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양악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하다
국악 양악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하다
  • 탁계석 (예술비평가회장)
  • 승인 2011.03.23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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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새해 들어서 계속해 국악 공연을 보고 있다. 국립국악원 60주년을 맞은 ‘신년다회’콘서트에 이어, 국립창극단 유영대 예술감독을 만났고 그가 해설하는 ‘정오의 판소리’, 황병기 예술감독의 ‘정오의 음악회’도 보았다.

국악이 매우 활발한 창작 활동을 하고 있고 창극단의 청(淸) 등 몇 작품은 국가브랜드 레퍼토리로 정착되고 향후 프로젝트들도 눈에 띈다. 작곡가 임준희의 ‘어부사시사’는 국악관현악으로 다시 편곡되어 春詞(춘사)를 선보였는데 계절마다 곡이 발표되고 있으니 먼발치서 보던 국악이 더 작업에 집중력이 있어 보였다.

공연을 보면서 느낀 것은 우리 민족의 DNA에 들어 있는 흥과 신명을 클래식의 이성적인 음악성과 창작에서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서로의 한계성 극복을 위해서 교육과 현장에서 하루속히 소통을 원활하게 해서 相生(상생)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정작 우리의 사정은 너무 다르다. 국악인과 양악인(?)의 교류가 남북관계보다 멀다.
실제를 보아도, 바이올린 전공 학생들이 국악 음악회에 오는 학생이 있을까. 거꾸로 가야금 하는 분이 클래식 공연을 보는 비율이 얼마나 있을까. 각자 앞만 보고 달려오기도 바빴던 시절에서 이제는 한 호흡 늦춰 국악과 양악이 적극적인 소통을 해야 할 것이다.
오늘과 내일을 살아갈 세대가 기필코 풀어야 할 과제요 한국음악의 글로벌 시장개척을 위해서도 결정적인 단초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작곡가가 곡을 써도 연주되지 않으면 문화라 할 수 없다. 연주 기피에는 해석과 주법 등에 대한 교육이 전제되지 않은 원인도 있을 것이다. 수많은 콩쿠르에 우리 전통 맛이 가미된 곡들을 지정곡으로 채택해야 한다. 콩쿠르가 단순히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경계하고 심사위원들도 철학을 가지고 자국의 음악을 높이려는 생각을 해주어야 한다. 뭔가 한국음악에 고민하고 방향이 되는 것이 있어야 장기적인 입장에서 시장도 커지고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기획자들이 해외 아티스트를 초청할 때 꼭 우리 곡 한 곡씩을 옵션으로 묶어 연주하게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 지휘자들이 서양 레퍼토리 일색에서 벗어나 우리 것을 소화하고 작곡가와의 공동 작업을 통해 창작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

근자에 홍정표 지휘자(서울싱어즈)는 오랜 합창 경륜을 바탕으로 창작에 뛰어 들어 좋은 작품성을 평가받고 있는데 “이번 ACDA(미국합창지휘자연합회, 한국 지휘자 30명 참가) 에서도 보았듯이 미국합창은 이제 어느 정도 한계에 온 것을 느꼈다. 오히려 세계 합창쪽에선 우리 것을 찾고 있어 국내 지휘자들도 이런 국제적인 흐름을 알고 호흡해야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군산시립의 강기성 지휘자도 “이제 관객 이탈이 눈에 띈다. 우리 작품을 잘 개발하지 않으면 곧 단체의 존립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며 사정을 소개했다.

우효원 작곡가는 홍 교수의 세계 악보화 작업에 큰 공감을 보낸다면서 “글로벌 감각을 갖춘 곡은 분명 시장성이 있다. 너무 기교적이거나 전통 색깔만 고집하지 말고 외국인들이 부를 수 있도록 하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카메라타 서울의 첼로 회장이기도 한 최영철 지휘자는 오는 6월 베를린필 홀에서 “우리 작품 ‘댄싱 아리랑(Dancing Arirang)’을 독일 초연한다며 한국의 위상이 크게 달라진 만큼 우리 음악의 세계화도 눈앞에 성큼 와있는 것 같다”며 페이스북의 네트워크에서도 외국 지휘자들의 관심이 높다고 했다.

지난 2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에서 열린 ‘음악이 있는 마을’의 홍준철 지휘자의 ‘이건용의 예수그리스도의 수난’은 우리 교회음악사에 새 지평을 연, 성경 텍스트에 충실한 진솔한 작품성을 보였다. 비로서 청중이 눈을 뜨고 알아듣는 교회음악의 기쁨이 객석에 전달되었다.

지난해 이영조 교수의 국립합창단의 ‘망덕 할망’에 이어 ‘이건용의 예수 그리스도’ 는 소품 중심의 발표회에서 대작으로 옮겨가는 작품시대를 예고하고 있어 희망적이다.
천리길도 한 걸음 부터라 했듯이 우선 국악과 양악이 오작교에서 견우직녀가 만나듯 설레이는 마음으로 서로의 공연장 찾기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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