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칼럼] 시간강사, 국가가 지원해야
[김정남칼럼] 시간강사, 국가가 지원해야
  • 김정남(언론인,본지고문)
  • 승인 2011.03.2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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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정 남(언론인, 본지고문)

 
대학의 시간강사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시리다. 내 가까운 주변에 시간강사가 있는 탓도 있지만, 춥고 배고픈 시간강사들의 처지는 안쓰럽기 짝이 없다. 한번 교수는 영원한 교수로 사회적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교수에 비추어 시간강사들의 간고한 모습은 너무나 슬픈 대조를 보이고 있다.

학생들이나 주변 사람들로부터는 교수님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그들은 전임 교원에 비해 천양의 차별을 받는다. 대학교육과정에서 전체 교양과목 수업의 51%, 전공과목의 36%를 차지하는 시간강사는 작년까지 시간당 평균 3만5천원의 강사료를 받는 것이 고작이었다. 주 9시간을 강의해서 받는 연봉 1천12만원은 전임교수의 4분의 1에 지나지 않고, 4인 가족 도시근로자 최저생계비 1천600만원에도 턱없이 모자란다.

먼 옛날 나의 대학시절을 돌이켜봐도, 낡은 강의록을 재탕하는 교수보다는 실력있던 젊은 강사에 대한 기억이 더 선명히 남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바로 그렇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교수사회의 시간강사들에 대한 폐쇄성과 배타성은 예나 이제나 마찬가지여서 연구비가 생기면 교수를 새로 채용하기보다는 교수끼리 조금 더 일하고 그것을 교수끼리 나눠갖는 게 대학의 풍토라고 들었다.


시간강사에 대한 열악한 처우, 과연 잘 개선될까


교수와 시간강사 사이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신분적인 차이 외에도, 전임교원은 방학 중에도 급여가 나오지만, 시간강사들은 그 기간에는 영락없는 실업자 신분이다. 그들은 석∙박사 학위를 가진 고학력자이면서도 사회적으로는 소외계층이다.

그런 시간강사가 전국적으로는 7만 7천명에 이르고, 강의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전업강사만도 4만여 명에 달한다. 합리성을 잃은 차별적인 대우와 야만적인 착취에 시달리고 있는 시간강사들의 문제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사회문제로 된 지 오래다.

작년 5월, 교수임용에서 탈락한 10년 된 지방대 시간강사가 그들의 비참한 현실과 대학사회에 만연한 비리구조를 폭로하면서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한 수도권 사립대에서 교수임용대가로 1억원을 요구받았고, 지도교수의 논문을 수십 편 대필했다는 가슴아픈 유서를 남겼다.

그보다 앞서 2008년 2월에는, 자신이 박사학위를 받은 미국의 텍사스 오스틴까지 가서 목숨을 끊은 여성 시간강사가 있었다. 열 여섯 살의 딸까지 둔 그는 유서에서 “연구업적, 강의경력과는 다른 무언가가 교수임용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더 이상 저와 같은 이가 있지 않기를 바란다”고 썼다.

한 대학 시간강사가 허준영 코레일 사장에게 작년에 쓴 공개편지 역시 읽는 사람의 가슴을 시큰하게 했다. 그는 22년간 독일유학을 마치고 2007년 귀국해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면서, “강사료로 가장 부담이 되는 부분이 교통비입니다. ∙∙∙어차피 특실 좌석이 비어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 특실을 시간강사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단지 가르치기 위한 여정으로 KTX를 이용해야 하는 시간강사들에게 대한민국 국민들이 그 정도는 이해할 것입니다. ∙∙∙ 더 이상 대한민국의 어둠의 자식인 시간강사들의 이 처절한 운명을 내버려두지 마실 것을 진심으로 호소합니다”라고 했다. 얼마나 절실했으면 이토록 간절한 편지를 썼을까.

이런 시간강사들의 진실이 전해졌는지, 작년 10월, 제1기 대통령직속의 사회통합위원회가 모처럼 시간강사에 대한 처우개선안을 내놨다. 사실 나는 위원회라는 곳에서 하는 일에 대하여 기대하지도 또 신뢰하지도 않는다. 사실상 위원회는 옥상옥의 기구일 수 밖에 없는데다, 거기서는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다. 대개의 경우 폴리페서들이 주축이 되어, 모임은 꼭 고급호텔에서 해야 직성이 풀린다. 미워하면서도 닮는다고 이 정권 들어서도 위원회는 수도 없이 생겨나고 있다.

어쨌든 그 사회통합위원회가 그 많은 돈을 쓰고 딱 하나 내놓은 안이 그것이었다. 시간강사에 ‘교원’이라는 법적 지위를 부여하여 고용안전성을 보장하고, 열악한 처우를 우선적으로 개선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국∙공립대학의 강사료를 시간당 현행 4만 3천원에서 8만원까지로 인상하고, 사립대는 시간당 5천원의 연구보조비를 2만원으로 올리며, 고용계약기간을 현행의 학기 단위에서 1년 단위로 한다는 것 등이었다. 늦은 감이 있지만, 3월 22일의 국무회의에서 비슷한 내용의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이 확정되었다고 한다.

법령의 개정, 예산확보 등 개정안이 예정대로 시행될 수 있는지 염려되지만, 시간강사 문제에 정부가 이렇듯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우선은 “힘내라, 시간강사들!”하고 외쳐주고 싶을 뿐이다.


인재를 아끼고 키우는 인재관리 시스템을


그러나 시간강사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며, 단번에 치유될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다. 시간강사의 명칭이 강사로 바뀌고, 교원의 지위를 인정받게 된다고 해서 당장 시간강사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또 사립대에서 정부개정안을 순순히 그대로 따라줄지도 의문이다. 뿐만 아니라 시간강사 문제는 대학원을 비롯한 교육제도 하고도 관련이 있다.

현재 1115개의 대학원에서 박사와 석사가 양산되고 있는데, 생이지지(生而知之)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들이 과연 연구능력과 학문적 자질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병역특혜와 취업실패에 따른 도피성 진학은 대학원과 학문에 대한 모독이다.


나는 이 나라가 우수한 인재에 대해서는 국가가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관리하는 제도를 만들었으면 한다. 해외의 유수한 대학에서 학위를 받고도 취업이 어려워 국내에 들어오지 못하는 사람이 수없이 많다. 이들 중 엄격한 기준을 설정, 그 기준에 합당하는 사람들에게 국가가 4대 사회보험을 보장하고, 월 100만원씩을 지급하는 인재관리 시스템을 제안하고 싶다.

그 대신 이들에게 자신들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번역, 대학강의, 연구논문제출 등의 의무를 부과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실력있는 인재가 해외에서 유랑하지 않아도 될 것이며, 시간강사가 굳이 전임이 되지 못해 안달복달해야 할 이유도 없어질 것이다. 무엇보다 국가적으로 인재를 아끼고 키우는 일의 소중함을 깨닫는 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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