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Garden] 여기는 겨울비가 내립니다
[Essay Garden] 여기는 겨울비가 내립니다
  • 최미자 미주문인협회 회원
  • 승인 2017.02.14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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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는 수년 동안의 가뭄으로 일주일에 두어 차례, 5분 동안만 정원에 물을 주라는 시의 규칙을 지키는 일은 무척 불편했습니다. 나이가 든 이웃들이 새롭게 깔아 놓은 집 앞의 플라스틱 인조 잔디는 해마다 조금씩 퇴색하기에 생동감을 느낄 수 없어 바라보는 마음이 허전합니다.

지구의 물이 고갈 되고 있는 중, 남가주에서 그동안 집 정원을 가꾸는 일은 좀 사치스러운 일인 것 같아 나의 일손도 멈춘 지가 오래됩니다. 올겨울은 미 전역이 눈과 홍수, 토네이도로 난리입니다. 제가 사는 이곳도 우박과 비, 해가 번갈이 가며 하루 종일 이상한 날씨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오랜만에 단비가 내려주니 우리 집 뜰과 주변의 산이 온통 초록입니다. 지독한 가뭄으로 일년초와 풀들이 말라 죽은 줄로만 알았는데, 땅속에서 고개를 다시 쳐들고 일어서는 모습이 너무나 신기합니다. 모든 만물이 어떤 역경에도 살아남아 일어서는 그 질긴 생명력에 말입니다.

지난해 봄, 남편의 모교 50주년 행사가 있어 설레는 마음으로 고국을 찾았습니다. 인천 공항부터 펼쳐지는 서울시 주변의 화려한 건물들을 보며 고국의 놀라운 발전이 흐뭇했지만, 굳은 표정으로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세상 어디를 가나 각박함은 모두 마찬가지일거라고 생각되었습니다. 부옇게 미세먼지로 뒤덮인 하늘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보이지 않는 무서운 독약이 온 통 휘날리는 데도 사람들과 아이들은 거의 무감각하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기관지가 약한 편인 저는 내내 목소리를 잃어버렸습니다.

또한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얼마나 이 심각한 미세먼지 공해를 걱정하며 국민 건강을 함께 챙기고 있는지도 퍽 궁금했습니다. 하루는 방에 꽁꽁 앉아있는 우리를 친구가 지하철 타는 법을 가르쳐 준다며 데리고 나가 9호선을 타고 잠시 외출했습니다. 질서 있게 줄서있는 모습과 지하실 상가를 기웃거리며 무얼 사는 일은 고국에서 즐거운 추억이었답니다.

문득 창밖의 비를 바라보면서 한국은 지금 무지 추운 날씨이기에 두 쪽으로 나누어진 고국 생각으로 제 가슴이 미어지며 슬퍼집니다. 지난 10월 하순부터 날벼락 같은 고국의 소식과 유튜브의 영상들을 보면서 날마다 나라 걱정에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그러한 과로들이 쌓여 저는 지독한 독감에 걸려버렸습니다. 온 가족이 돌아가며 끙끙 앓으면서 두어 달 넘게 고생했습니다.

갑작스레 지금 살아계시면 103세가 되시는 친정어머니가 그리워졌습니다. 책을 좋아하시는 어머니는 유식하셔서 제가 숙제할 때면 늘 시원한 답변으로 도와주곤 하셨지요. 또, 일제강점기에 한국말을 빼앗긴 학생으로 살아 온 아픔이며, 강제로 조선 왕가가 인질로 끌려간 역사.

육이오 사변(한국전쟁) 때의 숙부가 친구 집을 찾았다가 문 앞에서 빨갱이 가 때린 방망이에 맞아 죽어 생매장 당한 일, 순천 시댁에 살며 여순 사건 때 아랫사람이 무자비하게 주인을 죽이는 잔인함에 치를 떨며 자주 들려주셨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당원들만 잘 먹고 거짓말을 일삼는 공산주의는 철저하게 배척되어야 한다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개개인의 창의성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유 민주주의가 얼마나 좋은 지를 똑똑히 우리에게 보여주셨지요. 그런 애국심들이 모여서 과거부터 계속 이어지는 슬픈 역사 속에서도 이렇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건재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족도 올림픽 때 선수들의 단상에 태극기가 올라가고 애국가가 울려나오면 자신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흐르는 것이 애국심 아닐까요.

가끔은 미국친구들로부터 반미를 외치는 사람들이 한국에 얼마나 많으냐는 난처한 질문을 받기도 합니다마는, 언젠가 자유통일 국가로 당당하게 동아시아에서 중요한 나라로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저는 굳게 믿습니다. 지금, 일본과 중국은 최첨단 무기로 전쟁을 준비하고 있기에 고래 싸움에 또 새우등 터질까 매우 걱정됩니다.

우리 집에는 한국산 제품으로 가득합니다. 부지런하고 창의력 있는 한국인의 국민성에 자부심을 얼마나 느끼는지 모릅니다. 부디 우리 자녀들이 올바른 가르침과 교과서로 배우면서, 법과 질서 그리고 서로를 존중하는 사람이 되어 자유롭게 뛰노는 대한민국이기를 기원합니다. 늦었지만 독자 여러분의 가정에 만복이 깃드시기를 인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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