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자스민 혁명과 김정일의 위기
[칼럼]자스민 혁명과 김정일의 위기
  • 이영일 한중문화협회 총재
  • 승인 2011.04.18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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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스민 혁명으로 김정일이 위기를 맞고 있다. 중동과 북 아프리카의 자스민 혁명은 김정일에게 두 가지 위기요인을 발생시켰다. 하나는 자스민 혁명이 일어난 국가들이 예외 없이 김정일의 불법무기판매나 아편판매의 주요고객들로 김정일은 이 루트를 통해 지금까지 통치자금을 마련해 왔다. 그러나 지금 이 돈줄이 막혀버렸다. 북한외교관들은 이집트, 리비아 튀니지 등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1당 독재국가들의 집권층을 파고들어 북한에서 생산된 무기 등을 비밀리에 불법으로 판매하고 여기에 곁들여 아편, 가짜 양담배, 양주 등을 밀수출해왔다. 가짜 양담배의 주요 소비처가 바로 이들 지역이었다.

북한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한 2건의 북한제제결의안이 발동 중에 있기 때문에 이들 국가들과의 정상적인 무역거래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북한외교관들은 이러한 제제를 뚫고 필사적인 노력으로 무기, 가짜 양담배, 아편 등을 판매, 김정일의 통치자금을 조달, 공급해 왔다. 그러나 자스민 혁명으로 이 자금줄이 막혔다. 미국이 금융제제로도 끊지 못했던 김정일의 자금 숨통을 자스민 혁명이 조여 버린 것이다.

또 하나의 위기요인은 이집트와 리비아에서 발생한 민주항쟁의 주요 명분의 하나로 정권을 자식에게 넘겨주려는 부자간 권력세습반대가 포함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정일 자신은 김일성 생존 시 20년간 당정 요직을 두루 섭렵, 후계수업을 마친 상태에서 김일성이 돌연 사망하고 또 미국과 북한 간에 열린 제네바협상으로 북 핵을 동결시킨다는 합의가 이루어졌는데 이 합의의 효력을 지키기 위해서는 김정일의 세습후계가 불가피하다는 미국 측 판단 때문에 김정일의 권력승계는 연착륙했다.

그러나 그의 아들 김정은에로의 후계세습은 결코 연착륙할 수 없는 내외정세를 맞고 있다. 유엔의 제제결의가 지속되는 가운데 경제난이 가중되고 후계수업과정이 거의 없는 김정은에 대해 그의 리더십을 옹위할 내부 분위기마저 성숙되지 않았다. 김정은 주변에 이른바 혁명유자녀들을 간부로 들어앉히고 있지만 이들로서 김정은의 리더십을 승복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여기에 곁들여 부자간의 정권세습을 반동 시 하는 국제적 분위기가 날로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 주지하는 바와 같이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정치구조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 항상 눌려만 살 던 민초들이 독재 권력에 맞서 궐기한 것이다.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예멘 등지에서 1인 독재의 종언을 외치고 민주주의를 부르짖는 민중투쟁의 불길은 나날이 번지고 있다. 앞으로 이 투쟁이 진정한 민주주의로 열매를 맺을지 아니면 사이비 민주정권의 재탄생으로 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민중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정권은 오래 존속할 수 없다는 역사의 교훈은 자스민 혁명이 만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때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도 리비아의 카다피를 제거하려다 실패했지만 결국 카다피가 궁지에 몰린 것은 그의 통치를 거부하는 민중들이 들고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정일은 어느 1당 독재자보다도 주민에 대해 전체주의적 통제장치를 강력히 가동시키고 있다. 특히 김정일에게는 기아와 궁핍이 주민통제수단이 되고 있다. 역사 이래 이런 잔인한 수법을 쓰는 유일한 나라가 김정일의 북한이다. 여기에 핵과 미사일로 외세의 개입을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지금 북한 주민들은 김정일 정권이 아무리 싫더라도 배고픔 앞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 이 순간 한 끼를 먹느냐 못 먹느냐가 절실한 문제인 곳에서 주민들이 통치자에게 맞서 일어선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지금 북한 주민들 앞에 놓여있는 선택은 탈북이냐 맹종이냐 뿐이다. 또 김정일은 대내외적으로 핵 공갈을 정권유지의 수단으로 삼기 때문에 국제적 책임 하에 무고한 양민들이 살육당하는 것을 막자는 2005년 유엔세계정상회의 합의사항인 "R to P 혹은 R2P"원칙을 적용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R to P는 (Responsibility to Protect people의 약칭으로 R2P)로도 읽히는데 루안다에서처럼 주권국가의 내정불간섭을 내세워 내전과정에서 양민들을 대량 살상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그의 임기 마지막 해인 2005년 유엔에서 열린 세계정상회의에서 내전으로 인한 양민의 대량학살이나 고문, 정치범수용소 구금 같은 비인도적 행위를 유엔이 내정불간섭을 이유로 묵인한다면 이는 유엔창설이념에 배치다면서 그런 행동이 야기되는 상황에 국제사회가 간섭할 책임이 있다는 원칙을 세계정상들이 합의하도록 했다. 그러나 자국 내 반란진압을 위해 양민희생가능성이 큰 강대국들이 주권행사 제한에 반대하는 입장을 가짐으로 해서 아직 국제규범(Codification)으로 발전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이번 리비아 사태에서 비행금지구역설정에 관한 안보리의 합의를 얻어냄으로써 R2P를 부분적이나마 실천에 옮기고 있다.

이집트나 튀니지, 리비아에서 인민들이 봉기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 사회가 북한에 비해 훨씬 더 개방적이며 최소한 아사(餓死)를 면할 만큼 식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은 외부세계로부터의 지식과 정보의 유입이 거의 차단된 상태에 놓여 있으며 전체주의 사회통제의 전형인 작업 단위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인민들은 학업을 마침과 동시에 직장에 배치되며 배치된 직장에 농노처럼 묶여 생존을 유지해야 한다. 조직에서의 이탈은 죽음을 의미하며 조직적 상호감시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의 조직적 봉기는 기대할 수 없다.

한편 김정일은 주민들의 복지는 외면하면서도 통치권력 집단의 충성만은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외화를 조달,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최고권력 층들에 대해서만은 최고급 생활을 유지시켜주는 방법을 구사한다. 평양에 서울보다 더 많은 메르세데스 벤츠 차가 굴러다니고 주민들은 굶어죽어도 통치그룹은 명품만을 사용하는 나라가 북한이다. 그러나 통치자금으로 필요한 외화조달 루트가 자스민 혁명으로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중동과 아프리카에서의 민중항쟁 이후 국내의 대북관측자들은 북한에서의 혁명가능성을 타진하는데 관심을 기울였다. 그러나 혁명의 주체세력이 되어야 할 주민들의 힘이 너무 약하다. 굶주리고 있다. 중국에서도 1989년 천안문 사건이 발생했다. 민주의 벽파들이 주도했다는 이른바 민주화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였다. 그러나 이 사건도 개혁개방으로 중국인민들이 1일 3식을 해결하는 원바오단계(溫飽段階)이후에 일어났다. 북한주민들이 굶주리는 상태에서 궐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우리가 현시점에서 진정으로 북한이 주민들 주도하에 변화되기를 바란다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식량지원을 재개해야 한다. 지원된 식량의 분배의 투명성에도 문제가 있고 지원된 식량이 군량미로 전용될 우려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현시점에서 북한 군인들과 주민들을 구별할 필요가 없다. 주민들의 자제가 군인이고 그들이 먹을 것이 없어 요즈음처럼 협동 농장들로 몰려가 강제로 군량미를 할당, 수거해 갈 경우 농장구성원들의 분배 몫은 줄어들고 이래서 주민들의 식생활은 더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의 북한군은 고난의 행군시절(1995-98)에 당이나 정부 아닌 자기 부모들이 굶으면서 시장바닥에 나가 돈벌이를 해서 생명을 이어 받은 세대들이다. 이들에게는 군의 윤리적 기초인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있을 수 없다. 정치사상교양만으로 군의 충성심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국군은 국가를 수호해야 자기 가족들이 살고 자기 미래가 보장되지만 북한군에게는 10년 동안의 군복무가 굶어죽지 않고 밥을 얻어먹는 수단이다. 이러한 군에 무슨 충성이 있고 국토방위의 성스러운 사명이 있겠는가.

대북식량지원의 재개야말로 북한인민이 자기들을 굶기는 세력이 누구인가를 알게 하고 북한군도 그들의 식량이 남한에서 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것 이상의 심리전이 또 있을까. 북한주민들이 자기들의 미래를 생각할 수 있도록 남북한 동포들 간의 식량을 나누는 사업을 재개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4월 12일 헌정회 회원들과의 오찬 연설에서 자기는 개인적으로 이집트의 무바라크 대통령이나 리비아의 카다피를 친구처럼 사귀었고 그들의 정권은 현지에서 보면 너무 견고해서 붕괴되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고 회고하면서 그러나 시대의 흐름이 바뀌면서 금성철벽 같은 정권도 내려앉는 것이 역사의 교훈 같다고 말했다.

전 세계의 어느 미래학자도, 점성술사도, 국제정치 분석가들도 2010년 1월부터 3월 사이에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에서 민중봉기가 일어나 이들 정권이 도괴되리라고 예측한 사람은 없었다. 역사적인 큰 사건은 눈에 보이지 않는 도전요인들이 내적으로 성숙하여 어느 순간에 큰 변화를 몰고 온다. 북한에도 이런 변화가 오지 말란 법이 있을까. 그러나 주민들이 정권의 폭압에 맞설 능력을 갖게 하기위해서는 우선 먹을 것을 대주어야 할 것 같다. 이제부터 진정한 햇볕정책이 요망된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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