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희의 본아페티] 르꾸숑 아 로헤이(Le Cochon à l’oreille)
[정주희의 본아페티] 르꾸숑 아 로헤이(Le Cochon à l’oreille)
  • 파리=정주희 해외기자
  • 승인 2018.01.08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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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지만 품위 있는 곳, 토닥토닥 마음을 다독여주는 음식이 나오는 곳, 한국으로 치면 가정식 백반 집 같은 곳.

프랑스 가정식 전통음식을 맛 볼 수 있는 레스토랑 르꾸숑 아 로헤이(Le cochonà l’oreille)로 가보자. 파리에서 가장 많은 지하철 노선이 만나고, 복합 쇼핑몰까지 있어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인 레알(les halles) 지역에 자리 잡고 있는 르꾸숑 아 로헤이는 파리의 오래된 레스토랑에 관한 책자에도 실릴 만큼 파리지앵들에겐 이미 유명한곳이다.

레알이 1880년대 파리의 중앙시장이었다가 1969년대 외곽으로 옮기게 되고 그 이후 이 지역이 변해가는 모습을 같이 호흡하며 지켜낸 식당이다.

식당 안 벽면에 옛 레알의 모습이 담긴 타일벽화가 장식되어 있어 역사의 한 페이지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하고, 시끄럽고 웅성거리는 시장통 얘기가 귓전에 맴돈다.

아주 작은 식당으로 다닥다닥 붙어 앉아 먹어야하고 옆 테이블 대화를 같이 들을 수 있을 정도다. 번잡한 밖과 달리 시골식당에 들어와 앉아 있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옛맛을 그리워할 때 한국에서 엄마밥상이라는 표현을 한다면 프랑스엔 할머니의 레시피( Recette de grand-mère)라는 말이 있다. 이곳을 찾는 단골들은 다들 옛맛이 그리워 오는 사람들이 많다

서빙 하는 아주머니도 한국의 단골식당에서 우리가 흔히들 친근감 있게 부르는 이모처럼 편하게 다가와 말을 건네며 안부도 묻고 수다도 떨며 이것저것 챙겨주기까지 한다.

또한 이집엔 거창한 메뉴판이 없다, 큰 칠판에 메뉴가 적혀있는데 늘 같은 메뉴다. 변화가 없는 메뉴판엔 다 이유가 있었다. 새로운 메뉴가 아니라 가정집에서 먹던 음식들이라 그렇단다. 전식으로 공장 생산품이 아닌 집에서 만든 거라고 추천해준 거위 간(Foie gras maison)을 주문했다. 연말연시에 많이 먹는 음식이기도 하니까. 역시나 투박스럽고 푸짐하게 담겨 나왔다.

Foie grasmaison(거위간 요리)
Foie grasmaison(거위간 요리)

푸아그라를 먹을 때 간혹 굵은 소금을 얹어 먹는 사람들도 있다. 근데, 역시 푸아그라의 담백한 맛을 살리는 데는 단맛이 나는 무화과 잼이 잘 어울린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부드러운 맛과 중후한 맛에 달콤한 맛까지 나고 거기에 다른 곳에서 한쪽 나오는 빵이 여기엔 네 쪽이나 나와 전식을 배부르게 먹게 된다. 하나를 시켜 둘이 나누어 먹어도 될 뻔 했다.

본식으론, 프랑스 가정식으로 추천해준 Côte de cochon aux pleurote(돼지 갈비살과 버섯) 요리를 시켰다. 고기육수에 느타리버섯으로 볶은 소스를 덮은 돼지갈비 쪽 살로 큰 덩어리가 나왔고, 갸니쉬로는 감자와 우유를 층층히 쌓아 올려 만든 감자 그라탕이 함께 나왔다.

보기만 해도 배가 불러오는 느낌이다. 추운날씨에 따뜻한 음식이라 좋기는 한데, 개인적으로는 너무 퍽퍽한 느낌이 들었다. 옆에서 열심히 드시고 계신 할아버지께 맛을 물어보았다.

Côte de cochon aux pleurote(돼지갈비살과 버섯)
Côte de cochon aux pleurote(돼지갈비살과 버섯)

어릴 때 집에서 많이 해먹던 음식이라 하신다. 퍽퍽하다고 말했더니 원래 그 맛이라며 아주 만족스러워하셨다. 고기를 잘라 소스에 쓱쓱 비벼가며 먹으란다. 고기 맛에 소스 맛이 스며들어 고기만 잘라 먹을 때와는 또 다른 맛이다. 감자 그라탕은 아주 담백한 맛으로 소스의 짭짭할 맛을 눌러 주는 맛이랄까? 먹는 내내 좀 무겁다라고 느끼고 있는데 주변 벽화 속 옛 시장풍경을 보니 푸짐하고 무거운 음식 맛이 이해가 조금은 되었다. 아쉽지만 디저트는 포기를 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식당의 단골들은 이미 그 양을 알아서인지 본식만 먹거나 전식은 나누어 먹고 본식과 후식을 주문해 먹는 분위기였다. 또한 후식은 본 메뉴판에 없고 그날그날 한 두개 정해진다.

따뜻하고 맛있는 식사를 먹이고 싶어 하는 엄마의 마음과 정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식당이다.

옛날 옛적엔 시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즐겨 찾던 곳에서 요즘은 푸짐하게 차려주는 엄마의 손맛이 그리운 손님들이 찾아오는 곳으로 그 자리에 변함없이 자리 잡고 있었다.

가격대는 16유로에서 20유로선이다.

Le Cochon à l’oreille
주소: 15 Rue Montmartre, 75001 Paris
전화번호: 01 40 15 98 24

필자소개
프랑스 요리교육기관 ‘르꼬르동블루’ 졸업, 전 재불한인여성회장, 전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 프랑스지역본부 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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