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희의 음악여행 ①] 심양에서 들려온 노들강변
[홍미희의 음악여행 ①] 심양에서 들려온 노들강변
  • 홍미희 기자
  • 승인 2019.07.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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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코리안신문은 7월1일부터 6일까지 심양 한중문화교류원과 함께 만주독립운동사적지탐방을 진행했다. 인천공항-심양-집안-백두산-연길-용정-통화-심양으로 이어진 5박6일의 탐방은 음악이 있는 여정이기도 했다. 다음은 이 행사에 참여한 본지 문화부장 홍미희 전 서울시 음악수석교사의 글이다. <편집자 주>

5박6일간의 여정은 7월1일 오전 8시 대한항공 비행기로 시작됐다. 심양은 큰 도시였다. 한때 봉천이라고도 불리었던 이 도시는 내가 생각했던 만주벌판의 봉천이 아니다. 번쩍이는 빌딩과 아파트가 줄지어 위용을 자랑한다.

발대식은 심양의 한중문화교류원에서 수업을 받고 활동하는 중국의 전통악기 연주팀과 무용팀의 공연으로 시작됐다. 원래 이 연주팀은 30명 가까운 오케스트라로 구성돼 있는데 이날은 장소와 여건상 7명으로 구성해 연주했다. 악단의 구성은 앞줄 왼쪽부터 드럼(타악기), 해금, 양금, 첼로, 뒷줄은 클라리넷(태평소 등 연주), 생황, 소금의 순이다.

악단의 악기구성은 매우 실용적이다. 중국악기와 서양악기의 구분이 없다. 우리나라 국악관현악단의 구성을 생각해보면 상상하기 어려운 구조다. 물론 우리나라도 퓨전으로 국악기와 서양악기가 혼합된 그룹을 많이 볼 수 있지만 이렇게 민간에서 연주하는 작은 규모의 악단이 자유롭게 구성해 연주하기는 어렵다. 또 하나 놀라운 점은 연주수준이 매우 높다는 것이었다. 이는 한중문화교류원의 안청락 회장이 직접 심양시를 돌아다니면서 길에서 연주를 잘하는 사람들을 모셔오고 또 대회를 열기도 해 오케스트라를 만든 열정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신기했던 부분은 악단을 구성하고 있는 악기들이었다. 이 중국의 악기들은 국악에서 현재 한국에서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악기와 같았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게 우리나라 음악의 역사를 생각하게 됐다.

우리나라 음악은 신라시대부터 내려온 우리나라 고유의 향악과 중국에서 수입된 아악, 당악으로 나뉜다. 아악은 제사음악으로 ‘종묘제례악’, ‘문묘제례악’ 등이며, 당악은 ‘낙양춘’, ‘보허자’ 두 곡의 성악곡으로 남아있다. 또, 양반들은 격식이 있는 자리에서는 당악과 아악을 연주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따라서 중국에서 수입한 음악인 아악은 왕실에서 제사를 지낼 때나 행사를 할 때 반드시 연주됐는데, 아악은 고려 말기에서 조선시대에 들어서면서 피폐하고 망가지게 됐다. 이에 세종대왕은 박연으로 해금 아악을 정리하고 악기를 정비하며 새로운 악보인 정간보를 만든다. 그리고 제사음악을 향악, 즉 우리나라 고유의 음악으로 바꾸자고 제안한다. 유교국가에서 제사음악을 바꾸겠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혁신이다.

“우리는 평소에 향악을 익혀왔거늘 종묘의 제사에는 먼저 아악을 연주하고 종헌에 이르러서야 향악을 연주하고 있다. 조상들이 평소에 듣던 음악을 제사에 사용하는 것이 어떠한가?”(세종실록 49권) 그러나. 박연은 우리의 음악이 중국음악에 비해 질이 떨어지고 품위가 낮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이에 세종대왕은 “아악은 원래 우리음악이 아니라 중국의 음악이다. 중국 사람에게 아악은 원래 들었던 익숙한 음악이므로 그들의 제사 때에 연주하는 것은 마땅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살아 있을 때는 향악을 듣고 죽어서는 중국음악인 아악은 듣게 되니 어찌된 일이냐?”하며 “우리의 음악이 비록 최고는 아닐지라도 중국에 비해 부끄러울 것이 없다. 또 중국의 음악이라고 해서 어찌 다 바르다고 하겠는가?”(세종실록 50권) 했다.

그러나 세종대왕의 뜻대로 제사음악이 향악으로 사용하는 것은 관철되지 못하고 현재까지 아악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으며, 이 아악이 중국에서는 사라지고 우리나라에만 원형 그대로 남아있어 중국에서 연구하러 오기도 하니 세상의 모든 것이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연주가 시작됐다. 각자 개인의 연주 수준은 전문적이었고 서로의 호흡도 매우 좋았다.

우리가 해금이라고 부르는 악기는 몽골에서는 마두금, 중국에서는 얼후라고 부른다. 중국의 해금은 우리의 해금보다 음역대가 매우 넓어서 다양한 음을 소화한다. 옆에서 클라리넷을 불던 악사는 어느 틈에 태평소와 비슷하게 생긴 악기를 꺼내서 부는데, 우리의 태평소와는 다르게 음을 조절할 수 있는 구멍이 있어 다양한 음을 소리 낸다. 그 앞에서는 인도에서 들여온 악기인 양금이 연주되고 있다. 거문고나 가야금은 뜯어서 소리를 내는 악기이지만 양금의 경우 채로 현을 두드리므로 뜯어서 나는 것과 다르게 챙챙거리는 소리가 난다. 한쪽에서는 생황을 연주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생황은 이제 거의 만들지 못하고 연주하는 사람도 적어 보기 귀한 악기이다. 생황의 특징은 화음을 낼 수 있는 유일한 관악기라는 점이다. 또, 숨을 내쉴 때 소리 나는 것이 아니라 숨을 들이쉴 때 소리 나는 악기이기도 하다.

중주로 2곡을 연주하고 이제 우리나라의 민요인 노들강변을 연주한다고 한다. 그런데 뭔가 우리의 민요 느낌이 나지 않는다. 아. 장단이 다르기 때문이다. 노들강변은 세마치장단을 장구로 치면서 불러야 제맛인데 드럼과 북으로 중국식 리듬으로 반주하니 노래는 같지만 느낌은 다른 중국식 노들강변이 됐다.

그리고 2중주를 하는데 또 한번 놀라게 됐다. 생황과 소금, 양금과 태평소가 같이 이중주로 연주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음악의 경우 생소병주라 해 생황, 단소, 양소병주라 해 양금, 단소가 연주하는 이중주 구성으로 같기 때문이다.

이들이 보고 있는 악보는 어떤 형식으로 돼 있을까 궁금해졌다. 연주가 끝나고 한중문화교류원의 안상경 박사께 여쭤보니 알아보고 말씀해 주겠다고 하신다. 중국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우리의 음악, 그렇지만 다른 장단... 친숙한 악기로 맞아주는 만주 독립운동 답사의 시작. 중국 땅에서 우리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여행의 시작으로 매우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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