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통령님, 동포간담회때 들어주세요"
[칼럼] "대통령님, 동포간담회때 들어주세요"
  • 한은경 한위클리 기자
  • 승인 2011.05.14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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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리더십은 '듣는 것'

한은경<프랑스소재 한위클리 기자>

 
바야흐로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의 시대다. 소통은 현대사회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다.

소통의 기술, 소통을 위한 스피치 등 소통에 관한 책들이 각광을 받으며. 이른바 소통을 상징하는 소셜 네트워킹(Social Networking)이 급변하는 글로벌 사회를 리드해가고 있는 중이다. 때문에 소통의 리더십이 미래 지도자들의 가장 큰 덕목으로 자리잡고 있다.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는 소통의 대가로 불린다. 비결은 간단하다. 그녀는 말을 잘하는 것보다 지혜롭게 듣는 방법을 잘 알기 때문이다. 1시간 짜리 토크쇼에서 그가 말하는 시간은 10분 정도이고 남은 50여분 동안은 상대방의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며 질문을 던져주는 정도이다.

자연스럽게 상대방이 마음을 열고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다. ‘진정한 소통을 하려면 입 대신 눈으로 대하라’는 말이 여기에서 나온다.

이처럼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말이 차지하는 비중은 의외로 작다고 한다. 보통 커뮤니케이션의 10% 정도만이 언어로 이루어지고 나머지는 자세나 얼굴 표정, 외모, 의상, 심지어 공간이나 시간 등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이다. 말만 잘해서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없고, 말을 하지 않는 것(침묵)도 엄연히 커뮤니케이션의 한 수단이 되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빈 라덴 사살 사흘 만에 9·11테러 현장인 그라운드 제로를 방문했지만 연설을 하지 않고 묵념만 올렸다. 그러나 그의 침묵은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 1월 애리조나 총기난사사건 희생자 추모식에서도 연설 도중 51초 동안 침묵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줘 역대 최고의 연설이라는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백마디의 말보다 침묵으로 함께해주는 것이 상대방에게 더 큰 위로가 될 때가 있는데, 30분에 걸친 오바마의 연설 중 침묵의 51초가 더 빛났던 이유도 침묵을 통해 미국의 국민들과 감정으로 소통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언어학자 다니엘 뒤에즈도 1994년 당시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의 TV연설을 분석한 결과 연설 사이사이의 침묵이 어떤 미사여구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연설 도중의 침묵은 인쇄된 문장으로 치면 강조하기 위해 굵은 활자로 되어 있는 부분과 같은 효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반면, 소통을 잘 못하는 리더의 단적인 예는 다른 사람의 말에는 귀 기울이지 않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자기 생각만을 전달하려하고, 강한 신념에 사로잡혀 끝까지 관철시키려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지도자 중에 아직도 이런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설득해야할 때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침묵해야할 때는 앞장서서 쇼맨쉽을 발휘하는 지도자, 걸핏하면 고성과 폭언 난투극으로 국민을 피곤하게 하는 한국의 정치인들은 가슴을 열고 먼저 침묵의 리더십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이명박 대통령이 독일 덴마크 프랑스 등 유럽 3개국을 순방중이다. 14일에는 재불동포간담회도 잡혀있다.동포간담회가 대통령의 일장연설을 듣는 자리가 아닌, 해외에서 조국을 염려하고 대한민국의 발전을 기대하는 동포들의 목소리를 듣는, 대통령과 교민들의 허물없는 소통의 장이 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바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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