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유반(有反)과 한비자··· 사드갈등의 해법(?)
[칼럼] 유반(有反)과 한비자··· 사드갈등의 해법(?)
  • 이종환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7.03.15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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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객원논설위원
유반(有反)? 휴대폰 속의 메모지를 정리하다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다 아래 ‘법(法)과 술(術)’ ‘한비자’가 같이 적혀 있는 것을 보고 전에 EBS 방송을 보면서 메모한 것임을 기억해냈다.

EBS는 ‘절망을 이기는 철학’이라는 타이틀로 중국 제자백가 철학의 탄생을 3부작 시리즈로 소개한 적이 있다. 그것을 보면서 인상 깊은 용어들을 적은 것이었다. 유반의 출전은 한비자다. 한비자는 이런 에피소드를 실고 있다.

중국 춘추시대 진문공(晉文公·BC 636~BC 628년)때 궁중 요리사가 고기를 구워 올렸는데, 몸통에 머리카락이 붙어 있었다. 화가 난 진문공은 요리사를 불러 “어찌 머리카락이 붙어 있느냐?”며 나무랐다.

이에 요리사는 고기를 꿰면서도 어찌 머리카락을 못보고, 불타는 숯으로 고기를 구웠는데 어찌 머리카락을 태우지 못했겠느냐며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진문공이 생각해도 요리사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 진문공은 사건 조사에 착수해 결국 요리사의 조수가 저지른 일임을 밝혀냈다. 주방을 차지하고 싶었던 욕심에서 일으킨 일이었다.

춘추전국시대 법가(法家)를 완성했던 한비자(韓非子·?~BC233년)는 ‘군주가 경계해야 할 여섯 가지’ 중의 하나로 ‘유반(有反)’을 설명하면서 이 고사를 소개했다. 군주는 어떤 일을 결정할 때면 그 일로 인해 누가 이익을 얻고 손해를 보는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충고였다. 한비자는 “나라에 해로움이 생기면 그 이익을 가져간 자를 살피고, 신하에 해로움이 생기면 그 반대에 있는 자를 조사하라”고 했다.

유반은 위에서 보는 것처럼 어떤 일 뒤에는 반드시 이해득실이 있다는 뜻에서 사용되는 용어다. 최근 한중 사드 갈등을 유반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수혜자와 피해자를 살펴보자는 얘기다.

사드 배치 여파로 일어난 한중간 갈등은 일파만파 걷잡을 수 없는 크기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 쪽에서는 얼토당토 않다 싶을 정도로 다양한 제재조치가 나오고 있고, 민간으로도 빠르게 번지는 형국이다. 반면 한국은 속수무책, 마냥 손을 놓고 소나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사드문제의 핵심은 북핵 방어다. 정책적 목표는 북핵 해결, 구체적으로 북한의 핵 포기다. 북한 핵을 막고 나아가 핵을 포기시키는 전략의 하나가 사드 배치인 셈이다. 그런데 되려 부작용만 크게 불거졌다 .북핵 포기를 위한 국제 공조에 금이 가고, 한중 갈등, 미중 갈등만 불러일으켰다.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이끌어낸 것이다. 그래서 이 일로 가장 큰 이득을 본 측은 북한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사드 배치를 지금 되물리기도 쉽지 않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 돼버렸다. 사드를 되물리면, 중국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비난을 받게 되고, 미국과도 얼굴을 붉혀야만 한다. 진퇴양난이다. 과연 이럴 때 어떻게 할 것인가?

주중대사를 지낸 한 인사는 최근 만난 자리에서 명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특히 중국 지도부가 ‘사드 제재’를 철회할 명분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칼집에서 뺀 칼을 도로 넣자면 구실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북핵 포기를 위한 중국의 적극적 협력’과 ‘사드 배치 연기’를 교환 카드로 써보면 어떨까? 아니면 그런 카드도 이미 사후약방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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