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희의 본아페티] 쉐레앙쥬(Chez les anges)
[정주희의 본아페티] 쉐레앙쥬(Chez les anges)
  • 파리=정주희 해외기자
  • 승인 2018.04.03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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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엄한 자태로 자리지킴을 하고 있는 앵발리드 지역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끓이지 않는 곳이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복잡한 관광지하곤 거리가 멀다. 햇빛만 나면 가장 파리다운 곳으로 느껴질 수 있는 지역이다. 또 조금만 주변의 낯선 길로 들어서면 평화롭고 조용한 주택가 느낌이 드는 곳이다. 앵발리드 근처 이런 조용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 쉐레앙쥬(Chez les anges)를 찾아가 보았다 

추천을 받아 찾아간 쉐레앙쥬는 밖에서 보기엔 도로변이긴 하지만 복잡한 거리가 아니기에 오지랖이 넓게 손님들은 있기는 하는 걸까 하는 걱정이 살짝 앞섰다. 문 앞에 자동차 주차 해주는 사람이 있는걸 보곤 살짝 의외라고 생각을 했는데 식당 문을 연 순간, 헐~ 소리가 절로 나왔다. 

들고 있던 카메라가 민망스러워 얼른 내려놓았다. 깔끔한 정장차림의 손님들이 식사를 하면서 다들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대화를 수첩에 열심히 기록을 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회의를 겸한 식사 자리 같았다. 

자리를 잡고 주변을 다시 둘러보니 간혹 연세 지긋이 드신 우아한 노인들도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었다. ‘도대체 이 분위기는 뭐지’하고 생각하는 순간, 필자가 놓친 부분이 있었다는 걸 알았다. 이 지역은 관광지이기도 하지만 주변에 정부부처들도 많고, 대사관들도 많다는 걸 잠시 잊고 있었다. 

한국 대사관도 이곳에서 멀지 않다. 그리고 원래 이 지역이 부자들이 많이 사는 7구가 아닌가! 이 식당은 확 트인 게 아니라 살짝 쉬운 미로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벽마다 색깔이 다르고 다양한 미술 작품들이 걸려 있어 갤러리에 들어와 앉아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차갑고 딱딱한 이곳 손님들과 의외로 분위기가 잘 어울려 보였다. 그들에겐 맛난 식사와 함께 잠시의 휴식공간이 아닐까 싶다. 

아뮤즈부슈(amuse bouche)로 견과류, 올리브와 함께 아스파라거스 크림이 나왔다. 요즘 한참 나오는 제철음식이라 그런지 싱싱한 맛이 올라왔다. 전식으로 구운 고등어에 바질소스(Maquereau grillé, sauce pistou,semoule à la tomate)를 주문했다.

첨부터 구운 고등어는 좀 비리지 않을까 싶으면서 그래도 어떤 요리가 나올지 궁금해 주문했는데, 사진으로 보다시피 고등어가 숨바꼭질 하듯 야채 속에 숨어있어 잘 보이지 않았다. 예상했던 그림과 달라 그 맛도 기대하며 비릴 것을 대비해 야채와 더불어 입에 조심스레 넣었는데, 그 맛이 고등어구이가 아니라 일식집에서 먹는 고등어회 맛과 같았다. 

다시 고등어만 입에 넣어 씹어 보았다. 고등어를 마리네드해 앞뒤만 살짝 익힌 정도여서 숙성시킨 일식집 회 맛이 난 것 같다. 바질소스가 특유의 고등어 비린 맛을 다 갖고 가서 입안은 평화로웠다.

본식으론 흑돼지구이와 버섯볶음(Pluma de porc herique poêle, jus de viande champignons sautés)을 직원으로부터 추천받았다. 역시 누군가 내게 해주는 말에 귀 기울여 들으면 손해 보는 일은 없다더니, 정말 맛있다. 

돼지냄새 전혀 없고 퍽퍽한 맛은 찾으려야 찾을 수 없는 부드러움에 고기 넣은 입은 행복함에 절로 이모티콘 스마일 버전이 돼버렸다. 돼지고기가 기분 좋은 배신을 했다. 돼지고기 씹는 맛이 이래도 되는 건가 싶을 만큼 입안을 지 멋대로 휘젓고 다녔다. 거기에 샐러리 무로 만든 퓨레는 고기 맛에 달콤함으로 양념을 쳤다.

생선과 고기를 먹은 뒤라 후식으론 레몬 머랭파이(tarte au citron meringuée)를 주문했다. 다 알다시피 달콤 상큼한 맛이다. 거기에 폭신한 머랭이 있어 강한 신맛은 덮어주었다.

이 식당의 메뉴는 거의 매일 조금씩 달라진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벽에 장식된 그림들도 수시로 바꾼다고 한다. 이래서 주변 관공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가 보다. 이 식당에서, 먹으면서 이리저리 사진 찍는 사람은 필자 혼자였다. 요즘 어느 식당을 가든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인데 여기선 눈치가 보였다.

필자는 저들에게 말하고 싶었다, 식사하는 동안만큼은 일거리 내려놓고 맛난 음식을 즐겁게 만나 보라고... 분명 저들도 맛집이라 찾아왔을 테고 또 식사 전에 본아페티(Bon appétit 맛있게 드세요)하고 포크를 들었을 텐데...

독자 여러분들은 Bon appétit(프랑스에서 식사하기 전에 하는 인사)~

Chez Les Anges
54 Boulevard de la Tour-Maubourg, 75007 Paris
01 47 05 89 86

필자소개
프랑스 요리교육기관 ‘르꼬르동블루’ 졸업, 전 재불한인여성회장, 전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 프랑스지역본부 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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