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산책] 궁남지와 안압지
[정원산책] 궁남지와 안압지
  • 박경자 전통경관보전연구원장
  • 승인 2017.11.0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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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사상에 따라서 불로불사를 염원했던 유적
박경자 전통경관보전연구원장
박경자 전통경관보전연구원장

바쁜 일상에 쫓기는 현대인들이 조그마한 여유를 찾고자 직장 근처나 집 마당에 있는 정원을 부쩍 찾고 있다, 유유자적하며 잠시나마 마음과 몸의 힐링을 해보곤 한다. 원래 정원은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의 소유였다. 그러면 현대에 사는 일반인 성향도 귀족화되어 가는지 모르겠다. 이것이 민주자본주의의 특징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옛 왕족들은 어떤 힐링 장소에서 무엇을 했나 문득 궁금해진다. 오늘은 남아있는 기록과 유적에서 가장 오래되고 확실한 우리나라 고대 왕조 백제와 통일신라시대의 정원 얘기를 해보겠다.

백제시대 옛 수도 부여에는 궁남지(宮南池)가 있고. 신라의 수도 경주에는 안압지(雁鴨池, 월지)가 있다. 궁남지와 안압지는 백제와 신라시대를 대표하는 왕족의 대형 연못이다. 기록에서 보면 궁남지에는 망해루(望海樓), 안압지에는 임해전(臨海殿)이 있었다. 이것으로 두 연못 모두 바다海를 상징했던 것 같다. 이곳에서는 군신과의 잔치. 외국사신과 연회를 베풀고 큰 연못에서는 배를 띄우고 놀았다고 전한다.

<삼국사기> 무왕(武王) 35년(634) 기록에 ‘궁남에 못을 파고 20여 리에서 물을 끌어 들였으며, 못의 네 언덕에 버드나무를 심고 못 속에 섬을 만들어 방장선산(方丈仙山)을 모방했다(穿池於宮南 引水二十餘里 四岸植以楊柳 水中築島嶼擬方丈仙山)’고 한다.

월성 동쪽에는 <산국사기> 문무왕 14년(674)에 ‘못을 파고 산을 만들고 화초를 심고 진귀한 새와 짐승을 길렀다(宮內穿池造山 種花草 養珍禽奇獸)’,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는 ‘문무왕이 궁내에 못을 만들고 돌을 쌓아 산을 만들어 무산(巫山) 12봉을 상징하고 화초를 심고 진귀한 새를 길렀다’고 전해진다.

궁남지에는 섬을 만들고 방장선산(方丈仙山)을 모방했다고 하고, 안압지는 ‘70 중반의 발굴 결과 세 섬이 노출됐다. 방장선산은 중국 한(漢)시대 사기에 나오는 삼신산(三神山)의 하나다. 원래 삼신산은 봉래, 방장, 영주라 한다.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이 신선사상에 따라서 영원히 늙지 않고 오래도록 산다는 불로불사를 염원하고 황궁에 못을 파고 봉래도를 만들었던 것이 삼신산의 시초가 된다. 안압지의 세 섬도 백제유민과 중국 영향을 받은 삼신산이다. 일본 고대 아스카시대 연못에도 삼신산이 있었다 한다. 이 삼신산은 동북아 연못에서 함께 볼 수 있는 대표적인 특징이다.

궁남지는 원래의 3만평에서 현재 1만3천평으로 축소 정비됐다. 원형을 아직 찾지 못한 상태지만. 여름철 연꽃이 장관인 부여의 관광명소다. 안압지는 임해전 명칭으로 미루어서 바다를 상징했으며. 실제 서쪽 건물지에서 동쪽 굴곡진 호안을 바라보면 한 곳도 막힘이 없이 호안이 무한히 계속된 듯한 망망대해 바다를 느끼게 한다.

연못을 만들었을 때 심은 화목들은 진귀한 수종이라 전해지고. 발굴할 때 흙층에서 나온 꽃가루 화분(花粉) 분석결과와 문헌기록으로 수종을 추정할 수 있다. 궁남지는 네 호안(四岸) 기록으로 보아서 네모난 방지(方池)였던 것 같고. 안압지는 건물지의 직선과 구릉을 만든 곡선이 혼합된 형태다.

이 궁남지와 안압지는 무한한 바다를 상징하고, 신선사상에 따라서 불로불사를 염원했던 우리가 세계에 내세울 만한 자랑스러운 유적이다.

안압지
안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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