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淸河칼럼] 버려야 진정으로 얻을진대…
[淸河칼럼] 버려야 진정으로 얻을진대…
  • 박청하 논설위원
  • 승인 2010.07.02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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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無所有)라는 말이 있다. 흔히들 욕심을 비워서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상태라는 뜻으로 쓰고 있으나 불가에서는 무소유의 의미를 약간 달리한다. 아무 것도 갖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눈앞의 이익에 집착하지 말라는 뜻이다.

이익만을 탐하지 말고 그 이익을 가져다주는 전체의 인연을 보며 주어진 여건을 받아들이고 활용하여 세상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 속에서 참된 이익을 얻으라는 가르침이다. 역설적으로 아무 것에도 집착하지 않을 때 온 세상을 다 갖게 된다는 뜻으로 봐도 될 듯하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만해도 힘에 부쳐 이익에 집착할 일 조차 없는 사람들은 무소유의 의미에서 무게를 느낄 일도 없다. 힘을 들이지 않고서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막대한 이익을 거머쥘 수 있는 돈과 권력을 가진 계층이야 말로 이익을 탐하지 말라는 무소유의 참뜻에서 무게를 느껴야 한다.

사회전체의 이익과 배치되는 특권층의 배타적인 이익은 드러나지 않는 블랙머니와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를 수 있는 권력을 지닌 이들의 야합에 뿌리를 두고 보다 더 많은 이익을 취하려는 탐욕을 먹고 자란다. 이런 탐욕의 유혹에 빠진 사람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적으로 파이 키우기에 나서기에 오늘날 우리 사회분위기가 이토록 혼탁해지고 있는 것이다.

말로는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게 인생'이라며 무욕(無慾)과 청빈(淸貧)을 높이 평가하지만 실제로 가진 것 없이 세상 살기는 쉽지 않다. 역설적으로 많건 적건 생전에 모은 재산을 훌훌 털어버리고 빈손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일도 그리 쉬운 게 아니다.

재(財)는 재(災)와 같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사람들은 돈 벌고 재산을 쌓는 일에 거의 평생을 바친다. 부귀와 영화를 인생의 큰 목표로 정해 일생동안 개미처럼 재산 모으는 일에 열중하거나 출세길 찾아 헤매다가 육신이 쇠잔해진 어느날 죽음을 맞는다. 그게 인생이다.

열심히 일해서 떳떳하게 재산을 모아 부자로 사는 사람들은 대체로 존경받고 부러움의 대상이 되지만 비열한 방법으로 돈을 벌어 호사하는 사람들은 비난의 대상이 된다. 법을 어긴 흔적이 들통나면 기껏 모은 재산을 몰수당하고 차가운 감옥에서 참회의 눈물을 흘리기도 하지만 이미 인생을 망친 뒤에 무슨 소용일까.

권력을 이용한 치부나 권력자의 그늘에서 부를 축적한 경우 두고두고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는다. 하지만 그들은 절대로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비난의 화살이 아무리 날카롭다 해도 황금의 두꺼운 갑옷을 뚫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한동안 줄어들던 공직자 부패가 다시 늘고 있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부패행위로 당연 퇴직이나 파면 등 징계처분을 받은 공직자가 이명박정부 출범 첫 해인 2008년 전년대비 9.7% 증가한 데 이어 2009년엔 무려 46.8%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패 관련 징계자는 2005년 1317명을 정점으로 2006년 926명, 2007년 761명으로 감소했으나 2008년 835명, 2009년 1226명으로 다시 급증세로 돌아섰다. 이같은 공직부패 현상은 재정·경제 분야가 22.1%(271명)로 가장 심했고, 경찰 19.5%(239명), 물품·용역 6.9%(85명) 순으로 높았다.

부패유형별로는 뇌물을 주고받는 행위(증수뢰, 29.9%)와 향응수수(18.3%) 등 금품수수행위가 48.2%로 가장 많았고 공금횡령과 유용이 17.4%로 뒤를 이었다. 부패 유형으로는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뇌물을 주고받는 행위'가 각각 32.7%와 35.8%로 가장 높았고, 교육자치단체는 '공금횡령과 유용'(30.8%)이, 공직유관단체는 '향응수수'(24.8%)가 많았다.

부패발생 총금액 규모는 1045건에 약 569억원으로 1건당 평균 5452만원 수준이었다. 부패금액이 10억 이상인 경우도 11건에 약 391억원으로 많아졌다. 1건당 평균 규모는 금융 분야가 3억7580만원으로 가장 컸고, 토지 분야(2억6634만원), 복지 분야(1억6060만원) 순이었다.

권익위는 예산이 집중돼 있는 곳에는 항상 부패가 존재하는데, 한 사람에게 권한을 집중하는 것은 부패를 조장하는 것이라며 공금횡령은 적발에 2년 이상 장기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아 공금취급 분야의 제도적 감시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언필칭 공직자들은 무소유라는 실천적인 교훈을 얻어야 그들도 살고 우리 사회도 산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숱한 인연을 맺고 풀면서 살아간다. 그 가운데는 악연도 많다. 돈과 권력을 움켜쥔 사람들이 만나 쉽게 의기투합하면 언젠가는 서로에게 칼을 겨누는 악연으로 끝나버리기 십상이다.

그래서 돈을 가진 이가 권력의 힘을 얻어 더 많은 것을 얻고자 하고 권력을 가진 이가 돈의 힘에 의지해 권세를 더 키우려고 하는 것은 결국 자신의 불행을 스스로 잉태하는 어리석은 일이다. 오늘따라 평생을 나라꽃 무궁화연구와 보급에 헌신했던 류달영 선생의 말씀이 생각난다.

행복은 스스로 창조하는 것이지, 기다린다고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행복을 바라지만 얻는 이는 드물다. 행복은 아낌없이 주는 사람들만이 소유할 수 있다. 큰돈으로 행복을 사서 소유한 사람은 없다. 모든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행복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그것을 모르고 살아간다.

행복을 꽃피우는 토양은 욕심없는 마음자리이다. 행복으로 가는 길은 멀고 먼 가시밭길이다. 더불어 살맛 나는 사회, 희망이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너나없이 사리와 사욕으로부터 마음을 비워야 한다.

버려야 얻을 수 있음을 우리 공직자들이 깨달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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