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청와대는 왜 재일동포 부인들을 따뜻하게 맞지 않았을까?
[칼럼] 청와대는 왜 재일동포 부인들을 따뜻하게 맞지 않았을까?
  • 이종환 기자
  • 승인 2017.10.20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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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한국부인회 모국연수회에 230여명 참여...청와대 방문은 무산
영부인이 초청해 다과회를 갖는 것이 관례...의사전달에 문제 있었던 듯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대표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대표

“내일 오전으로 예정했던 청와대 방문은 일정이 취소되고, 대신 잠실 롯데월드로 갑니다.” 명동 로얄호텔 만찬장에서 이 같은 내용이 마이크를 타면서, 일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내일 청와대를 못 가는 건가?” “롯데월드에 가서 뭘 하지?”

이날은 재일한국부인회 본국 연수회 첫날이었다. 재일한국부인회는 10월16일부터 19일까지 3박4일간 모국을 방문해, 연수회를 가졌다. 해마다 연례적으로 모국을 방문해 개최하는 행사로 올해도 230여명의 지역 부인회장과 간부들이 참석했다.

올해로 창립 67주년을 맞는 재일한국부인회는 민단과 함께 동고동락해온 단체다.민단 행사마다 김치와 떡 등 우리 음식을 들고 뒷바라지 해온 단체다. 88서울올림픽 때는 ‘하루 10엔 모금하기 운동’으로 만든 기금을 모국에 기부했다. 이동화장실 400개를 선물해 모국 화장실 문화 개선에도 큰 기여를 했다. 지금 우리 화장실이 선진국 뺨칠 정도가 된 데는 재일한국부인회의 도움이 무엇보다 컸다.

일본에서 부인회가 하는 일은 음으로 양으로 무척 많다. 오사카 고베 대지진 때는 전국에서 구호물자를 모아 이재민 식사 공급에 앞장섰고, 모국에 태풍이 몰아칠 때면 구호의연금 모내는 데도 팔을 걷어붙였다. 심지어 한센병 회복자 요양원에도 민단과 함께 30년을 빠지지 않고 가서 노래하고 춤추며 외로운 동포들을 위로해온 단체다.

현재 일본 전역에 45개 지역본부와 250여개 지부를 두고 있는 부인회는 해마다 10월이면 모국을 찾아 연수회를 개최한다. 올해 연수회 첫날 기자는 이바라키 부인회 참석자 5명, 도치기부인회 참석자 4명이 앉은 테이블에 앉았다. 이들 9명 가운데 이전 모국 연수회에 참석해본 사람은 두 명뿐이었다.

이들은 오랜만에 모국을 찾으면서, 새로 출범한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는 자신들을 반가이 맞아줄 것으로 기대했을 것이 분명하다. 일본에서 모진 차별을 견디면서도 모국 사랑을 실천해온 이들이 방문하면, 영부인이 청와대로 초청해 다과회를 갖고, 격려를 하는 게 그동안의 관례였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때만 좀 달랐다. 박대통령이 여성이다 보니 영부인 일을 분담해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통령 당선되던 해만 만나고 그 후부터는 청와대에 초청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올해는 더욱이나 큰 기대를 했던 게 분명하다. 지금의 영부인은 특히 활동적이어서 재일한국부인회 모국방문단을 불러 등을 토닥거려 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일본에서 모국행 비행기에 오를 때까지 청와대로부터 가부간의 연락을 못 받았지만, 서울에 도착하면 반가운 소식이 기다릴 것으로 기대했다. 청와대 방문건은 관례대로 동경 총영사관을 통해 논의했다고 한다. 혹시 다른 선을 통하면, 동경총영사관측이 섭섭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올해 동경총영사관은 체면을 구길 대로 구기고 말았다.

재일부인회의 청와대 방문은 어떻게 해서 불발됐을까? 청와대측이 일부러 만나주지 않았을까? 아마 그건 아닌 듯하다. 일본에서 힘들게 살아오면서 모국 사랑에 앞장서온 부인들을 토닥거려 주지 않을 청와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혹 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청와대 문밖에서 문안으로 의사 전달이 잘 안된 것은 아닐까?

재일한국부인회 모국연수회 폐회식 날 들은 몇사람의 의견은 한결 같았다. 이번에 많은 분들이 크게 실망했다고. 모국 정부가 재일동포들에게 따뜻함을 잃고 있는 것 같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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