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살려면 북한인권법제정에 앞장서라
민주당이 살려면 북한인권법제정에 앞장서라
  • 이영일
  • 승인 2011.05.1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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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법이 국회에 계류된 지 680일이 지났다고 한다. 많은 분들이 안타깝게 생각한다. 미국의회, 일본 중의원이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키고 유엔인권위원회가 수년간 계속해서 북한인권 개선을 촉구하고 있는 현실임을 알면서도 우리 국회는 법안을 미제(未濟)사건처럼 법제사법위원회에 처박아 두고 있다.

이 법안은 당초 원내다수당인 한나라당이 발의했다. 그러나 야당인 민주당의 반대로 법안처리가 안된 채 방치되어 있다. 물론 법안 성격상 여당이 다수의 힘으로 강행처리할 성질의 것도 아니다. 여야가 합의하여 처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여야 간에 제대로 된 협의도 없고 야당은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또 여당은 야당의 협력을 받아야 할 더 긴급한 법안 때문에 차일피일 늦추다 보니 북한인권 문제라는 북한주민들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사실상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다.

야당이 주장하는 실효성이라는 문제제기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북한인권문제는 그것이 당장의 실효성보다는 수령 독재 하에서 과연 인권이 존재하는 가를 객관화시켜 볼 때 국회가 지금 북한인권법처리를 미루고 있는 것은 결코 잘하는 일이 아니다. 미래 전망적 측면에서 보면 매우 시급한 과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간 필자는 한민족 복지재단의 공동대표자격으로 여섯 번 북한지역을 방문하면서 북한 어린이들을 위한 빵공장 설립지원, 평양 의과학대학병원에 대한 시설개수 및 약품지원, 평양제일인민병원의 아동병실과 의약품 지원, 평안남도 숙천군 약전리 협동농장에 농기계를 지원하는 등의 사업에 관여하면서 추진했다. 금강산과 개성공단도 방문했다.

동시에 북한의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길거리에 나붙은 주민상대의 여러 가지 구호를 흥미 있게 노트했다. 그러나 “인민을 위한다거나 인민 복지를 강조하는” 구호나 현수막을 본 일이 없다. 2001년 처음 방문했을 때도 눈에 가장 많이 띄었고 또 마지막으로 북한 땅을 밟았던 2006년까지도 전혀 변함없이 도처에 널린 구호, 현수막은 두 종류인데 하나는 “어버이 수령 김일성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시다”와 “김정일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혁명의 지도부를 목숨으로 옹위하자”는 것이었다.

북한의 수령 독재 하에서 인민은 주권을 가진 존재가 아니다. 수령을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할 존재다. 이러한 체제하에 인권개념은 성립하거나 발붙일 여지가 없다. 당이 인민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오늘날 중국에서와 같은 위민(爲民)개념이 없다. 중국은 지도자 등소평(鄧小平)의 주창대로 공산당이 인민에게 빵을 공급해야 할 책임이 있다(黑猫白猫論)는 원칙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그러나 수령 독재와 선군정치를 내세우는 김정일에게는 인민의 의식주가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자기와 더불어 북한정권을 이끌어 갈 소수의 통치 집단에게 명품(名品)생활을 보장해줌으로써 김정일 개인을 향한 충성심을 확보하는 것이 주요관심사다.

한국에서는 4.19혁명의 성공으로 국민은 주권자로서의 위치를 확립했다. 국민들은 정권을 변경시킬 능력이 있음을 증명했다. 4.19혁명 후 50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중동이나 북아프리카에서는 인민들이 스스로 주권자임을 각성하고 정권을 변경시킬 주체가 인민임을 증명하는 혁명의 불길이 치솟고 있다. 바로 재스민 혁명이다. 이제 북한 동포들도 그들이 북한 땅의 주인임을 각성시켜야 하고 그들이 주권자임을 알게 할 때가 되었다.

이제 북한 동포들은 지구의 온대권(溫帶圈)에 속하면서도 아직까지 주민들의 빵문제조차 해결 못하는 김정일 독재정치에 더 이상 충성해야 할 이유가 없다. 북한 동포들도 자기들을 굶기면서 핵개발, 미사일 개발로 치닫는 수령 독재와 선군정치에 맞서야 할 때에 이른 것이다. 인민이 주권자로서의 각성이 없는 곳에서, 인민이 권력에 맞서 투쟁하지 않는 곳에서 민주화는 절대로 열매 맺지 못하기 때문이다.

북한인권법은 북한 동포들에게 그들이 인권의 주체임을 알게 하고 그들이 북한 땅에서 겪는 고통과 어려움을 전 세계에 고발함으로써 인권을 존중하는 국제연대를 조성하자는 것이다. 이 법은 북한인권상황을 파악하고 김정일 정권이 처 놓은 장막에 가려 그 실상이 바깥세계에 감추어진 북한의 인권 실상, 나아가 탈북현상의 원인과 배경도 온 세상에 알리자는 것이다. 이러한 활동은 남북교류협력법으로는 불가능하다. 2만 명을 넘어서는 탈북자들이 북한인권운동의 주체로 활동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만들어 지원하자는 것이다.

야당에서는 이러한 법 제정이 북한을 자극하고 남북관계 개선에 장애가 된다고 해서 논하기를 꺼려한다. 민주당은 이러한 법제정은 물론 북한의 반인권, 폭력투쟁에 대한 비판마저 피하려고 든다.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한 태도, 연평도에 대한 포습(砲襲)에서도 북한에 대한 공세적 언동보다는 도리어 정부에 책임을 전가하는 엉뚱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도 마지못해 비판하지만 적극적 비판은 가급적 피하고 있다. 국민들이 퍼주기라고 싫어하는 대북지원만 줄곧 강조한다.

반핵(反核), 반전(反戰)이 전 세계 진보운동, 평화운동의 공동 슬로우간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야당의 중심세력인 민주당의 진보주의는 반핵, 반전을 구호화하지 않는다. 사이비 진보가 아닐 수 없다. 그러기에 한국야당은 종북(從北), 친북(親北)으로 몰리거나 당의 정체성에 대해 대다수 국민들이 회의의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다. 심지어 오해받지 않을 전력(前歷)을 가진 정치인들도 당리당략에 휘둘려 변질해버리고 있다는데 국민들은 놀라고 있다.

야당의 이러한 태도는 그들의 집권전략과 무관하지 않다. 친북, 종북 세력의 지지를 받기위해서일 것이다. 일부 교원조직과 노동조합, 일부 야당가운데는 친북, 종북 성향을 드러내는 세력들이 있다. 또 일부 인터넷신문과 일간지들 가운데도 반정부, 친북논조를 유지해서 독자를 얻는 경우도 눈에 띈다. 그러나 민주당의 정체성이 이런 세력들과 궤(軌)를 같이하고 집권전략이 이런 세력의 지원에 기대는 것이라면 민주당은 결코 정권교체의 대안세력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다수 국민들의 적극적인 견제에 걸리기 때문이다.

4.27 재보선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세 가지다. 첫째는 한나라당이 민의의 소재를 모르는데 대해 유권자들의 비판심리가 강하게 발동되었다는 것이다. 둘째는 민주당을 지지하면서도 확실한 신뢰를 보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MB정권이 대패해야 할 선거(MB정권에 대한 지지율은 리얼미터의 조사에 의하면 27.3%이다)에서 민주당이 오차범위 내에서 신승(辛勝)한 것은 유권자들의 신뢰가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셋째는 이제 한국의 유권자들이 어느 당이나 지역에 더 이상 묶여있지 않다는 것이다. 즉 관행투표나 타성투표를 외면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앞으로 민주당이 정권교체의 대안세력이 되려면 과거 신익희(申翼熙)씨나 조병옥(趙炳玉)박사가 이끌던 민주당처럼 대한민국 건국을 확실히 긍정함과 동시에 온 국민들과 더불어 안보의식을 공유하면서 정부여당의 비판세력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실히 보여주어야 한다. 한국야당운동에서의 김대중, 노무현 현상은 국가안보위기가 실감되지 않는 상황에서 한 때 성공을 거두었던 일시적 흐름에 불과하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민주당이 김대중, 노무현 현상의 재현을 꿈꾼다면 국민들은 좋으나 궂으나 또다시 한나라당에 매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야권의 후보단일화나 연정(聯政)(KNSI가 대안으로 주장)을 말하기도 하지만 그런 탈정당정치적 접근을 시도할 필요가 없다. 민주당이 한미 FTA를 통과시키고 북한인권법 제정에 앞장서서 유권자인 국민들을 안도시킨다면 민주화에 대한 소명의식도, 리더십도 취약하며 국민들에게 약속한 경제 살리기에도 성공치 못한 한나라당에 대한 대안세력으로 민주당을 긍정하고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유권자들은 어느 당이나 어떤 지방색에 더 이상 묶이지 않는다. 유건자의 타성투표에 잔명을 부지할 생각은 버려야 한다. 누가 자신들의 참된 이익에 봉사할 정당이냐를 따지는 유권자로 변했기 때문이다. 분당을(盆唐乙)이 더 이상 한나라당 표밭이 아니듯 호남도 민주당만의 표밭은 더 이상 아닐 것이다. 이것은 희망론(Wishful Thinking)이 아니라 한국정치를 옥죄는 시대정신이 급히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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