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마현의 '한국인 추모비' 철거 방침은 '재량권 일탈'
군마현의 '한국인 추모비' 철거 방침은 '재량권 일탈'
  • 동경=정진일 해외기자
  • 승인 2018.03.10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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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바시 지방법원 판결...추모비 그대로 남게 돼

군마현의 현지사가 다카사키 시내 현립공원 '군마의 숲' 안에 세워진 한국조선인 추모비의 설치기간 갱신 요구에 응하지 않고 사실상 철거를 결정했던 문제와 관련, 마에바시 지방법원(재판장 塩田直也 )은 2월14일 "재량권 일탈이 있었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시민단체의 설치기간 연장 신청에 대한 현지사의 불허가 처분을 취소, 규제 위주의 현행정에 제동을 걸었다.

추모비는 현내 한국인 강제노동 현장을 조사해온 시민단체가 2004년 4월 현립공원 '군마의 숲'에 건립했다. 추모비 이름은 '기억 반성 그리고 우호'다. 역사의 진실을 직시하며 잘못을 두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아시아 평화우호의 기원을 담고 있다. 당시 비문은 현 당국과 격론 끝에 합의에 이르렀다. '강제연행'이란 문구 없이 현립공원내에 세웠다. 시민단체로서는 고육책이었다.

그런데 2012년부터 헤이트스피치가 거세지면서 일부 우익단체와 역사 수정주의자들의 공격이 시작됐다. "비문의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추모비는 즉각 철거되어야 한다"는 항의 전화와 메일이 현정부에 날아들었다. 항의단체 구성원들은 JR다카사키역 앞에서 가두선전을 하면서 그 기세를 타고 추모비가 선 현립공원으로 달려와 공원 직원과 몸싸움을 벌였다.

이같은 항의의 극치는 '새로운 일본을 생각하는 군마 모임'을 비롯한 여러 단체들이 설치허가 취소를 요구하는 내용의 청원서를 현의회에 제출한 것이었다. 이 청원은 2014년 6월16일 결국 채택됐다.

이로 인해 그때까지 항의단체에 "비문 내용에 문제가 없다"라고 퇴짜를 놓던 현정부의 대응이 달라졌다. 추도식 행사에서 일본정부도 인정하지 않는 '강제연행'이라는 말을 썼다고 하여, 2014년 7월 '현립공원에서 정치적 행사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추모비의 연장 허가를 갱신하지 않고 철거를 요구한 것이다.

이번 법원 판결은 추모비 앞에서 '정치적 행사'가 이뤄진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시민단체가 갱신 허가처분을 얻기 위해서 제시한 추모비 부지 부분 매입, 갱신기간 단축, 추모식 당분간 자제와 같은 대체 방안에 대해 현지사가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을 두고, "뚜렷한 타당성이 결여된 재량권 행사를 했다"고 판단했다.

항의활동과 가두선전 행위로 현이 주장하는 도시공원답지 않은 혼란이 생긴 것도 아니다. 현정부가 비문의 내용이 문제없다고 인정하고 추모비 설치를 허용했기 때문에 항의활동과 가두선전 행위를 하는 단체에 대해서도 비문의 내용에 대해 이해를 요구했어야 했다고 법원은 강조했다.

판결 직후 보고집회에서 원고측 소송 대리인인 츠노다(角田義一) 변호인단장은 "현의 처분에 위법성이 있어 취소하라는 법원 판결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치적, 종교적 행사 및 관리를 하지 않는다"는 설치기준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호소했던 만큼 불만이 남아 "일부 승소"라고 하는 표현에 그쳤다.

변호인단의 시모야마(下山順) 사무국장은 "교과서에도 들어 있는 강제 연행이란 말을 사용하는 것이 정치적 행사라는 말인가"라며 "납득이 가지 않지만, 현의 처분을 취소한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비의 가치도 정면으로 인정한 판결이다"며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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