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정부의 혁신 예술 영혼과 호흡하라
기업과 정부의 혁신 예술 영혼과 호흡하라
  • 탁계석(예술비평가협회장)
  • 승인 2011.05.06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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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 막으려 해도 예술의 정화력 길러야

 

사람들의 일상이 점점 바빠지는 것 같다. 인터넷, 트위터, 페이스북에 길들여지면서 초 단위로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가공할 속도감은 우리의 일상생활마저 정신없이 허둥대게 만든다. 

당연히 할 일이 없는 것 보다 바쁜 것이 좋지만 도대체 음미(吟味)할 수 없는 ‘분주함’이란 그만큼 피곤하고 삶이 팍팍할 수밖에 없다. 일상이 반복되면서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면 창의력이나 새로운 기운이 솟기 어렵다. 이런 때는 산과 강을 찾거나 자연속에서 안식을 취하며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랠 수 있다.

사실 행복은 바쁨에 있지 않고 느림에 있다. 우리가 자주 듣는 음악에서도 교향곡이나 협주곡은 보통 3개 혹은 4개의 악장으로 되어 있는데 그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부분은 반드시 느린 ‘안단테(Andante)나 그보다 더 느린 아다지오(Adagio)'에 있다. 곡의 빼어난 백미가 여기에 들어 있는 것이다.

중간 악장을 둘러싼 첫 악장과 마지막 악장은 이와 대비되는 경쾌함이나 신나는 악곡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인생도 연륜이 더해지면서 느림의 미학을 체험하고 여유가 생기는데 멋진 예술을 감상하는 것도 속전속결의 급한 마음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평소의 감상 훈련이 쌓여서 눈이 트이고 귀가 열려야 참 맛을 느낄 수 있다.

‘비엔나 사람들은 늙지 않는다. 다만 죽음이 있을 뿐이다’라는 말이 있다. 노년을 문화 예술과 함께 하면서 행복을 누리기 때문이다. 이 바쁨의 습관은 사람들을 병들게 하고 지치게 한다. 너무 바빠 쉴틈이 없는 사람들을 쉬게 하는 것이 병인지 모른다.

카뮈는 그의 ‘섬’이란 작품에서 병에 걸린 환자를 두고 만약 부자들이 병이 주는 자유와 상상의 여행을 안다면 아픈 것조차 금지시킬지 모른다고 역설한다.

눈에 보이는 것만 보고 사는 삶은 그만큼 단조롭다. 예술의 깊은 정신세계를 호흡하지 못하면서도 허전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만큼 행복지수가 떨어진 삶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최고의 것이 뭔지를 알지 못해서 공유할 수 없다면 자기 것이 될 수 없다. 돈과 권력과 예술은 서로를 필요로 하면서도 서로를 아주 경원시 하게 만든다. 우리의 경우 지위가 높을수록 문화와 거리가 멀다거나 재력이 넘칠수록 예술의전당과 담을 쌓고 사는 경우다.

엊그제 은행을 감독해야할 금융감독원이 부패하자 이명박 대통령이 달려가 호통을 쳤다고 한다. 사방 도처에 악취가 진동하고 황사가 밀려오듯 비리가 끊이질 않는다. 아마도 경찰력을 지금의 열배로 늘린다고 해도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닐 것이다.

청결한 정신을 갖추고 인생을 멋지게 사는 것이 뭔지를 깨달아야 한다. 정말 폼을 내고 사는 것이 성형수술이나 명품 가방을 드는 것 못지않게 내면을 향기로 채워야 한다.

예술이 생활화되면 범죄, 타락 등이 정화되는데 불량청소년들을 오케스트라 운동으로 변화시킨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가 바로 그것 아닌가. 우리나라에는 정말이지 어른들을 위한 ' 성인 엘 시스테마' 운동이 필요할 것 같다.

국가브랜드에 인식은 높아졌다지만 결국 국민 각자의 인격과 품성을 더 높여야 한다. 종교마저도 제 정신이 아닌 나라에서 기댈 것은 진짜 혼을 울리는 예술뿐이다.

전국의 땅만 보고 다녀 손금을 보듯하는 수백억의 부동산 업자가 땅이 아닌 영혼의 세계에 눈을 뜬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그런 기회는 평생 단 한 번 오지 않을지 모른다. 오로지 보이는 것은 땅과 돈뿐이기 때문에 잠시 잠깐 딴 곳에 눈을 돌릴 겨를도 취미도 없다고 한다.

우리가 경제적으로 많이 나아졌고 G20을 치루었다고 자랑들 하지만 국민들 가운데는 문화 예술에 문외한임을 자처하는 이들이 너무 많다. 흥청망청 거리음악에 어깨춤을 출지언정 가만히 내면을 열고 영혼을 호흡하며 예술의 감동에 전율을 느낄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사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최고의 순간이 오페라나 콘서트에 갔을 때인데 결코 가서는 안되는 성역(?)으로 여기고 있다면 안타까운 일이 아니겠는가.

동유럽의 가난한 택시 운전사도 저녁이면 넥타이 정장 차림을 하고 음악회를 보는 것에 비하면 우리는 너무 ‘바보 부자’가 행세하는 나라가 아닌가 하는 우울한 생각을 할 때가 없지 않다. 평론가로서 자신있게 추천할 콘서트가 하나 생겼다. 아무리 클래식을 몰라도 귀가 확 트이는 감동의 연주를 듣는다면 사정은 달라질 것이다.

몇 해전 타계한 세기의 거장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를 잇는 진정한 후계자로 지목되는 러시아 첼리스트 알렉산더 크냐제프가 처음으로 내한한다(6월 11일 예술의전당).

정부와 기업의 리더들은 저마다 변화와 혁신만이 살길이라고 외친다. 변화는 겉모양이 바뀌는 것보다 정신 내면에서 달려져야 한다. 기계도 쉬어야 한다는데 창조를 꿈꾸는 사람들이 바쁨에 지쳐 머리가 굳어 버렸다면 말랑말랑한 첼로 선율이 제격이다.

사실 혁명의 시초가 시인의 詩에서 발화한다는 사실을 아는가 . 헉헉되며 돌아가는 우리사회에 긴장을 풀기위해서라도 거장 크냐체프의 깊은 예술 영혼이 기다려진다. 음악회마저 홍수처럼 범람하기에 평론가가 나서서 볼 것을 골라주는 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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