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칼럼] 평화유지군
[詩가 있는 칼럼] 평화유지군
  • 이용대
  • 승인 2011.05.12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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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는 없었다

숲에는 늘 
검푸른 음모가 서려있다
 
새들의 눈동자가
창끝처럼 번쩍이고
1mm의 개미도 공격을 예비한다
 
약육강식의 본능이 입맛을 한껏 달구고
영역 확장의 야욕이
독버섯처럼 돋아있다
 
나무 뒤에 감추어 둔
촘촘한 올가미들
 
총성은 들리지 않지만
평화의 비둘기도 없는 숲이다.


 
말복을 코앞에 둔 날씨는 땅까지 물러터질 정도로 무덥고 뜨겁지만 수 만 가지의 생명들은 다투어 번창과 번성을 거듭했다. 검푸른 감나무에서는 튼튼한 열매를 위하여 상태가 좋지 못한 땡감들을 자체적으로 조절하나 보다. 뜰에 나서니 어린 감들이 맥없이 툭 툭  떨어지는 소리가 간간히 들려와 걸음을 멈추게 했다.

땅 바닥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하고 바위에 앉아 살펴보았다. 사는 집이 어딘지 모를 이름 미상의 개미들이 땅위를 수도 없이 이리저리 더듬고 다녔다. 날 저물면 저것들이 자기가 사는 곳으로 과연 착오 없이 다 돌아갈 수 있을 것인지... 불안도 했다.

잔디 밭 흙 돌 옆에서 아주 작은 연초록 자벌레 한마리가 몸을 옴추렸다 폈다 하며 야단이었다. 가만히 보니 더 작은 개미들이 자벌레의 몸통에 서너 마리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개미들의 입장에서는 좋은 먹이 감이였나 보다.

그러나 자벌레는 개미들의 공격을 받고 생과 사의 기로에서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었다. 꼼지락 대며 어딘지 모를 곳을 향하여 기어가다가 개미들에게 걸려들었는지..가련했다. 워낙 물 같이 연한 연체동물인지라 다치지 않게 조심히 자벌레를 집어 손바닥에 올렸다. 착 달라붙은 개미들은 떨어지지 않은 채 멋모르고 같이 달려 올라왔다. 

어떻게 하면 개미들을 잘 달래어 돌려보내고 자벌래도 무난히 살려 보낼 수 있을까. 가느다란 꼬챙이로 개미들을 하나씩 하나씩 떼어 놓았다. 한 두 번의 시도로는 개미들이 좀처럼 물러서지 않았다. 포착된 먹이 감에 대한 집착이 무섭도록 대단했다. 세 마린 줄 알았던 개미들을 다 떼어 내고 보니 여섯 마리였다. 개미들을 멀리 보내놓고 자벌레를 안전한 풀 섶에 놓아주었다. 양쪽 다 살만큼 잘 살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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