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통 일본동부협의회 공모전 글짓기 부문 수상작 - 내 이름은 조밥나물이다
민주평통 일본동부협의회 공모전 글짓기 부문 수상작 - 내 이름은 조밥나물이다
  • 월드코리안뉴스
  • 승인 2018.03.0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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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평통 일본동부협의회가 주최한 제1회 통일 글짓기·그리기·UCC공모전에서 김민정 학생이 ‘내 이름은 조밥나물이다’라는 제목의 작품으로 글짓기 부문 대상을 받았다. 심사위원회는 “우리 민족이 통일 시대를 맞이해야 할 당위성을 김민정 학생이 뛰어난 감수성으로 역설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번 공모전에는 500명 이상의 학생들이 응시해, 163작품 214명의 수상자들에게 상장과 부상이 수여됐다.[편집자]

내 이름은 조밥나물이다

내 주위엔 나와 같은 친구들, 혹은 국화들이 있다. 우리들 앞엔 좁은 흙길, 그리고 그 앞엔 높디높은 철조망이 있었고, 난 항상 그것을 보며 궁금해 했다. 우리 같은 식물들은 저 철조망을 넘을 수가 없는데, 왜 설치해놓은 걸까? 누구를 막기 위해서 일까? 봄바람을 타고 민들레 씨앗이 날라 오기 전까진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해가 내 머리 위에 떠 있다가 나의 줄기 부분을 환하게 비칠 때 즈음, 대성동 초등학교의 학생들이 내 앞을 지나간다. 항상 같은 시간에 나를 보며 항상 인사를 해주는 민영이가 지나간다. 그 뒤를 좇아 3명이 더 지나간다. 이 친구들은 항상 이렇게 4명이서만 몰려다니고, 새로운 친구를 본적도 그 중 한 명이 빠진 모습을 본 적도 없다. 내가 이 땅에 자리 잡고 살기 시작한 이후엔 항상 저 친구들끼리만 다닌다.

그런데 며칠 간 민영이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다. 분명 나의 줄기가 따가워질 때엔 내 앞을 지나가며 나에게 밝게 인사를 해주며 해맑게 웃어주었는데... 이러한 나의 궁금증을 꿰뚫어 보고 있었던 듯이 옆에 있던 국화가 한 마디 툭 던진다. 게네 졸업 했어.

졸업? 졸업이 뭐지? 대성동 초등학ㄱ교를 떠나 새로운 학교에 들어가는 거래. 그런데 새로운 학교가 우리 동네에는 없나 봐. 그래서 다른 동네로 이사 갈 수밖에 없나 보지, 뭐. 국화는 참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그동안 많은 것을 보고 배웠겠지. 졸업이라는 새로운 단어를 배운 채, 민영이가 마지막으로 지나가던 발걸음을 따라 민영이와 함께 지냈던 시절들을 곱씹어 본다.

매일 인사만하고 지나가지만, 그 매일의 인사에 민영이의 감정이 담겨 있다. 나는 그러한 감정에 답하기라도 하듯, 내 줄기를 꼿꼿이 피기도 하였고, 꼬부랑 할머니처럼 허리를 굽혀 민영이의 인사를 받아 주기도 했다.

이러한 나의 답장을 민영이는 조금이라도 알고 있었을까?

처음에는 밤하늘을 올려다보았을 때 보이던 몇 개의 별들이 눈을 감았다 뜨면, 수십 깨까지 보이듯이 나는 민영이와의 추억을 하나씩 별 위로 쏘아 올려본다. 내일 밤, 그 내일의 밤이 되면 별로 하늘을 수놓아 하늘이 무슨 색이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내가 매일매일 보석들을 하늘을 꾸미고 있던 어느 날, 우리 동네에 민들레 씨앗이 하나 날라 왔다. 봄바람을 타고 살랑살랑 날아온 민들레 씨앗은 처음 보는 먼 곳에서 날라 와 우리에게 새로운 사실을 알려 주었다. 예를 들면 민들레 씨앗이 온 곳에서 사람들이 걸어 다니지 않고 자동차를 타고 다닌다든지, 땅 위에 흙길을 커녕 높은 건물들만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든지. 그러나 나의 호기심을 끈 것은 다른 것이었다.

민들레 씨앗이 살던 동네엔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에 가는 중학교 혹은 고등학교 또한 있었고, 대부분의 초등학생이 자신의 동네에 위치한 중 고등학교에 입학한다는 사실이었다. 분명 민들레 씨앗은 남쪽에서 날아왔는데, 그 남쪽이 우리 동네와 별반 다를 것이 없을 것 같은데, 왜 우리 동네에만 중고등학교가 없을까? 이러한 나의 궁금증을 민들레 씨앗에게(별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모든 친구들이 잠들고 있었을 새카만 밤에) 물어보았다.

그러나 민들레 싸앗은 나에게 되물어본다. 너는 네가 어디서 살고 있는지 알아?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다. 내가 어디 사는지, 내가 사는 이 땅이 얼마나 넓은지 한 번도 궁금해 본 적 없었다. 사고의 혼돈을 마주친 채, 나는 민들레 씨앗 속을 멍하니 쳐다볼 뿐이었다. 그러자 민들레 씨앗이 말해준다. 내가 여기 날라 오기 전에 우리 엄마가 그랬는데, 내가 만약 하늘을 찌를 듯한 철조망이 있다면 비무장 지대에 간 것이라고 했었어. 비무장 지대가 뭔데?

민들레는 이러한 나의 질문에 끝내 답을 하지 못했다. 뽀오얀 달이 지나가고 타오르는 해가 찾아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러고 남쪽에서 온 민들레는 자신의 씨앗을 품어줄 흙들을 찾아 그 속으로 파묻혀 들어갔다.

너무 무심했다. 우리들이 궁금해 했던 사실들을 명확히 알려주지 않은 채 궁금증만을 안겨주고 가서. 이렇게 하루하루 속마음을 썩히고 있을 때 즈음, 남쪽에서 날라 왔다는 민들레와 똑같이 생긴 민들레 씨앗이 북쪽에서 날라 왔다. 이미 자신의 뿌리를 내린 민들레 씨앗과 달리 나의 궁금증을 더 해소 시켜 줄 것 같아, 우리 마을에 발을 딛자마자 말을 걸었다.

너희 동네에는 초등학교 밖에 없는 걸로 알고 있어. 워낙 동네에 사는 사람이 없어서... 정말 놀라웠다. 우리 동네 인구가 적은 편에 속한다는 것, 아니 적은 편에 속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적다는 것이. 나는 민들레 씨앗처럼 계절의 콧바람을 타고 날아다닐 수 있는 식물도 아니고, 다른 동물의 털에 붙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식물이 아니다.

이러한 나의 단점은 좁은 세계관을 이끌었고 민들레 씨앗들이 알려주는 정보는 내게 있어선 신세계였다. 분명 남쪽에서 온 민들레 씨앗은 학승들이 학교에서 점심으로 도시락을 먹는다고 표현했지만, 북쪽에서 온 민들레 씨앗은 동무들이 점심으로 밥 곽을 먹는다고 표현했다. 분명 같은 땅에서 왔을 텐데, 그거 다른 방향에서 날라 온 사실만 다를 뿐인데, 왜 이렇게 표현하는 방식이 다른 걸까?

그리고 분명히 겉모습은 똑같이 생긴 민들레 씨앗인데, 말하는 것을 들어보니 그들이 가진 가치관 혹은 생각하는 기준 또한 달랐다. 남쪽에서 날라 온 민들레는 개개인의 능력을 중시하는 반면, 북쪽에서 날라온 민들레는 모두의 결과를 추구했다. 어쩌다 이러한 차이를 만들었을까?

이러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궁금증이 나의 몸을 휘감았다. 파도가 속절없이 밀려오듯 내 마음 속엔 연상적으로 계속 나타나는 호기심이 나를 향해 달려 왔고, 나는 이러한 호기심들을 향해 힘없이 넘어지기만 해야 했고, 해결할 수단이 없었다. 아니, 수단이 없다기보다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내 인생에 있어서 이러한 경험은 처음이었으니까.

왜 나는 조밥나물의 운명으로 태어났을까 라는 운명론적인 사고에 있어서 절망하는 모습을 보곤 새로 온 민들레 씨앗이 입을 열었다. 자신은 북쪽에서 왔으며, 이 철조망 건너에 있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왔다고. 내가 사는 이곳, 비무장 지대는 두 나라가 휴전인 상태여서 나타난 경계선이라고. 나는 매우 놀라웠다. 그럼 겉모습뿐만 아니라 너희가 생각하는 방식도 같아야 하는 거 아니야?

왜 너랑 남쪽에서 날라 온 민들레 씨앗이 생각하는 방법이 달라? 북쪽에서 온 민들레 씨앗은 한참 동안 나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그는 운성이 날라 와 지구를 쳐, 솟구치는 화염에 하늘이 뒤 덮인 듯, 하늘에 파란색이 사려졌을 때, 드디어 말하기 시작했다. 아마 이 땅, 한국이 휴전하기 시작한 지 65년이 지났을 거야. 65년이 지난 동안 남측에선 12명의 대통령이 북측에서 3명의 국방위원회 위원장이 한국을 통치했어.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두 나라를 통치했는데, 통치이념이 달라지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

이걸 당연시 하는 게 잘못된 일이지만, 네가 나에게 이야기해 준 남측의 민들레 씨앗의 얘기를 바탕으로 생각해 보니까 우리가 생각하는 것들의 아주 근본적인 것만 같지, 그것을 제외한 나머지는 매우 다른 것 같아.

이후에 북쪽에서 온 민들레 씨앗은 자연의 섭리에 따르며 흙 속에 자신의 몸을 파묻었다. 나는 이제 싹을 틔우고 자신의 새로운 몸을 만들어 낼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들은 후 나는 상상의 나래에 잠기었다. 내가 알고 있는 남쪽의 문화는 어디까지일까, 어느 부분까지가 북쪽의 문화와 같고, 어느 부분까지가 다를까. 물론 북쪽에서 날라 온 민들레 씨앗이 이러한 나의 상상의 나래를 현실적인 장으로 전부 바꾸어 주진 못했다. 그러나 나는 현실의 벽과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상상에 이 두 나라의 과거를, 현재를, 미래를 맡기고 싶었다.

두 민들레 씨앗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여 매일 밤, 나만의 하늘에 민영이의 별을 쏘아 올리던 것을 이제 한반도의 별로 바꾸었다. 하루하루 하늘에 수놓던 별들을 나의 상상에 맡겨진 한반도의 이야기로 가득 채웠다. 그러다 문득 내 눈앞에 있던 철조망이 내 시야 안에 들어왔다. 갑자기 철조망이 유리벽처럼 보였다. 보이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하는. 그러나 언젠가 저 철조망도 없어지겠지. 그러나 나의 상상 속의 세계에서는 이미 철조망은 사라지고, 남북에 모든 사람, 동물, 식물들이 이동하는 자유로운 나라를 그리고 있었다. 매우 아름답고, 조화로운 나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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