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동족간 내란이 더 무서운 것 아닐까
[칼럼] 동족간 내란이 더 무서운 것 아닐까
  • 이종환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7.03.1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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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중동총연 하노이 총회 참관 후기

 
잘난 형제가 하나 있는 게 집안이 잘되는 일 아닐까? 아니면 잘난 형제가 없어도 집안이 화목해서 앞으로 잘 하자고 열심히 힘을 모으고 있는 게 더 나은 결과를 낳을까? 아프리카중동한인회총연합회(회장 임도재) 및 한상총연합회(회장 김점배) 총회 참석차 베트남에 갔다가 얼핏 이런 의문이 들었다.

아프리카중동한인회총연합회와 한상총연합회는 3월6일부터 11일까지 베트남 하노이에서 총회와 부속 관광행사를 개최했다. 고상구 하노이한인회장 초청 만찬으로 시작된 총회일정에는 하노이 인근 사찰인 바이딘 사원 방문과 명승지 짱안에서의 뱃놀이도 들어있고, 마지막 화룡점정으로 하롱베이 관광이 들어있었다.

풍광이 수려한 짱안을 둘러본 것은 세계여성의날인 3월8일이었다. 짱안은 석회암이 만들어낸 대자연의 비경이 펼쳐져 있는 곳으로, 배를 타고 9개의 길고 짧은 동굴을 지나면서 경치를 구경하는 여정이었다.일행은 4명씩 작은 배에 나눠타고 관광에 나섰다. 노 젓는 작은 배로 이동한 것은 머리를 수시로 숙이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낮은 동굴들을 지나가야 하기 때문이었다.

▲ 이종환 객원논설위원
노젓는 뱃사공은 거의 여성들로 게중에는 중년을 넘어선 사람도 있었다. 하필 세계여성의날에 베트남 여성들이 노 젓는 배에 앉아서 유람하다보니 과연 베트남이 걸어온 길이  나았을까에 생각이 미쳤다. 오랜 전쟁끝에 어렵사리 통일해서 이제 산업화를 시작한 베트남, 통일문제는 남아있으나 산업화에서는 세계의 선두에 선 한국, 그 어느 길이 나은 것일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던 것이다.

베트남과 우리나라는 근현대사가 굴곡져 있다는 점에서는 너무 많이 닮아 있다. 오랜 식민지 시대를 겪은 것도, 남북으로 갈라져서 전쟁을 치른 것도 비슷하다. 식민지나 전쟁으로 따지면 베트남은 우리보다 더 심한 경험을 했다.베트남은 1884년 프랑스의 식민지가 됐고, 2차대전 당시에는 일본의 지배를 받다가 1945년 종전 이후에는 다시 종주권을 주장하는 프랑스를 상대로 긴 전쟁을 치렀고, 이어 남북 베트남으로 갈라져 20년을 싸운 끝에 1975년 북측 정부에 의해 통일됐다. 남북 전쟁시기 미국은 남측 정부를 도왔으며, 한국도 미국의 요청에 따라 파병해 피를 흘렸다.

“쉽게 답하기 어렵네요.” 베트남이 걸어온 길과 한국이 걸어온 길 가운데 어느 것이 더 나을까 하는 화두를 두고 배에 함께 탄 심현섭 전 쿠웨이트한인회장이 답을 망설였다. 필자는 “그래도 우리가 나은 게 아닐까” 하는 답을 과감히 제시했다. 산업화에는 '시기'와  ‘기회’라는 ‘우연’이 관련돼 있다. 한국은 후발주자였으나 ‘디지털혁명’의 기회를 틈타 세계에 우뚝 솟을 수 있었다. 한국이 경공업에서 시작해 철강 조선 자동차 플랜트로 이어지며 발전을 거듭한 것은 정말 기적 같은 일이다. 과연 앞으로 베트남에도 이런 산업화와 선진화의 기회가 있을 것인가 하는데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베트남서 귀국해서 생각이 다시 흔들렸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인용할 때 안창호 헌재 재판관이 덧붙인 의견이 가슴에 와 닿아서였다. 그는 2500년전 플라톤의 말을 빌려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통치가 쟁취의 대상이 되면 동족 간 내란으로 비화해 시민을 파멸시킨다’고 경고한 것이다.

잘난 형제가 있는 것보다 형제끼리 싸우는 동족내란이 더 무서운 게 아닐까? 우리는 지금 남북한, 나아가 남한 안에서도 좌우 빈부로 갈라져서 동족 내란을 치르고 게 아닐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저로 들어가면서 남긴 ‘진실은 밝혀진다’는 말도 또 다른 싸움을 예고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에 착잡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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