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적폐청산과 공칠과삼(功七過三)
[기고] 적폐청산과 공칠과삼(功七過三)
  • 이영승(영가경전연구회 회원)
  • 승인 2017.12.05 09: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적폐(積弊)란 오랫동안 쌓인 폐단(弊端)을 말한다. 그것을 청산하자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집권 6개월째인 새 정부는 지난 보수정권의 적폐청산을 국정의 우선과제로 삼는 것 같다. 보도에 의하면 서울 중앙지검의 검사 247명 중 64명이 적폐청산에 투입되고 있다니 말이다. 여야는 이를 두고 ‘정치보복이다, 아니다’로 논쟁이 뜨겁다. 정치권은 그렇다 치더라도 날로 깊어가는 국민들의 갈등과 분열은 참으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모택동은 공산당혁명으로 중국을 오늘의 강대국으로 도약케 한 국부이다. 그러나 그에게도 문화대혁명(1966년부터 10년간 모택동 주도의 사회주의 운동) 등 많은 과오가 있었다. 훗날 등소평 집권 시 그에 대한 공칠과삼(功七過三)의 재평가가 있었다. 바로 1981년 제정한 3만5천자의 ‘역사결의’다. 그의 위대한 업적과 함께 과오도 분명하게 지적하여 전 정권의 적폐를 역사적으로 청산함으로써 사회적 갈등을 잠재우고 미래로 향할 수 있었다.

모택동이 정권을 강화하는 과정에 홍위병을 앞세운 ‘문화대혁명’을 그 당시에는 많은 국민들이 긍정적으로 호응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나라의 근간을 흔든 엄청난 작폐였던 것이다. 적폐란 그만큼 당대에는 알기가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우리의 근대사인 조선시대의 적폐는 무엇일까? 이를 한번 되짚어보는 것은 오늘의 적폐청산을 바라봄에 있어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조선은 건국 518년 만에 국권을 일본에 빼앗기고 말았다. 그 원인은 과연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즉 어떤 적폐들 때문일까?

조선은 건국 이래 공신(功臣)들의 천국이었다. 태조는 창업을 도운 배극렴 등 39명의 개국(開國)공신을 거느렸고, 태종은 왕자의 난을 평정한 하륜 등 37명의 좌명(佐命)공신을 두었으며, 세조는 단종의 좌우 충신을 제거한 공으로 정인지 등 36명의 정란(靖亂)공신을 두었다. 세종을 제외하면 공신을 내지 않은 임금이 거의 없었다. 정인지와 한명회는 네 번씩 공신이 되고 신숙주는 무려 다섯 번이나 공신이 되었다. 임금에게는 방패막이가 될지 모르나 백성들에게는 나랏돈만 축낼 뿐 백해무익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공신전(功臣田)인데 공신의 수가 워낙 불어나다보니 한때 경기도 일대가 공신전 아닌 땅이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노비(奴婢)의 하사다. 역적으로 몰린 사람들의 유족과 노비를 빼앗아 공신들에게 상으로 주었다. 공신들은 한때 동료였던 그들의 아녀자를 하사받아 첩으로 삼고 종으로 소유하는 등 실로 처참했다. 자손만대 영화를 누리는 공신이 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으며, 당파를 만들어 상대를 역모로 몰아 수많은 인재를 죽였다. 오늘의 공신이 내일의 역적이 되는 ‘보복의 정치’가 반복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사색당파(四色黨派)와 사화(士禍)로 얼룩진 아픈 역사이다. 경술국치(庚戌國恥)도 그 연장선상이었다.

오늘의 시국을 지난 역사에서 반추해 본다. 요즘 정치인들은 국민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런데 모두들 자신의 영달(榮達)과 자당(自黨)의 유불리만 생각하지 진정으로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싶다. 당파를 이루어 사생결단 싸우는 행태가 조선시대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한 것 같지를 않다.

적폐는 분명 청산되어야 한다. 그러나 어느 시대 어느 정권도 공과 과는 있기 마련이다. 또한 털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 적폐일 것이다. 문제는 이 적폐를 어떤 방법으로 얼마나 슬기롭게 청산하느냐이다. 사화 때인들 어찌 구악을 청산하고 나라의 기강을 세운다는 명분이 없었겠는가? 하지만 반복된 그 사화는 민족의 씻을 수 없는 폐단이었으며, 무수한 인재를 잃어 나라의 발전을 저해했다는 교훈만 남겼을 뿐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했다. 어느 집권자든 실로 두려워해야할 것은 ‘자신은 훗날 어떤 적폐로 기록될 것인가!’일 것이다.

북한의 핵 개발과 주변 강대국들의 대치 등 실로 어려운 시국이다. 지난 역사에서 이보다 더 위기인 적이 있었던가? 국민의 에너지를 하나로 모우는 통합의 정치가 절실하다. 우리는 과거가 아닌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만 한다. 지금 가장 시급한 ‘적폐청산’은 바로 증폭되고 있는 국민들의 ‘갈등과 분열 청산’이 아닐까?

필자소개
​수필문학으로 등단
​전 한국전력공사 처장 퇴직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