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승의 붓을 따라] 호연지기(浩然之氣)
[이영승의 붓을 따라] 호연지기(浩然之氣)
  • 이영승(영가경전연구회 회원)
  • 승인 2018.06.01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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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6.25 사변이 발발하고 2개월 후 태어났다. 참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암울한 시대에 태어나 성장한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옆을 돌아볼 겨를조차 없었으며 오로지 앞만 보고 헤쳐 나왔다. 지난 세월 뒤돌아보니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나의 젊음에는 호연지기가 없었다는 것이다.

맹자의 수제자인 공손추가 스승께 “선생님은 어디에 장점이 있습니까?”하고 물었다. 맹자는 “나는 말을 알며(知言), 나의 호연지기를 잘 길렀다”고 대답했다. 이 말은 맹자의 인생을 한마디로 압축시킨 가장 대표적인 구절이라고 한다. 그 유명한 ‘호연지기(浩然之氣)’란 고사성어도 여기에서 생겨났다. 공손추가 다시 묻기를 ‘무엇을 호연지기라 합니까?’라고 하자 맹자는 ‘그것은 나도 말로하기 어렵다(難言也)’고 대답을 유보했단다.

주자(朱子)는 맹자의 핵심 철학인 호연지기에 대해서 ‘호연이란 성대하게 유행하는 모양이며, 기(氣)란 이른바 몸에 가득 차 있는 것으로 원래는 스스로 호연하되 수양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부족하게 되는 것이니 이것을 잘 길러 그 본래 상태를 회복해야하는 것이다. 기를 기르면 도의에 배합되어 천하의 일에 두려울 바가 없으니 큰일을 당해도 마음의 동요가 없게 된다.’라고 해설을 내리고 있다.

우리나라가 낳은 실학파의 대학자 다산은 ‘본래 호연지기는 마구 생성시킬 수 없으며 억지로 기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직 도(道)로 말미암아 의(義)를 행하여 날로 쌓으면 마음이 넓어지고 살이 쪄서 하늘을 우러러보아도 부끄러움이 없게 된다’고 주석했다.

맹자도 설명을 유보했던 난해한 호연지기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사전을 찾아보면 ‘도의(道義)에 근거를 두고 흔들리지 않는 바르고 큰마음’ 또는 ‘공명정대하여 조금도 부끄러움이 없는 용기’등으로 설명되어 있다. 참으로 뜻이 깊고도 오묘하며 오늘을 사는 우리들이 반드시 지향해야 할 ‘인간의 길’이 아닐까 싶다.

고난의 역사를 겪어온 우리나라도 이제 경제적으로 선진국 문턱에 다다랐다. 인터넷시대의 도래로 젊은이들의 지식 흡입은 엄청나게 확대되고 있으나 심성은 날로 편협 되고 있으니 실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내일의 주역인 그들이 좀 더 배려와 호방한 인성을 갖도록 호연지기를 키워줬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필자소개
​수필문학으로 등단
​전 한국전력공사 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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