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꽃향기와 함께 한 나주기행
배꽃향기와 함께 한 나주기행
  • 곽해곤 서울시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
  • 승인 2018.04.25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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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학 동기모임에서 나주를 찾았다. 나주에서 연구 활동을 하는 친구를 보기 위해서였다. 벗이 있어 멀리서 찾아오니 즐겁지 아니하랴? 우리는 배꽃이 흐드러지게 핀 이틀 동안 나주 곳곳을 돌며 현지의 정취를 만끽했다.

나주는 예로부터 이름 있는 도시다. 역사가 삼국시대로 거슬러 간다. 전라도라는 명칭이 나온 지도 천년이 넘었다. 전라도는 당시 이 지역을 대표하던 전주와 나주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이름이다. 이처럼 나주는 오래전부터 이 지역을 대표하는 중심도시였다.

하순 운주사
하순 운주사

고려 태조 왕건은 집권 초기에 나주 지역의 토호 딸과 결혼했다. 고려 2대 왕 혜종의 어머니가 된 장화공주다. 전해오는 얘기는 이렇다. 왕건이 나주 지방을 지나가다 목이 말라 우물가에 갔다. 마침 우물에서 물을 긷는 처녀에게 물을 청했다. 이 처녀는 현명하게도 목이 마른 나그네가 허겁지겁 물을 마셔 목이 메일까봐 바가지에 버드나무 잎을 띄워 불면서 마시게 했다. 이에 감동한 왕건이 이 처녀를 따라가서 청혼했다는 이야기다. 실제 일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집권 초기 왕건이 나주 지역 토호 딸과 결혼하여 정치동맹을 맺을 정도로 나주의 위상은 대단했다.

나주 지역의 위세를 알 수 있는 또 다른 증거는 화순에 위치한 운주사를 보면 된다. 운주사는 너무 독특하여 우리가 익히 아는 보통의 절하고는 너무 다르다. 천불천탑이 조성됐다고 하는 절답게 갖가지 모습의 조각상과 탑이 흩어져 있다. 안내를 맡은 조선대 법대 서순석 교수에 의하면 운주사의 모든 탑과 불상 배치는 하늘의 별자리를 본떴다고 한다.

하순 운주사
하순 운주사

천문학을 전공한 학자들도 한번 검증해보면 좋겠다. 우리나라 고대 천문학의 수준은 세계사적으로 인정받을 정도로 고명했다. 고등과학원 박창범 교수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고인돌 위에 새겨진 별자리부터 시작하여 고구려 고분벽화에 새겨진 별자리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고대 천문학 관측 유산이 남아있는 나라이다.

또한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기록된 일식 월식 기록과 초신성 관측 기록은 세계사에 드문 천문 기록으로 인정되고 있다. 이런 바탕에서 운주사의 배치가 천문도를 따라 이루어졌다는 것도 이해 될 만하다. 서 교수의 바람대로 하루 빨리 과학적 고증을 거쳤으면 한다.

영산포 박물관
영산포 박물관

둘째 날에는 영산강 하류에 있는 영산포를 갔다. 일제 강점기 초기 일본인들이 둑을 막고 가로를 정비하여 만든 최근의 유적이다. 지금은 일본인이 모두 철수하고 그들이 조선의 식량과 물자를 배로 실어 날랐던 모든 시설들이 근대 건축 문화유산으로 남아 우리를 맞이하고 있다.

우리나라 초기 근대 건축의 하나로 지정된 과거 동양척식회사 건물이 리모델링돼 지금은 레스토랑과 카페로 운영되고 있었다. 아름드리나무 밑에서 시원한 맥주 한 잔을 하면서 아름다운 벽돌집을 바라보는 일도 이번 여행에서 무척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영산포는 영산강 뱃길을 따라 만들어진 상업도시로 그 역사적 위업을 자랑하다가 최근에 나주시에 편입됐다. 영산포와 나주가 서로 위세를 뽐낼 무렵에는 광주시는 끼지도 못할 만큼 한적하고 이름 없는 벌판이었다. 그러나 근대의 상징인 철도가 들어서고 교통의 요지로 급부상하면서 나주와 영산포를 능가하는 호남의 중심도시로 부상했으니 세월무상이다.

영산포 홍어집과 나주곰탕
영산포 홍어집과 나주곰탕

최근 나주에는 또 다른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 의해 추진된 공공기관 지방이전으로 만들어진 나주 혁신도시가 나주의 새로운 부흥을 이끌고 있다. 이번 기행도 이 혁신도시에 있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허장 박사를 찾은 것이었다.

나주에는 천년 전통에 걸맞게 맛있고 정갈한 음식점이 제법 있었다. 나주 관아 터 바로 앞에는 삼 대째 내려오는 나주 곰탕집들이 지금도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영산포 거리에는 우리나라 홍어 요리 대표 음식점이 즐비하게 널어 서 있다.

이번 여행으로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새로운 관심이 생겼다. 여행을 뒤치다꺼리해 준 허 장 박사한테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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