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있는 정원 이야기①] 조용덕 아프리카 말라위 전 한인회장(2)
[꿈이 있는 정원 이야기①] 조용덕 아프리카 말라위 전 한인회장(2)
  • 월드코리안뉴스
  • 승인 2018.03.02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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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의 앵두와 포도나무 추억이 지금의 정원 과일밭 만들어

해외에 있는 한인들은 어떤 꿈을 꾸고, 이루면서 살고 있을까? 어떤 집을 짓고, 어떤 정원을 가꾸며 살아가고 있을까? 해외 한인들의 꿈과 정원 이야기를 모아서 연재한다. <편집자>

바야흐로 1977년, 내 평생 잊지 못할 두 가지 사건이 일어났다. 일명 ‘포도와 앵두 사건’이다. 41년 전 일이라 기억 저편 깊숙이 자리 잡았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정원을 새로 단장하느라 석류나무를 옮기면서 상기하게 된 기억이다.

어느 날 햇살 좋은 따뜻한 봄날이었다. 친구가 자기 집에 놀러 오라고 해서 갔는데 친구 집은 수색이었던 것 같다. 친구 집 대문을 열고 들어서니 앞마당에 있는 앵두나무 한그루에 싱그럽고 시큼 달콤한 빨간 앵두가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많이 따서 먹겠구나 싶었는데 친구는 오로지 앵두 몇 알만 따서 내게 넘겨줬을 뿐이었다. 몇 알 밖에 못 먹은 게 서운하면서도 어린 마음에 자존심이 있어서 더 달란 말은 못했다. 앵두 몇 알은 입에 넣으니 살살 녹는 듯했고, 그 맛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그날 밤 앵두나무가 눈에 아른거리고 그 많은 것 가운데 쪼잔하게 몇 개만 따준 친구가 얄미워 잠을 설치면서 결심을 했다.

“그래 나는 너보다 더 많은 앵두나무를 심을 거야. 친구들을 불러서 그 애들이 질릴 때까지 따서 먹으라고 할 거야.”

그리고 한참 지나 여름의 끝 무렵이었던 것 같다. 또 한 친구가 자기 집에 놀러 오라고 해서 갔는데, 글쎄 이 친구 집 정자나무 아래 싱그럽고 탐스러운 포도가 주렁주렁 열려있는 게 아닌가?

와우! 감탄사를 연발할 정도였다. 너무 멋있었다. 그날 내가 지른 탄성이 아직도 내 귓가를 맴도는 것 같다. 가냘픈 포도 줄기에 어떻게 저렇게 많은 포도가 달려있을까 싶다. 주렁주렁 달린 포도나무 가지는 축 늘어져 있었다.

친구의 아버지는 친구와 나에게 한 바구니를 바로 따서 안겨주셨다. 그때의 신났던 기억과 달콤한 포도 맛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그날 밤도 친구네 집 포도가 눈에 아른거려 잠을 설쳐야 했고, 나는 그 친구가 너무 부러웠다.

중학교 때 학교에서 담임선생님이 “TV 있는 사람 손들어, 냉장고 있는 사람 손들어, 피아노 있는 사람 손들어, 자동차 있는 사람 손들어” 할 때 나도 잘난 체 하고 싶은 어린 마음에 몇 번 손을 번쩍 번쩍 들기도 했지만, 나는 그때 손을 안든 과일 나무집 친구들이 훨씬 부러웠다.

당시 ‘나의 소원은 과일 나무’였다. 우리 집 정원에도 친구들이 배불이 따먹을 과일 나무가 있는 것이 꿈이었고, 그 꿈이 나중에 이역만리 타국 그것도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이뤄졌다.

지금 우리 집 정원에는 오디, 망고, 석류, 레몬, 오렌지, 파파야, 아보카도, 구아바, 포도, 패션 푸르트 등 과일 나무들이 철마다 주렁주렁 열린다.

레몬과 오디를 제외한 다른 과일들은 직원들이 너도 나도 알아서 서로 가져가 내 몫은 거의 없어 주로 사서 먹지만 과일나무에 달린 풍요로운 열매들을 보는 재미만 해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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