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공에서는 이제 더 이상 꽃이 피지 않습니다. 이 겨울이 지나가야 새 봄 꽃들이 다시 피어나겠죠. 그래서 내년에 새 봄 꽃들이 피어날 때까지 ‘올림픽공원의 꽃 세상’은 이번 40회로 일단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40회에 이르는 동안 관심 있게 읽어주신 독자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가을이 떠나가고 한겨울이 돌아오면 한동안 올공에는 더 이상 새로 피어나는 꽃이 없다. 새로 피어나는 꽃이 없는 대신 그 자리에 서리화가 꽃을 피운다. 서리화는 맑고 바람 없는 영하권의 날씨에 해가 뜨기 전까지만 짧게 꽃을 피운다. 물론 서리화는 꽃이 아니지만 이른 새벽에 내리는 서리가 꽃이 사라진 잎새와 열매에 하얗게 달라붙어 마치 하얀 꽃을 피운 것처럼 보여 필자가 명명(命名)한 겨울 꽃의 이름이다.
“서리화”
한 겨울날에도 꽃이 피거들랑
북풍한설 궂은 날 가기도 전에
다가 올 봄날을 예단(豫斷)하여
마음으로 꽃피는 줄 알아라
꽃술을 아니 달고도 꽃이 피거들랑
어느 지나간 날에 화려히 피다가도
찢어지는 꽃잎이 하도 서러워
엽과(葉果)로만 꽃피는 줄 알아라
아침 해가 없이도 꽃이 피거들랑
맑고 바람 없는 좋은 밤을 잡아
매서운 한파를 보듬어주기 위해
솜이불 덮고 꽃피는 줄 알아라
까만 밤을 밤새 날고 날아
하얀 사연을 담아 전하고자 함은
꽃피고 열음 맺어 지나간 날들이
다시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음에라
한겨울 올공에 눈이 내리면 설화(雪花)가 꽃을 피운다. 물론 설화라는 이명(異名)을 가진 ‘크라시폴리아돌부채(Bergenia)’라는 설화꽃이 있기는 하지만, 꽃나무의 잎새와 열매에 하얗게 눈이 쌓인 모습을 역시 필자가 설화라고 이름을 붙인 것이다. 새하얀 눈을 뒤집어쓴 빨간 열매를 보면 그 열매의 모습이 꼭 빨갛게 피어난 꽃을 떠올리게 하지 않은가?
흰 눈이 내리는 날 혹한의 날씨까지 닥친다면 그 눈은 그대로 얼어붙게 된다. 이 때 바람까지 분다면 휘날리는 눈송이가 꽃나무의 잎새나 줄기 또는 열매에 붙어 그대로 얼어붙을 때 마치 날카로운 가시를 얼기설기 붙여놓은 듯한 모습으로 얼게 된다. 이렇게 피어나는 꽃을 필자는 빙화(氷花)라고 이름을 붙였다..
한 겨울날 서리화에 설화, 그리고 빙화까지 꽃을 피우다진 후에는 남쪽에서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게 된다. 비로소 진짜 꽃이 피어날 자연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새 봄날에 맞춰 꽃을 피우기 위해서 꽃나무들은 진작부터 꽃눈을 달게 된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질수록 서서히 꽃눈을 떠서 꽃 봉우리를 매달게 되는 것이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겨울을 앞두고 우리 곁의 꽃나무들은 미리부터 꽃피울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3개월만 더 지나면 새봄이 우리 곁에 다시 돌아올 것이고 그 때에 올공에서는 수많은 봄꽃들이 찬란한 봄날을 맞이하기 위해 다시 온갖 꽃들을 화려하게 피워댈 것이다.
필자소개
공인회계사/세무사(부동산세제, 상속증여세 전문)
1963년 경기도 이천 출생
성균관대 학사,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석사
한국은행, 신한은행에서 근무
저서: <재테크를 위한 세금길라잡이> 외 4권
까만 밤 고통을 이겨내고 새벽에 피어나는 서리화처럼 내년 봄 화사한 꽃과 함께 올공 꽃 소식 알려올 것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