비유한 이야기이다.

오다는 일본말로 ‘아싸리’하다는 점 때문에 일본인의 전형에 가깝다. 60대와 70대에 죽은 토쿠카와와 도요토미에 비해 40대에 생을 마감한 점도 그렇다. 일본인은 구질구질하게 생명을 연장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화려하게 피어났다가 일시에 져버리는 사쿠라를 좋아하는 이유도 그러한 사생관을 담고 있다. 그러나 현대 일본인은 예전 사람들과 생각이 다르다. 은근슬쩍 도요토미처럼 살 수 있기를 염원하게 되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오래 살았기 때문이다. 다테마에(外表)는 오다라고 말하지만, 혼네(本心)는 도요토미인 것이다. 일본인에게도 장수를 보장하는 ‘몸 실력’이 중요해진 것이다.

오다는 미식가였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몸에 좋다는 음식은 다 찾아 먹었다. 그런 그가 40대에 생을 마감한 것은 다름 아닌 이 음식 때문이었다.

전쟁의 와중에서 부하의 배신으로 자결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은 “덴뿌라 식중독으로 사망했다”는 게 정설이다. 기름에 튀기는 음식인 덴뿌라는 종전에는 일본에 없던 메뉴였다.

서양에서 식용 오일이 유입되면서 비로소 일본에 덴뿌라 문화가 생겨났는데 튀겨서 바로 먹지 않고 방치해두면 상하게 된다는 사실을 당시에는 파악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일본의 영웅 오다를 한방에 보낸 버린 위험한 음식이지만 덴뿌라는 여전히 일본인의 입맛을 만족시키는 ‘일본의 메뉴’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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