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고 싶은 한국의 역(駅) 14] 장항선 군산역
[가보고 싶은 한국의 역(駅) 14] 장항선 군산역
  • 구리하라 가게리(栗原景, 일본포토라이터)
  • 승인 2017.11.30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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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대화의 유산...경암동 '철길마을'은 관광지로 부상

전북 군산은 근대화 유산이다. 일본의 지배를 받던 시절에는 주로 쌀을 수출하는 항구로서 번창해 약 1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당시 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다. 명작 '8월의 크리스마스'를 비롯한 수많은 영화의 배경이 된 곳이다.

그런 도시의 현관인 군산역은 시가지에서 4km 정도 떨어진 교외에 있다. 2008년에 금강을 건너는 교량이 개통돼 장항과 군산이 철도로 연결되면서 옛 시가에서 지금의 장소로 역사를 이전했다. 유적전시관도 함께 개설한 훌륭한 역이지만,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고, 택시나 버스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최근 한국의 철도는 고속화가 진행돼 상당히 편리해졌지만, 그 결과 많은 역이 시내에서 내쫓기고 말았다. 역에서 시내까지 연결을 생각하면 오히려 불편하게 된 경우도 있어 걱정될 정도다.

군산역에서 시내까지는 버스로 15분 정도다. 시외버스 터미널 앞에서 내려서 조금 걸으면 '구역전 종합시장'이 있다. 이곳이 과거 군산 역이 있던 곳이다. 2008년 1월1일에 이전하고 나서는 '군산 화물역'이 되었지만, 그 해 11월부터 화물취급도 없어지던니 2015년 마침내 역사까지 철거됐다. 주위에는 잡초에 묻힌 채 선로나 급수탑이 남아 있지만, 초고층 아파트가 속속 들어섰다. 수년 내에는 역의 흔적도 없어질 것이다. 일본의 지배에서 한국전쟁, 그리고 경제발전을 함께 해온 군산역은 시장만 남기고 과거로 바뀌었다.

옛 군산역 터에서 조금 걷자, 민가 뒤쪽으로 레일이 나타난다. 좌우로 민가가 바짝붙어 있는 이런 곳을 열차가 달린 것일까 생각하며 걸어가는데, 관광객들도 북적거렸다.

이곳 경암동 철길마을은 태평양 전쟁 말기인 1944년에 건설됐다. 옛 군산역과 제지공장을 연결한 길이 2.5km의 화물선 '페이퍼 코리아선' 자리다. 한국전쟁 때 피난온 사람들이 기찻길 옆에 정착해 민가가 철길에 아슬아슬하게 갖다붙은 독특한 풍경이 태어났다. 현역 시절에는 기관차의 선두에 직원이 깃발을 들고 전방을 경계하면서 시속 10㎞로 천천히 뛰어갔다는 곳이다.

군산역 이전 후인 2008년 7월1일, 화물열차의 운행을 종료했다. 한때는 철거를 검토했지만, 그 특유의 광경에서 영화나 뮤직 비디오의 무대에 사용된 것이 화제가 되면서 점차 관광객이 모여들었다. 이제는 철길에 접한 민가에 카페나 옛날과자 가게 등이 어울려 군산의 대표적 관광지가 됐다.

마침 내가 간 날은 방학중이라 연인과 가족, 학생 그룹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옛날 느낌이 드는 학생복을 입은 사람들도 있다. 사실은 이것은 지금 한국에서 유행하는 코스프레 관광이다. 옛날 교복 등을 빌려입고 젊은이가 되서 거리를 걷는다는 것으로 복고풍 멋을 느끼는 관광이다. 젊은 사람들로부터 옛날을 그리워하는 어르신들까지 넓은 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옛날과자 가게 처마 끝에서 목띠를 한 고양이가 몸을 식히고 있었다. 그늘진 레일에 몸와 턱을 올려놓고 있었다. 시원하고 기분 좋을 것이다.

옛 철도 풍경이 빠르게 사라져 가는 것이 안타깝지만, 군산의 철길마을은 여전히 과거 철도 풍경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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