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145] 가평 중·고등학교
[아! 대한민국-145] 가평 중·고등학교
  • 김정남 본지 고문
  • 승인 2017.12.2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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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전쟁은 참혹하지만 때로 아름다운 이야기를 남기기도 한다. 전쟁의 포연 속에서 가평 중·고등학교가 탄생했다. 6·25한국전쟁의 와중에서였다. 이 이야기는 한국에 참전했던 미군병사들과 전쟁의 한가운데서도 어떻게든 자식들을 가르쳐야 하겠다는 학부모들의 교육적 열정이 엮어낸 한편의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LA에 본부를 둔 미 40사단은 원래 전투 후방을 지원하는 부대였지만 한국전쟁의 양상이 심각해지자 바다 건너 한국전쟁에 직접 투입되었다. 그들이 주둔했던 곳이 경기도 가평이었다.

미군 병사들은 경이로운 장면을 보게 되었다. 포성이 끊이지 않는 전쟁터에서 할 수만 있다면 다투어 남쪽으로 피난을 가야 할 판인데, 어른들은 아이들을 위해 미군들이 사용했던 천막으로 학교를 세우고 공부를 계속하는 것이었다.

그 장면을 목격한 미 40사단 병사들은 크게 감동했다. 전쟁의 피비린내 속에서도 피어오르는 학부모들의 교육열에 감동한 것이다.

전쟁 중에도 지치지 않고 피어오르는 교육열에 감동한 클리랜드 장군은 캘리포니아 본부에 보고하고, 40사단 병력 1만 5천명이 도울 수 있는 길을 모색, 가평 중·고등학교 교사 건축을 위한 모금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1인당 평균 2달러씩을 낸 것이다.

이렇게 모금한 3만 달러의 예산으로 학교 건축에 착수했다. 설계는 40사단 16연대 공병장교 에이스 대위가 담당했는데, 그는 하버드대학 건축학과를 나온 설계전문가였다. 일반 병사들이 전방에서 전투를 벌이는 동안 에이스 대위와 공병부대 병사들은 주민들과 힘을 합쳐 40여 일만에 학교를 완공했다.

그렇게 천막교실이었던 곳에 벽돌로 지어진 학교가 들어섰고, 40사단 병사들과 주민들은 학교 명칭을 정할 때, 그 누구보다 공헌을 많이 한 클리랜드 사단장의 이름을 붙여 클리랜드 가평중학교라고 명명하려 했으나, 클리랜드 장군은 이를 완강히 거부하고 19세 어린 나이에 한국의 자유민주와 통일을 위해 싸우다 40사단 최초의 전사자가 된 미군 병사 가이사의 이름을 붙일 것을 고집했다. 결국 장군의 뜻에 따라 가평 가이사중학교가 되었다.

전쟁이 끝나고 미국으로 철수한 클리랜드 장군은 예편 후 1954년부터 매년 50달러의 장학금을 그가 세상을 떠나던 1975년까지 계속 지급했다. 그리고 유언을 통해 그의 사후에 나오는 연금 일부를 학생들을 돕도록 했다.

그의 아내 캐토트 클리랜드가 그의 유지를 받들어 그후 30년 동안 장학금을 지급하고 2004년 11월에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예편한 옛 40사단 전우들 몇몇은 매년 가평 중·고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했다. 그러나 그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나면서 2017년에는 단 한 명의 노병만이 졸업식에 참석했다. 이에 대한 답례로 가평군수와 이 학교 교장은 2017년, 1명의 교사와 3명의 학생대표를 미 40사단에 보내 그동안의 지원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 아름다운 이야기는 2017년 7월 23일, KBS1 TV에 ‘2달러의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방영되어 많은 시청자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1952년 문을 열었던 가이사 중학원의 모습.[국방홍보원 동영상 캡쳐]
1952년 문을 열었던 가이사 중학원의 모습.[국방홍보원 동영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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