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산책] 안반데기와 평창 지역
[정원산책] 안반데기와 평창 지역
  • 박경자 전통경관보전연구원장
  • 승인 2017.11.13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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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자 전통경관보전연구원장
박경자 전통경관보전연구원장

11월 중순 강원도 산골은 가을의 끝자락 만추다. 단풍도 마지막이고 고랭지 수확도 벌써 끝났다.

강릉 순두부찌개로 점심을 먹고 주변 허난설헌, 허균의 유적지를 둘러보면서 “한옥 마당 감나무에 달린 홍색감이 한 폭의 산수화가 되었구나”하고 감탄했다.

요절한 허 씨 자매의 문학성과 시대가 만든 슬픔을 되씹으며, 안반데기에 올랐다. 구불구불한 산길, 첩첩산중 길을 한참 힘들게 올라, 차가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지점에서 하차했다.

이곳은 해발 1,100m 국내에서 주민이 거주하는 가장 높은 지대다. 안반데기는 안반덕(더기)의 강릉 사투리다. 험준한 백두대간 줄기에 떡치는 안반처럼 우묵하면서 넓은 땅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피득령을 중심으로 옥녀봉과 고루포기산을 좌우측에 두고 200ha 가량의 농경지가 독수리 날개모양으로 펼쳐져 있다.

1965년 경작자들에 매각하여 현재 30여 농가가 전국 최대 고랭지 채소를 재배하고 있다. 이곳은 경사가 심해서 기계 대신 소가 밭을 갈고 있다. 구름도 머물고 가는 운류(雲留)의 땅. 안반데기는 봄, 가을 호밀 초원과 여름 채소밭이다. 겨울 설경이 주변 풍력 발전기와 함께 일 년 내내 다양한 풍광을 만들고 있다.

이곳 찻길 정상에서 강릉에서 살지만 안반데기에 처음으로 와봤다는 운전자와 만났다. 인근 지역과도 그다지 접촉이 많지 않은 산간 오지였다.

이전에는 화전민들의 애환이 깃들여졌던 땅이다. 돌과 나무 밖에 없는 척박한 땅이었고, 일교차가 심해서 너무 추워서 한여름에도 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간다. 살아생전 이 산 너머에 지상의 낙원인 무릉도원이 있다던 운 씨 할아버지가 계셨다. 손자 꿈속에 선몽을 했고, 손자가 마을사람을 설득해서 시작됐다는 고랭지 채소 단지는 이 지역에 복지를 가져왔다.

현재 산길이 잘 정비돼서 인근 강릉과 평창과도 접근이 쉬워졌고 안반데기 찻길 정상에는 카페도 있다. 대형차량 주차장 부근에는 3, 4호 모여 있는 너와 통나무집과 현대식 주택들이 있다.

국내에서 거주지로는 가장 높은 곳에 사는 주민들은 고랭지 채소재배가 주업이겠지만 이 고랭지에서 평소 주업 외에 무엇을 생각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아마 비농 기간에는 모두 아랫마을, 도시지역으로 추위를 피해서 내려갈지도 모른다. 경제생활의 윤기가 그들을 도시민화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옛 산골사람의 빈한하지만 순박했던 정취는 아직 간직하고나 있을까? 문득 첩첩산중에서 복지를 만나보고 잠시 해본 생각이다.

고불고불한 산길을 한참 내려가 평창에 도착했다.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개최 예정지다. 경기장을 돌아보고 알펜시아 선수촌, 숙박 레저시설을 차로 지나치면서 둘러봤다. 국제경기라더니 시설도 국제화된 모습인 것 같다.

안반데기의 너와 통나무집
안반데기의 너와 통나무집
2018 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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