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산책] 신라연못 스토리
[정원산책] 신라연못 스토리
  • 박경자 전통경관보전연구원장
  • 승인 2017.11.27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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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자 전통경관보전연구원장
박경자 전통경관보전연구원장

영지(影池)
경주시 외동읍 괘릉리 1261번지에 있다. 불국사 삼층석탑 석가탑(釋迦塔) 혹은 무영탑(無影塔)을 만들 때 스토리다. 『불국사고금창기』에 “절을 처음 지을 때, 기술자가 당나라에서 온 사람이었는데, 그의 누이동생이 아사녀(阿斯女)였다. 기술자를 찾아 왔으나 ‘공사가 아직 끝나지 않아 만날 수 없으니 이튿날 아침 서쪽 10리 가량되는 곳에 가면 못이 있을 것이니, 탑의 그림자가 비칠 것이다’고 했다. 다음 날 못에 가보니 탑 그림자가 없었다. 그래서 무영탑이라 부르게 됐다”는 기록이 나온다. 기술자를 현진건(玄鎭健)의 소설 『무영탑』에서는 백제사람 아사달(阿斯達)로 고쳐 등장시켰다.

서출지(書出池)
경주시 남산동 974-1번지에 있다. 남산의 동쪽에 있고, 『삼국유사』 신라 소지왕 때의 ‘사금갑(射琴匣)’ 전설이 있다. 소지왕 10년(448)정월 15일에 왕은 천천정(天泉亭)에 행차했는데, 쥐와 까마귀가 나타나서 울더니 쥐가 사람의 말로 “이 까마귀가 날아가는 곳을 따라가 보시오”라고 했다. 기사(騎士)가 까마귀를 따라가 보니, 남쪽 피촌(避村)에서 두 마리의 돼지가 한창 싸우고 있었다. 기사는 돼지의 싸움에 정신이 나가 구경하다가 까마귀의 행방을 잃어버렸다. 기사가 근처를 헤매고 있는데 문득 길옆의 연못에서 노인이 나타나 편지 한 통을 전해 주었다.

편지의 겉봉에는 “이 편지를 열어보면 두 사람이 죽을 것이요. 열어보지 않으면 한 사람이 죽을 것이다”고 써있다. 이야기를 들은 왕은 희생을 줄이겠다고 편지를 열지 않으려 했으나 일관(日官)이 “두 사람이란 일반이요, 한 사람은 왕을 가리키는 것입니다”라고 했다. 왕은 편지를 열어보았는데, 그 안에 “거문고 상자를 쏘시오(射琴匣)”라는 세 글자가 있었다. 왕은 궁으로 돌아와서 거문고 상자를 쏘았더니 그 안에는 내전에서 불사를 맡아 행하는 승려와 궁주(宮主)가 숨어 있다가 화살을 맞고 죽었다.

이때부터 우리나라 풍속에 정월의 초해일(初亥日), 초자일(初子日), 초오일(初午日)에는 일을 삼가고 함부로 행동하지 않으며, 정월 보름날은 오기일(烏忌日)이라 하여 찰밥을 마련하여 까마귀에게 제사를 드리는 풍속이 생겼다. 이런 풍속들은 속언으로는 ‘달도(怛忉)’라 하는데 그것은 슬프고 근심스러운 마음이 들어 행동을 조심한다는 뜻이다. 이 연못은 노인이 편지글을 왕에게 올렸다 해서 서출지로 불린다. 연못가에는 조선 현종 5년(1664) 임적(任勣)이 지은 이요당(二樂堂) 또는 빙허루(憑虛樓)라는 정자가 있다.

이요당(李覲吾(1760~1834) 竹塢集 권1)
二樂有高堂(산과 물을 좋아함에 높은 당을 세웠으니)
夏熱不須病(무더운 여름에도 고통스러움 없다 하네)
書出留古蹟(글이 나온 연못이라 옛 자취 남아 있는데)
林深地幽靜(숲이 깊으니 그윽하고 조용한 장소이로다)
山水堂(月城 崔鉉敎(舊韓末))
萬壑煙霞成痼疾(만학(萬壑)의 연하(煙霞)는 산수(山水)의 고질을 만들어 주었고)
一區泉石點修藏(한 터전의 천석(泉石)은 공부의 성취를 점검해주네)

통도사(通度寺) 구룡지(九龍池)
경남 양산에 위치한 통도사는 646년 창건된 것으로 추정된다. 통도사 대웅전 서편에 구룡지가 있다., 약 4-5평타월형 연못이다. 전해온 애기에 그 못에 구룡이 살고 있었는데 자장율사가 문수보살의 부탁으로 구룡에게 항복을 받아 퇴거시키고 못을 메워 대가람을 만들었다. 구룡 가운데 다섯 용은 오룡동으로, 세용은 삼동곡으로 가고 오직 한 마리 용이 남아 터를 지킬 서원을 세우므로 연못을 만들어 머물게 했다. 수심은 비록 한길도 못되지만 아무리 가뭄이 심해도 물이 줄지 않아 속설에는 구룡신지(九龍神池)라고 한다.

선암사(仙巖寺) 삼인당(三印塘)
전남 승주군에 있는 선암사에는 본전 입구에 삼인당이 있다. 선암사 지허스님에 따르면, 신라 경문왕 2년(862) 도선국사 옥룡자가 만들었고, 알 모양의 연못 안 섬은 스스로 깨치니 스스로 이롭다(自覺自利)를 뜻하고, 긴 타원형의 연못은 남을 깨우쳐 남을 이롭게 한다(自覺利他)를 뜻한다. 연못의 곡선 형태는 모남이 없이 둥글게 깨달음을 얻는다는 뜻이다. 삼인(三印)은 모든 현상적인 것은 현상이 있든 없든, 마음이 있든 없든 끊임없이 바뀐다. 모든 것은 실체가 없다는 뜻의 삼법인(三法印)을 말한다.

서출지
서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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