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승의 붓을 따라] 못 말리는 내 버릇
[이영승의 붓을 따라] 못 말리는 내 버릇
  • 이영승(영가경전연구회 회원)
  • 승인 2019.05.23 1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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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버릇 몇 개 정도 없는 사람 누구 있으랴마는 내 경우는 특이하다. 단순히 버릇으로 보아 넘길 정도가 아니다. 그동안 고치려는 노력도 적지 않았으나 일흔이 다된 지금까지 달라진 게 없다. ‘세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은 나를 두고 한 것 같다. 참으로 불가사의 한 일이다. 내게 크고 작은 버릇이 적지 않으나 그 중 대표적인 것 둘만 든다면 ‘난폭운전’과 ‘빠른 식사습관’이다. 언뜻 생각하면 대수롭지 않은 것 같으나 전자는 내 생명을 치명적으로 위협하며, 후자는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둘 다 내 인생에 더없이 중요한 현안사항이다.

아내와 다투는 원인의 절반 이상은 아마도 난폭운전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내가 운전하는 차를 타본 사람은 누구나 한마디씩 다 하는 것을 보면 운전습관이 좋지 않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동안 아내로부터 수도 없이 많은 잔소리(?)를 들었다. “앞으로 명심하여 안전운전 하겠노라”고 약속한 것도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못 고치고 있으니 이일을 어찌하면 좋으랴! 

아내가 교통위반으로 범칙금 통지서를 받은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경찰서 기록을 조회하면 아마도 나보다 더 많을 것이다. 그 이유는 내 이름으로 범칙금을 다 내게 되면 벌점누적으로 운전면허가 정지되기 때문에 아내가 직접 파출소에 찾아가 자기 이름으로 처리하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수없이 들었던 말은 “세상에 이보다 더 아까운 돈은 없다”이다. 참으로 그 심정 이해 할만하다.

그동안 내가 과속 등 난폭운전으로 야기되었던 사연은 책 한권으로도 모자랄 것이다. 교통위반 범칙금을 낸 것만도 실로 엄청나다. 운전한지 43년째이니 1년에 1건씩만 치고 건당 6만원으로 계산하더라도 258만원이다. 그런데 아무리 줄잡아도 연평균 2건은 훨씬 넘을 것 같다. 어쩌면 1년에 10건이 넘는 해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지방 장거리 운행을 다녀오기만 했다 하면 범칙금 통지서가 거의 뒤를 따라 왔으며, 한 번 운행에 두건 이상 받은 경우도 여러 차례 있었으니 말이다. 문제는 범칙금뿐만이 아니다. 그로인한 크고 작은 접촉사고로 자동차 수리비, 보험료 인상액, 비 보험처리 차량의 합의금 지불 등을 다 기록해 놓았다면 정말로 엄청날 것이다. 그 외에 사고시마다 피 마르게 신경 썼던 일을 돈으로 어찌 다 환산하랴? 참으로 상상하기조차 끔찍하다.

음식을 빨리 먹는 습관 때문에 아내로부터 잔소리를 듣는 회수는 운전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많다. 거의 식사 끼마다 반복되고 있으니 말이다. 그때마다 하는 말 몇 가지만 예를 든다면 “밥숟가락을 좀 적게 떠라” “제발 좀 꼭꼭 씹어 먹어라” “남들과 식사 때도 그러면 걸신들린 사람으로 오해받는다” 등 수도 없다. 주변 사람들로부터도 가끔 말을 듣는다. 한 친구는 “얼마나 빨리 먹는지 나도 덩달아 빨리 먹어 체할 것만 같다”고 했다. 어떤 친구는 “식사를 참 맛있게 한다”고 칭찬한 적도 있다. 그러나 이는 내 귀에 거슬리지 않게 충고했음이 분명하다.


지난해 비행조종사 출신의 한 동기생과 골프를 치러간 적이 있다. 좀 늦게 도착하여 급히 식당으로 갔다. 그는 미리 도착해 비빔밥을 먹고 있었는데 이미 반 이상 먹은 상태였다. 나도 비빔밥을 주문했더니 곧바로 나왔다. 양도 적은데 비빔밥이다 보니 몇 숟갈에 후딱 먹어치웠다. 2~3분이나 걸렸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친구는 아직 남았던 밥의 반도 먹지 못하고 있었다. 얼마나 꼭꼭 씹는지 기다리기 지루해 먼저 나왔다. 식사습관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는 혈색이 좋고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인다. 그의 식사습관이 참으로 부러웠다. 그동안 아내의 잔소리가 무척 듣기 싫었는데 이후부터는 거부반응이 덜했다. 그렇다고 내 식사습관이 별로 달라진 것은 아니다. 

고질(痼疾)을 사전에 찾아보면 ‘오래되어 바로잡기 어려운 나쁜 버릇’이다. 스스로 수없이 반성하고 남들의 충고도 적지 않게 들었다. 그럼에도 고쳐지지 않으니 이야말로 고질병이 아닌가 싶다. 누구도 못 말리는 내 버릇! 남은 세월에도 정녕 달라질 수 없을까? 아내의 잔소리로부터 해방되는 그날을 학수고대해본다.

필자소개
월간 수필문학으로 등단(2014)
한국 수필문학가협회 이사
수필문학 추천작가회 이사
전 한국전력공사 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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