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고] 마법을 걸어줄 사람을 기다리며
[해외기고] 마법을 걸어줄 사람을 기다리며
  • 황현숙(객원 칼럼니스트)
  • 승인 2017.05.01 0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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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현숙(객원 칼럼니스트)
흐린 잿빛 하늘에는 물기가 가득 고여 있고 제법 찬 기운을 머금은 바람이 시원스레 불어준다. 금방 한차례의 소나기라도 흩뿌릴 태세다. 유난히 길고 지루했던 한 여름을 보내며 몸과 마음이 다함께 생병을 앓은 기분이 든다.

그러나 몇 일전부터 아침에 눈을 뜨면서 창밖을 내다보면 나뭇잎에 반사되는 햇살의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 매일 아침 같은 모습으로 떠오르는 태양이지만 눈이 시리도록 빛나는 은빛 가루가 나뭇잎에 흐트러지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것은 사막의 열풍이 훑고 간 흔적에 한 자락 서늘한 오아시스 바람이 채워지는 것처럼 신선함을 안겨준다.

힘들었던 여름 병을 앓고 나니 온 몸의 기운이 다 달아난 듯해서 식욕도 없고 일에도 의욕이 생기지가 않는다. 아침마다 한 움큼의 약을 먹고 하루의 일을 시작하지만 잃어버린 에너지가 쉽게 솟아나지는 않을 모양이다.

이럴 때는 그저 한국의 전통요법으로 삼계탕을 푹 끓여서 땀을 흘려가며 한 사발 먹으면 몸이 좀 풀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 더 보탤 수 있다면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고, 늘 즐거운 생각을 하며, 사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많이 웃어야 내 몸에서 새로운 기가 되살아나지 않을까 하는 자가진단까지 곁들여 본다.

그래서 어디에선가 즐거운 소식이라도 들려오지 않나 하고 귀를 세워보면 어이없는 뉴스들만 북반구에서 남반부로 날아오는 것이 아닌가. 상대방 비난, 상대방 거덜 내기 이젠 그런 말만 들어도 지겨워서 눈살이 찡그려진다. 5월9일 대통령 선거에서 그 결과가 나타날 테니 성숙해진 대한 국민들의 의식을 기대해보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기다릴 뿐이다.

이미 호주시민이 되어버린 나에게는 아무런 권리도 없지만 내가 태어난 땅이며 달려가서 늘 안기고 싶은 부모형제들이 사는 곳이니까 애가 쓰이는 것이다. 몇 번을 넘어져도 꺾이지 않고 일어났던 민족의 근성에 희망을 걸어 보고 싶다. 해외에 사는 많은 한국교민들이 힘을 보태주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기 바라면서...

책 읽기를 즐기는 나는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도 변치 않고 좋아하며 즐기는 독서 습관이 하나 있다. 그것은 환상과 꿈이 있는 판타지 종류의 소설을 즐겨 읽는 것이다. 반지의 제왕처럼 신비한 요정들의 얘기나 해리 포터처럼 마법을 사용하는 마법사들의 세계를 그린 책을 읽다보면 홀린 듯이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잠시 현실을 벗어나 나 자신이 책 속의 마법사가 되어서 요술 지팡이를 흔들며 하늘도 날아보고 무엇이든지 원하는 것은 그 형태를 바꿔보기도 한다. 그런 환상을 즐기다보면 틀에 박힌 이 사회의 답답함과 메마름에서 벗어나는 속 시원한 대리만족을 느낄 수가 있다.

꽤 오래 전에 두꺼운 분량의 ‘반지의 제왕’을 읽었다. 그리고 이 작품은 약 3년 전부터 시리즈로 3편의 영화가 만들어지더니 세 번째 작품인 ‘왕의 귀환’ 편으로 아카데미상의 11개 부문을 휩쓸었다. 이 경우를 미루어 보더라도 많은 사람들 사이에 독특한 서정성과 환상을 즐기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음을 짐작 할 수가 있다.

얼마 전에 해리 포터의 마지막 편인 5번째 시리즈 ‘불사조 기사단’을 읽었으며, 올해에 새로 연극으로 공연된 해리포터 ‘저주 받은 아이’ 연극 대본 편을 읽었다. 작가 조앤 롤링은 해리 포터 한 작품으로 억만장자가 되었다고 한다. 나이에 상관없이 이 책을 읽는 사람은 누구나 환상과 마술세계의 매력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된다.

그 환상의 동화 속에서 마법사가 된 우리들에게 불가능한 일이란 있을 수가 없다. 한국의 불공평한 사회문제도 우리가 사는 호주 이민사회에도 요술 지팡이를 휘두르면 모두가 웃으면서 살 수 있는 마법의 세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주 잠시라도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는 마법 세계를 꿈꾸어 본다.

책에 열중하는 엄마를 쳐다보던 딸이 불쑥 한 마디 던지는데 “엄마, 엄마도 책 한 권 써 보는 게 어때요. 만약에 베스트셀러가 되면 엄마도 조앤 롤링 같이 백만장자가 될 수 있잖아요.” 휴, 내가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글 쓰는 엄마를 위로하는 것인지, 웃게 만드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듣기에 나쁜 소리는 아니므로 이 팔불출의 엄마는 엉성한 웃음을 지어 보일뿐이다. 나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나이가 들어도 요술지팡이를 휘두르는 요정스토리를 계속 읽을 생각이다. 그것은 나도 요술지팡이를 휘두르며 세상 사람들에게 웃음을 나누어주는 마법사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사람들끼리 사랑해~”라고 웃으면서 말 할 수 있는 사랑의 묘약을 만드는 주문을 걸어보고 싶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 행복의 마법을 걸어 줄 사람을 기다리며 오늘도 해리포터의 매력에 푹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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