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Garden] 오페라의 유령, 새라 브라이트먼
[Essay Garden] 오페라의 유령, 새라 브라이트먼
  • 최미자 미주문인협회 회원
  • 승인 2019.04.09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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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저토록 풍부한 에너지와 고운 톤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이야기만 듣던 가수 ‘새라 브라이트먼’(Sarah Brightman)을 드디어 생음악으로 샌디에이고에서 듣게 되었다. 지난 날 미국에서 직장을 다니다가 한국역사를 좀 더 공부하겠다는 딸을 부모로서 좀 도와주었다. 지금은 고국에서 돌아온  딸은 그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회 티켓으로 가끔은 작은 선물로 표시한다. 처음엔 비싼 표 값에 나는 불평도 했지만 이런 좋은 시간이 우리에게 얼마나 있을까 싶어서, 옷장에서 잠자고 있는 나의 옷을 골라 차려입고 묵묵히 딸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선다. 

1997년 학교와 지역주민을 위해 개장한 샌디에이고 주립대학교 교정에 있는 ‘비에하스 아레나’는 약 12000명이 앉을 수 있는 대형 경기장이다. 360도로 빙 둘러 앉아 문화행사나 운동경기를 바라 볼 수 있는 무대이다. 지난해엔 중년의 멋진 가수 ‘본 조비’가 왔기에 좌석이 만석이었는데. 오늘은 조금 달랐다. 그녀의 음악이 종교적인 것도 있고 록 뮤직과 달리 차분한 까닭일까. 뒤쪽 티켓은 비싸지 않은 편인데 안타깝게도 비어있다. 관객은 우리처럼 가족도 있고 다양했지만 대부분 중년들이었다.

이미 딸은 한국에서 그녀의 공연을 보았기에 가수에 대하여 알고 있지만, 나는 음악회에 가기 전에 인터넷으로 예습해야만 했다. 오늘은 수정장식품으로 유명한 스와로브스키 회사에서 가수의 음악회를 후원해준다니 새라 브라이트먼이 쓰고 나올 그녀의 독특한 왕관의상이 얼마나 화려할까. 젊은 날에는 야한 의상을 입고 노래를 불렀었는데, 세월이 흐르고 인생의 깊이도 배웠을 중년 가수의 변모가 난 궁금해진다. 드디어 막이 올랐다. 백 여 개의 막대기 모양의 양초로 꾸며 놓은 무대는 심플했지만, 조명이 매우 이색적이다. 역시 그녀답게 왕관을 썼고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찬송가(hymn)’라는 노래로 시작되었다.  

여자 기타리스트와 드럼이 반주하는 록 밴드와 20여명의 오케스트라가 그녀의 양 옆에 앉아 있다. 그리고 삼 십 여명의 합창단이 뒤에 서있으니 대단한 음악가족이다. 그녀의 다양하고 폭이 무척 넓은 목소리 음향이 대형 경기장을 휘감았다. 나는 일상의 잡다한 일들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오직 그녀의 아름다운 노래 소리에 쏘옥 빨려 들어가니 천상처럼 행복한 삼 매경이었다. 내 손에는 프로그램이 없어 모르는 노래는 조금 답답했지만 그냥 그녀의 고운 목소리에 푹 빠져버렸다. 이중창을 부르는 남자 가수와의 화음도 기가 막히다. 노래 중간에 그녀가 영어로 노래에 대하여 설명도 했지만, 나는 비록 100%를 못 알아들어도 좋았다. 왜냐하면 가수 ‘새라 브라이트먼’은 내가 아직 가보지도 못한 먼 영국에서 날아 왔고, 또 격동의 삶을 견뎌낸 그녀의 무한한 에너지에 놀랍고 그저 감동할 뿐이다. 

‘타임 투 세이 굿바이’를 불러 음악회가 끝나가는 줄 알았는데, 그녀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들었던 ‘오페라의 유령’ 으로 청중과 나를 또 흥분케 했다. 새라 브라이트먼은 관객의 앵콜 신청에도 또 다른 노래들을 여러 곡을 불러 청중을 신나게 해주었고 모든 관객들에게 우편으로 시디를 선물도 했다. 과연 그녀는 영국이 낳은 천재적인 고운 목소리를 가진 가수 그리고 영화프로듀서, 배우, 댄서, 송 라이터로서 정말 대단한 예술인이었다.  

필자소개
경북 사범대 화학과 졸업
월간 ‘피플 오브 샌디에이고‘ 주필역임, 칼럼니스트로 활동
방일영문화재단 지원금 대상자(2013년) 선정되어
세번째 수필집 ‘날아라 부겐빌리아 꽃잎아’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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