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기의 삼통오달] 눈을 틔우니 그게 봄이다
[문정기의 삼통오달] 눈을 틔우니 그게 봄이다
  • 문정기 전 국가과학기술위원
  • 승인 2018.04.05 10:1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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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봄이다. 봄이 오면 세상이 달라진다. 이 세상 누구도 그걸 역으로 돌이킬 수 없는 봄의 시간여행에 들어간다.

인디언은 시간을 그림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봄은 꽃의 계절이고 식물의 계절이다. 겨울 내내 까만 줄기만 남아 말라비틀어진 것 같은 딱딱한 껍질에 갑자기 뽀로지 같은 게 생긴다. 새 생명의 준비, 새로운 싹을 내보낼 위대한 작전이 전개된다.

처음에는 마치 젊은 청춘의 여드름과 매우 유사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뽀로지는 점점 부풀어 오르고 곧 제 살을 찢고 고개를 내민다. 눈이 생성되는 세포를 아주 미세하게 보면 마치 학교에서 옆자리의 친구가 내 옆구리를 쿡쿡 찌르는 모습 매일반이다. 이 전기화학적신호에 의해 식물의 흥분하게 되고 티격태격하다가 이내 근처의 영양을 끌어 모으고 덩치가 커진다.

우리는 이걸 싹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눈이라는 게 맞다. 영어로는 bud. 버드의 종류는 여러 가지가 있다. 잎이 될 부분이 들어 있으면 ‘잎눈’이라 하고, 꽃이 될 부분이 들어 있으면 ‘꽃눈’이라 한다. 어디에 있냐에 따라서 당시 상황에 따라서 밖으로 나타난 형태나 기능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어떤 건 식물체의 끝에 다롱다롱 매달리거나 어떤 건 나뭇가지와 잎 새의 겨드랑이에서, 어떤 건 지면에 가까운 뿌리 쪽에서 나오기도 한다. 포장지 모양도 있고 모자 같은 것도 있고 털이 보송보송하여 어린아이 솜털 같기도 하지만 혀처럼 쭉 빠져 있기도 한다.

오래전 영국의 분자생물학자인 내 친구에게 물었다. 도대체 누가 왜, 이렇게 거룩한 일을 하는가 하고, 힘센 이빨로는 잘 깨지지 않는 호두 껍데기를 무슨 힘으로 뚫고 나올까? 아스팔트 바닥을 깨고 나오는 잡초는 무엇인가? 그 작은 미물 속에 무엇이 있길래 긴긴 겨울을 조바심으로 버티게 했을까?

식물에게 시계, 온도계, 압력계의 센서가 어디에 있을까? 누가 그런 데이터를 종합하여 봄이 오면 눈을 만들자고 명령을 내릴까? 사람이 뇌사상태에서도 인체의 많은 부분은 그대로 작동된다. 심지어 죽은 다음에도 손톱과 머리카락은 자란다. 몸에도 근육에도 세포에도 뇌와 같은 조직과 기능이 존재할까? 이것은 식물의 그것과 같을까?

영국사람 내 친구는 내게 대답해준다. 정말 만일인데 눈이 생성되는 기구를 알게 되면 적어도 노벨상 깜이고 대학원생 100명과 박사학위논문 100개쯤은 나와야 할 것이라고. 요 며칠간 기온이 급상승하게 되면서 갑자기 모든 종류의 식물들이 아우성이다.

시간은 같으나 계절이 빨라지고 인디언처럼 인간은 시계를 버리고 그림으로 시간을 바꾸어야 할런지도 모른다. 오늘은 항시 내일에 밀린다. 1초란 간격은 어쩌면 모두 같지 않아 빨리 가는 1초도 있고 느리게 가는 1초도 있다.

필자소개
본지 편집위원, 공학박사, 전 국가과학기술위원, 평화통일시민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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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영 2018-04-11 15:41:05
식물에 대한 깊은 관심이 느껴지는 글 잘 읽었습니다. 식물 눈의 신비가 밝혀지는 날을 기대해봅니다^^

한석규 2018-04-06 01:27:15
문 박사. 역시 과학자 다운 날카로운 자연의 탐구일세. 잘 읽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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